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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주면 종부세 깎아줍니다? 서러운 총선

[取중眞담] 상위 2% 위한 민주당-통합당의 구애... 집 없는 이들은 총선마저

등록 2020.04.06 08:10수정 2020.04.06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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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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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과 경기도 성남 분당 등 수도권 지역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성곤(강남갑)·최재성(송파을)·김병욱(분당을) 후보 등이 지난달 2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종부세 문제 해결을 위한 민주당 후보 일동' 명의의 기자회견을 열고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법 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 남소연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는 와중이지만, 어쨌거나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작됐습니다. 표를 준다면 자신의 간과 쓸개를 내어줄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시기기도 하지요. 원칙과 철학을 내팽개친 온갖 감언이설이 벌써부터 유권자의 귀를 어지럽게 합니다.

세금 감면도 단골 주제입니다. 이번 총선에서는 부동산 부자 2%가 내는 '종합부동산세'가 주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거대 여당과 야당에서 나오는 주장은 놀라울 정도로 같습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종합부동산세' 경감을 이번 선거의 정당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강남 3구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후보들도 최근 입장문을 내고 "올해도 재산세, 종합부동산세가 폭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회에 등원하면 종합부동산세 개정안 발의, 공시가격 정상화(인하) 등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종로)는 방송기자클럽초청토론회에서 종합부동산세 제도 개정과 관련해 "(개정)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1가구 1주택의 실수요자가 뾰족한 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종부세(종합부동산세) 중과하는 것이 큰 고통을 준다는 하소연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27일 '종부세 문제 해결을 위한 민주당 후보' 모임에 소속된 여당 후보 10여명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이들은 "종부세는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실거주 목적에 대한 과도한 부과는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종부세 감면이 올해 부과분에 반영될 수 있도록 20대 국회가 종료되는 5월 29일 이전까지 종부세 해결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정책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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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대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종로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유세를 하고 있다. ⓒ 이희훈

 
지금 상황을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종부세를 놓고 정책 연대라도 선언할 기세입니다. 명분은 그럴 듯 합니다. "집값이 올라 실거주를 하는 사람들의 과도한 세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거죠.

그렇다면 무작정 종부세 깎아주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일까요? 사실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자들이 늘긴 늘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 기준 9억 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 30만 9361가구입니다. 지난 2018년 종부세 부과 대상 공동주택이 약 14만 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 가량 많아진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서울 집값이 '폭등'하면서 발생한 현상입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13~17일)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 1216만 원으로 9억 원을 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 635만 원이었는데, 불과 2년여만에 3억 원 이상이 오른 것입니다.

문제가 뭘까요? 집값이 오른 게 문제일까요? 아니면 종합부동산세율이 문제일까요? 종부세 인하는 '언발에 오줌누기'일 뿐, 근본 대책이 아닙니다. 집값이 오르면 오를수록 종부세 대상자는 많아질 겁니다. 그때마다 세금 깎아주겠다고 할 겁니까? 문제는 종부세가 아니라 급등한 집값입니다.

청년층은 자신의 월급으론 변변한 집을 사지 못해 '3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세대'가 됐습니다. 아파트 세입자들은 집값 급등으로 덩달아 오르는 전세가를 맞출 수 없어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아파트 한 채 겨우 가진 사람들도 집값이 오르면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가 되고 있습니다.

정답은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집값을 낮추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집값을 내리는 정책을 쓰면 됩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19번이 넘는 부동산정책을 내놨지만,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습니다.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 부동산 정책을 총괄했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민간 임대 주택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며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들에게 온갖 특혜를 몰아줬습니다. 지난 2017년 12월 개인임대사업자 제도를 도입해, 8년 이상 주택을 임대하면 해당 주택에 대해선 종부세를 매기지 않았습니다. 취득, 양도세도 깎아주고, 대출 규제도 풀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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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하는 김수현 정책실장 청와대 김수현 정책실장이 12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간 임대 시장을 활성화시켜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순진한 김수현 실장의 생각은 이내 부동산투기꾼들에게 먹이가 됐습니다. 투기꾼들이 임대주택 사업자로 등록하면서,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재기한 것이지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정부가 임대주택사업자 혜택을 줄이긴 했지만, 완전히 없애진 않았습니다.

그 결과,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9억 원을 넘어서게 된 것입니다. 제가 아는 웬만한 부동산전문가들은 임대사업자 특혜가 집값을 끌어올렸다며, 김수현 전 실장을 거칠게 비난합니다. 김 전 실장이 이번 총선에 나오지 않은 걸 위안 삼아야 할까요?

지금 "종합부동산세 감면"이라는 이야기도, 궁극적으로는 집값을 또 한번 들썩이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입니다. 집값 폭등의 짐은 누가 질까요? 정치인들이 질까요? 아닙니다. 고스란히 무주택 서민들이 짊어지게 됩니다.

집 없는 사람들에겐 서러운 총선

경제성장률이 2%대를 왔다갔다하는 상황에서 서울 집값은 지난 2년여간 40% 폭등했습니다. 서울 강남 아파트 한 채가 웬만한 중소기업 자본금과 맞먹습니다. 생산을 하고 시장을 돌게 해야 할 돈들이 아파트에 꽉 몰려 있습니다. 땀 흘리고, 아이디어를 내야 할 20~30대가 부동산카페를 돌아다니며 '갭투자'를 물어보고 다닙니다. 이게 정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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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총장 등 관계자들이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종부세법 개정해 다주택자 중과세해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23 ⓒ 연합뉴스

 
적어도 집권여당의 후보라면, "세금 감면"을 이야기할 게 아니라 "집값 정상화"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집값을 정상화 한다면, 여야 후보들이 이야기하는 "실수요자"들도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돼 세금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집값 정상화가 근본적인 해법입니다. 미루고 미루는 분양가상한제를 전면 시행하고, 임대사업자 특혜를 당장 폐지하는 것이 집값 정상화를 위한 첫 단추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총선 기간 동안 "집값 정상화"를 외칠 후보는 한 명도 없을 거라는 사실을 말이죠. "집값 정상화"를 외치는 순간 '집주인' 표를 한 방에 날릴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래저래 집없는 사람들만 서러운 총선입니다.
#종부세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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