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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으로 간 신문기자들이 다시 쓴 '그날'

[서평] 3.1 만세운동 100년 기획 기사를 묶은 책 '백 투 더 1919'

등록 2020.04.02 17:02수정 2020.04.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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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은 대한민국 역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해다. 대한민국 전역에서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는 만세 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무장한 일본 순사와 친일 부역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민중을 끌어가 태형을 가하고, 칼로 베어 죽이던 엄혹한 시절이었다. 식민 지배 9년, 민중을 깨어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자주독립에 대한 '희망'이었다.

2016년 10월 24일 최순실 게이트를 기점으로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가 대규모로 열렸다. 매주 토요일에 열린 촛불집회는 해를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2017년 3월 10일, 마침내 헌법재판소 전원일치로 대통령 파면 선고를 끌어낸다.

새로운 촛불 역사의 장을 연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추운 겨울 광장의 찬바람을 감내하며 촛불을 들게 만든 힘 또한 '희망'이었다. 민중이 끝까지 외치면 잘못된 세상이 바뀌리라는 '희망' 말이다.
 

백 투더 1919 신문기자, 100년 전으로 가다 ⓒ 철수와영희

책 <백 투 더 1919>는 한겨레 기자 3명이 2019년 1월 1일부터 4월 29일까지 '1919 한겨레'라는 제목으로 한 신년 기획 기사를 모은 책이다. 100년 전 오늘로 돌아가 1919년 판 <한겨레>를 만들어보는 실험적 기획이었다고 한다.

2019년은 1919년 3. 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였다. 한겨레 신문은 제대로 알려야 3.1 운동 정신과 임시정부 정신을 올바로 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판단으로 시간과 공간을 100년 전으로 되돌려 본 것이다. 

사실 나는 3.1 독립선언서를 여러 번 접했지만 독립 요구가 아니라 당당한 독립을 선포한 것이라는 사실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한 적이 없었다. 피상적이며 단편적이고 수박 겉핥기식인 3. 1만세운동에 대한 얕은 지식 탓이다.
 
3·1운동 당시 조선인들은 독립을 '요구'하지 않고 독립을 '선언'했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더는 용인할 수 없다는 각성은 조선인 스스로 자유인의 의식을 갖도록 만들었다. 노예의 삶에서 주인의 삶으로의 거대한 전환이었다. 이 땅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자유의 외침은, 1919년을 온통 희망으로 들끓게 했다. 9년 동안의 식민지배로 명운이 다한 것처럼 보였던 조선이 3·1운동을 통해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 본문 중  

1919년 3.1 운동은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세계 역사에 변곡점이 된 중요한 사건이다. 민중들은 주인의식을 갖고 깨어났고 용기있게 떨쳐 일어났다. 3. 1정신은 역사의 뱐곡점마다 민중들을 일깨우는 힘이 되었다.
 
국망 9년 만에 '독립 만세' 소리가 터져 나온 지도 어느덧 두어 달이 지났다. 희망으로 만개한 봄이었다. 지축을 뒤흔든 함성은 저 일제를 비롯한 이방인들이 무기력하고 나약하다고만 보았던 조선 민중들 안에 숨어 있던 용기를 각성시키고 남았다. 점화된 독립운동의 열망을 흉주에 품은 청년들의 발길은 조선 밖으로 향하고 있다. - 본문

당시 어용 언론과 친일 부역자들은 3.1 만세를 폄훼하고 민중들을 겁박하기에 급급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민중이 촛불을 들면 언론 100년을 이야기하는 친일적폐 언론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은 사사건건 민의를 왜곡해 오보를 날리면서도 자신들의 잘못은 덮기 바쁘다.
 
조선 각지에서 독립만세를 고창하는 목소리가 천둥과 같이 울려 퍼지고, 이를 진압하는 일제의 총구가 불을 뿜어내는 와중에도 전국적인 배포망을 가진 유일한 신문 <매일신보>는 눈 감고 귀 닫은 듯 국장과 관련한 가십들만 쏟아내고 있다.

허나 선언서가 방방곡곡 전달되고 있는 데다 어용신문을 대신하여 전국 각 학교 학생들이 격문과 지하신문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으므로 만세운동의 기세는 한층 등등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 본문 중

2020년 1월 1일부터 창간 100주년을 맞은 조선일보 앞에는 조선일보 폐간을 외치며 농성 중인 해직 기자들과 시민들이 있다. 용기있는 민중의 소리없는 외침이 시작된 것이다.

진실을 알리는 사람이 없으면 누구도 진실을 알 수 없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자기 권리를 찾을 수도 권리를 행사할 수도 없다. 민중 스스로 주인이 되어 용기있게 민중의 권리를 외치고 진실을 알려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은 신문기자의 눈으로 19191년 만세운동과 사회상을 바라보면서 언론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알려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최소한 사실을 왜곡, 편파 보도하지 않는 용기라도 있어야 언론인으로 자격을 갖춘 것이 아닐까.

민중들은 그 누구든 이 땅의 주인으로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외치고 요구할 자격이 있다. 비겁하게 권력과 자본의 노예로 살 것인가, 용기 있는 민중으로 자유인의 삶을 살 것인가. 선택은 바로  당신 자신의 몫이다.
 
그날, 식민지 백성들은 새로운 근대 주체로 다시 태어났다. 글을 배운 학생들은 격문을 쏟아냈고, 글을 못 배운 이들은 다른 이에게 물어서라도 '민족자결주의'가 무엇인지 알아냈다. 땅을 빼앗긴 농부들은 분노했고, 착취당한 노동자들은 파업했으며 상인들은 상점문을 걸어 잠갔다. 가부장제 아래 가장 약한 존재였던 여학생과 기생들이 남자보다 앞장서서 용기를 냈다. 얼굴 없던 이들이 얼굴을 드러냈고, 말 없던 이들이 말을 쏟아냈다. -본문 중
덧붙이는 글 백 투 더 1919/ 글 오승훈. 엄지원. 최하얀/ 철수와영희/18,000원

백 투 더 1919 - 신문기자, 100년 전으로 가다

오승훈, 엄지원, 최하얀 (지은이),
철수와영희,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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