교회는 에덴동산이 아니라 '대한민국'에 있다

[주장] 모든 자유에는 규칙이라는 최소한의 선이 있다

등록 2020.03.30 18:07수정 2020.03.30 18:08
0
원고료로 응원
 
a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예배 강행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신도 간 거리 유지 등' 방역수칙을 어겨 서울시가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담임목사 전광훈, 구속중)에서 29일 오전 주일연합예배가 강행되었다. 이날 현장에는 서울시와 성북구청 직원 100여명, 경찰 400여명이 배치되었으나 교회 출입을 봉쇄하지는 않았다. ⓒ 권우성

 
모처럼 공기마저 깨끗한 봄이 찾아왔지만 나들이 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요즘이다. 나들이는 둘째치고 마스크 없이 편히 숨을 쉬던 일상마저 소중해진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19와 전쟁중이다. 확진자 수의 폭발적인 증가세가 누그러지긴 했지만 소규모 집단 감염, 해외 입국자 확진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정부는 긴장의 고삐를 단단히 죄고 있다.

그 결과로 지역과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입국자에 대한 의무 격리, 실내 체육시설 휴업과 같은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난리통에도 예전과 다를 바 없이 '무법'의 일상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일부 교회들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21일 국무총리 담화에서 종교시설의 운영 중단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교회들이 예배를 시작하면서 신도는 물론 지역 사회 감염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특히 신도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최소한의 거리를 유지하지 않아 집회금지명령을 받은 서울 성북구 제일교회가 지난 일요일에도 현장 예배를 강행하며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이는 당장 예배를 할 수 있는 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도들의 감염, 이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감염, 나아가 대한민국의 코로나19 종식 여부와 관련된 조치다.

그런데도 현장 예배를 강행한 이 교회의 신도들은 정부가 예배방해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현장에 투입된 공무원과 경찰에게 무자비한 폭언을 쏟아 붓기도 했다.

자유는 누구에게나 소중한 가치이자 권리이다. 하지만 자유의 끝에는 언제나 규칙이라는 테두리가 있는 법이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그를 해하는 것은 규칙으로 제한되는 것처럼 이 땅에는 보이지 않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선이 있다.

내가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에 분노하는 것 역시 이 '선' 때문이다. 예배를 하는 것이 그들의 자유인 것처럼 그들의 예배로 코로나19의 전염 가능성에 노출되지 않는 것 역시 지역 사회의 자유이다. 신을 믿는 것이 그들의 자유인 것처럼 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 역시 시민들의 자유이다. 신이 자신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이 그들의 자유인 것처럼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두려워하는 것 역시 대한민국의 자유이다.

그리고 개인의 자유는 내 이웃의 자유를 위해, 공동체의 자유를 위해, 국가의 자유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 우리는 그 어떤 것도 침범하지 않는 진공 상태에서 신의 가호만이 흐르는 에덴동산에 사는 것이 아니라,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전염병의 위협도 도사리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종교를 잘 모른다. 그래서 한 가지 무식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당신들이 믿는 것은 신인가 교회인가? 당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전자라면 왜 그토록 교회 예배당에 들어가는 것을 고집하는가? 믿음이 그렇게 큰 힘이라면, 믿는 것만으로도 병이 고쳐지고 가정이 평화로워진다면, 왜 그 믿음으로 집에서는 예배를 보지 못하는가? 그 믿음의 효과는 오로지 교회 예배당에 한정되는 것인가?

그들은 '예배방해죄'를 주장하지만 그 자리의 경찰과 공무원을 비롯해 대한민국 국민 그 누구도 예배를 방해한 적이 없다. 집에서, 차에서 얼마든지 예배 보면 된다.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는 신도들이 교회에 오지 않으면 서운할 사람이 누구일지를 떠올려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나는 그들이 주장하는 게 '예배방해죄'든 '영업방해죄'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편 가르기 할 여력조차 없어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방역과 예방에 몰두하고 있는 지금도 '빨갱이'니, '종교 탄압'이니 주장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코로나19가 무슨 먹구름이라도 되는 것처럼 누구 때문에 왔다가 누구 때문에 갈 수 있다고 설파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냥 협조하면 되는 거다. 교회에 가는 도중에 옆집 사람도 만나고 버스도 타고, 장도 볼 거니까 그거 하지 말라는 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하자면 추후 코로나19가 수그러들고 끝내 종식될 때, 그게 당신들 믿음 때문이라는 말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코로나19가 그 누구의 탓도 아닌 우리 모두의 과제였던 것처럼 코로나19의 종식 역시 그 누구의 덕도 아닌 우리 모두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밤낮없이 땀 흘리며 치료에 매진한 의료진, 초과 근무를 마다하지 않던 공무원, 어려워진 생계에도 끝까지 버틴 자영업자, 그 부담을 나눈 건물주 등 모든 시민이 십시일반으로 보탠 노력 덕분이다.

그러니 그 모든 것을 단지 한 명의 존재가 너무도 쉽게 해냈다는 듯이 평가절하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이 신도로서 해야 할 도리일지는 모르겠지만 이 사회의 시민으로서 할 만행은 아니니 말이다.

반드시 기억하기를 바란다. 이 땅 위에 발붙이고 사는 이상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 한다. 코로나19는 국민들의 간절함이라는 철창으로 둘러싸인 경계선이다. 제발 그 선에 다가서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AD

AD

인기기사

  1. 1 조국 잡으려다 사면초가... 독이 된 윤석열의 입
  2. 2 고 최숙현 동료들 "팀닥터가 '자살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3. 3 '윤석열 저거 죽여야겠다' 방향 잃은 김경진의 해석
  4. 4 '세계1위 한국라면' 보도의 깜짝 놀랄 반전
  5. 5 '한국은 빼고 가자' - '내가 결정'... 세계 두 정상의 속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