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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산업, 철저히 파괴해야 한다

[주장] 포르노그라피 산업과 맞서 싸운 안드레아 드워킨, 그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등록 2020.03.31 18:56수정 2020.03.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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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로 송치되는 '박사방' 조주빈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 등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 촬영을 강요해 만든 음란물을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호송차에 태워져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시민들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코로나19로 총선마저 관심의 초점이 되지 못하고 있는 지금,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인 이른바 'n번방 사건'이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성도 모자라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성노예로 묘사하고 상상할 수 없는 학대 행위를 공유하며 유희로 삼은 이들에 대해 전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당장의 분노만으로, 당장의 처벌만으로는 새로운 n번방의 출몰을 막을 수가 없다. n번방 사건 이전에도 소라넷, 위디스크 등 성착취를 공유해 사회적 문제가 된 일은 끊임없이 있었다.

n번방에 참여했던 접속자 수가 26만 명이라고 하는 것은, 중복 접속자의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소름 끼치는 범죄에 아무런 죄의식 없이 동조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n번방이 단순한 개인들의 일탈이거나 일부 변태의 판타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우리가 당장의 분노로만, 당장의 처벌로만 만족한다면 그 족보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말이기도 한 것이다.

n번방의 주인과 가입자들이 70여 명의 여성 피해자들을 노예로 삼고 그들의 몸을 물건처럼 취급해 자신들의 성적 흥분과 변태적 쾌락을 위한 먹이로 삼은 것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만연한 여성 혐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페미니즘 작가이자 비평가인 안드레아 드워킨(Andrea Dworkin)은 생전에 여성 혐오는 '포르노그라피'의 형태로 우리 모두에게 각인되고 무의식중에 인가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착취 피해를 겪은 수많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했을 뿐 아니라 그것이 왜 '인류의 문제'인지를 여러 책과 연설의 형태로 전달하는 데 자신의 삶을 바쳤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15년이 되었지만, 그녀의 분석은 여전히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안드레아는 저서 <포르노그라피>에서 "포르노는 여성이 상처받는 것을 여성이 원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NO'를 'YES'로 믿게 만드는 악랄한 착취 도구"라고 지적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2018년 미국 포르노그라피 산업의 수익은 60억에서 150억 달러 사이로, 같은 해 미국 농구 NBA의 수익 74억 달러와 할리우드의 수익 111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크고 막강한 산업은 미국 수정 헌법 제 1조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 이 말은 즉, 미국에서는 포르노그라피를 '표현의 자유'로 해석하고 포르노그라피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 간주해 왔다는 것을 뜻한다.

생전에 안드레아는 그 강력한 헌법 조항의 호위를 받는 난공불락의 포르노그라피 산업에 대항해 온몸을 던져 투사처럼 싸웠다. 성매매와 마찬가지로 포르노그라피 산업에서 성착취를 당하는 대부분의 여성은 불우한 가정환경과 성적, 물리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으며, 그들이 자아를 형성하기 훨씬 이전인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형태로 성착취를 당했다는 증언들과 통계들을 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성착취 당하는 과정에서 생긴 트라우마가 그들에게 평생 남는다는 사실과 아무렇지 않게 포르노그라피를 소비한 남성 중 일부는 악랄한 판타지가 마치 자연스러운 남성성의 일부인 양 생각하며, 현실의 관계 속에서 그것들을 실현해나갔을 것이라고 부르짖었다.

포르노는 'NO'를 'YES'로 믿게 만드는 악랄한 착취 도구

n번방 사건은 범죄 요소가 더 뚜렷해 포르노그라피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건으로 보이지만, 여성 혐오와 여성에 대한 성착취의 시각화라는 틀 안에서 보면 서로 맞닿아 있다. 그렇기에 2020년 n번방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안드레아의 목소리는 아직 유효하다.
 
"사람들은 포르노그라피를 마치 판타지의 한 형태인 듯 말한다. 성매매는 마치 그런 판타지의 실현인 것처럼 말한다. 그것은 진실을 숨기려는 포르노 제작자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다. "

"대부분의 사람은 포르노그라피 속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그것을 이용하는 남자들마저도 그 본질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성적 흥분으로만 그것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 본질을 절대 보지 못하는 것이다. "

"포르노그라피가 가진 기본적인 메시지는 '네가 여성에게 무슨 짓을 하든, 어떤 방법으로 얼마만큼이나 그 여성을 아프게 하든 간에 여성은 그것을 좋아할 것이다'는 것이다."

"실재하는 세상 속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실제의 행동이 아닌 판타지라는 단어를 쓰도록 만드는 것이다. 판타지는 머릿속에 있는 것이다. 그렇게 머릿속에 있던 어떤 시나리오든지 간에 그것이 누군가의 행동으로 옮겨지고 난 뒤에는 그것은 실존하는 것이 된다.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실존하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영향을 끼치는 실제의 행동이 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포르노그라피 산업을 지키기 위해 포르노를 판타지로 둔갑시킨 포르노 제작자들의 프로파간다 캠페인은 정말 기발한 것이었다."

"당신 앞에 나무에 목을 맨 아시아 여성이 있다면, 그 여성은 실재하는 나무에 실제로 목을 매단 것이고, 그것은 판타지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살아있는 인간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이며, 우리가 목격한 것은 그들에게 정말 일어난 일인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실재하는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위협을 마치 남성 소비자의 머릿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인간 양심에 대한 가장 극심한 모욕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바로 남성의 머릿속, 남성의 판타지가 여성의 목숨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포르노그라피는 남자가 강간에 사회화되도록 돕는 악습이며, 그런 식의 사회화가 없다면 우리는 남자의 강간을 불가피한 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진정한 변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인 것이다. 여기 미국에서만 연 100억 달러 규모를 벌어들이는 오직 잔인함만을 판매하는 한 산업이 있다. 그것이 커지면 커질수록 사람들은 더 잔인해진다. 그게 나를 미치게 만든다. 그런 모든 잔인함이 없어도 되었을 것들이라는 사실이. 사람들은 아직도 그런 잔인함이 이것 (포르노)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안드레아는 끊임없이 말했다. 여성의 몸을 물건 취급하고 여성이 그걸 즐기고 있는 것처럼 그려내는 포르노는 판타지가 아니며, 여성이 '싫어'라고 하는 것을 '그래'라고 오해하도록 만드는 것은 강간이 성을 표현방식의 하나라고 여기게 학습시킬 뿐이라는 것을. 때문에 여성들에게 포르노 산업이 가하는 실제적 해악은 피해자들과 그걸 함께 겪어야 하는 모든 여성에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산업은 완전히 파괴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게 뭐 어때서', '그냥 야동인데'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문화가 이 문제에 대한 감수성도 갖지 못할 만큼 여성 혐오를 시각화하는 포르노그라피에 익숙하다는 사실을 한 번 더 말해줄 뿐이다.

2020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성의 투표권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은,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사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포르노그라피 속의 여성 혐오가, 그 산업 속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성착취가 취미의 영역으로 느껴진다면, 그것은 포르노그라피와 여성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 태어났고, 그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n번방 사건은 그렇게 사회에 짙게 밴 여성 혐오라는 수액을 마시고 자란 독버섯 같은 것이다.
 

인터뷰하는 안드레아 드워킨 ⓒ 다큐멘터리 '포르노그라피'

 
안드레아 드워킨은 말했다.

"만약 당신들이 이것(포르노그라피)이 응급상황이고 당장 행동을 취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논쟁을 할 일이라고 한다면, 당신들이 그렇게나 하고 싶어 하는 그 토론 과정 중에 얼마나 많은 여성이 죽어 갈 것인지를 나는 말해주고 싶다."

안드레아 드워킨은 포르노그라피라고 불렀지만, 나는 그것이 여성 혐오와 성착취가 기록되고 산업화된 모든 형태에 대한 구호라고 이해하고 있다.

2020년 대한민국에 'n번방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응급 사건이 등장했다. 이 사건은 우리들이 취약하게 노출된 전염성 높고 무증상 환자들이 많아서 구별도 쉽지 않은, 그러나 치명적인 여성 혐오라는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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