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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2033화

"탈가정 청소년, 알바 쫓겨나도 재난지원금 못 받는다"

[스팟인터뷰]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대표 정민석

등록 2020.04.06 15:00수정 2020.04.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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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가구 단위로 긴급재난지원금이 산정되다 보니, 정작 가정 밖의 청소년들은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띵동'의 정민석 대표)

가구당 100만원(4인 가구 기준).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 선정 기준을 3일 발표했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존재했다. 탈가정을 자의 혹은 타의로 선택했던 청소년들이 그렇다.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없는 청소년들은 정부의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3일 오후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자 기준이 정해지고 난 뒤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의 정민석 대표에게 연락했다. 띵동은 가족으로부터 성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가정을 나오거나 위기에 처한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단체다. 상담 등으로 띵동과 현재 연을 맺고 있는 청소년 성소수자는 10여 명 가량 된다.

"집에서 나와 살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이 있다" 

- 정부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을 지원한다"면서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은 집에 있을 수 없는 이들에게, '가구'가 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배제된 지침이라고 생각한다."

- 집에 있을 수 없는 이들이라면?
"10대 청소년, 성소수자이고 가족에게 돌아갈 수도 없는 이들 말이다. 개인의 (성)정체성 때문에 세상의 편견과 마주하고 가족으로부터 배제되는 이들이 있다. 혼자 살지만 자기의 안정된 삶을 꾸려나갈 수 없고, 정부의 대책으로부터 배제된 친구들에게 총체적인 난국이다."

- '띵동'이 만난 이들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었나?
"띵동에서 상담했던 탈가정 청소년 성소수자의 경우 쉼터에 가거나 자립해 방을 구해 살거나 고시원에 가는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말하면서 집 밖으로 나오는 걸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 친구들의 경우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성정체성 등의 문제 때문에 집에서 나온 친구들에게 돌아가라고 말할 수 없지 않나."


- 이들을 가구로 간주할 수 없으니 지원금이 돌아가기 쉽지 않겠다.
"가구 단위로 긴급재난지원금이 돌아가게 되면 청소년들이 혜택받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에서 벗어나더라도 가족관계를 끊지 않고서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지 않나. 이미 집을 나왔고 부모님이 지원금을 보내주지 않는 이상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띵동에서 자체적으로 긴급 모금을 시작했다."

- 긴급 모금?
"띵동이 지원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모금을 하고 있다. 이 친구들에게 생활할 수 있는 비용을 일부라도 지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긴급 생필품이 필요한 친구들을 따로 모집했다. 이 친구들은 전입 신고도 할 수 없어 재난지원대상조차 되지 못한다며 띵동에 생필품 신청을 했다. 긴급 생필품 지원이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는데 일단 어려운 친구들을 발굴해서 생필품이라도 보내주기 위해 2일부터 모집을 하고 있다. 신청을 많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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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의 긴급 모금 안내글. ⓒ 띵동

 
- 일시적 지원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
"생필품 한 번 보내준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사실 이번 발표가 있기 전부터 무급휴직 당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 전입신고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 등 복합적인 문제를 상담을 통해 듣고 있었다. 그래서 정부 발표보다 좀 더 일찍 모금을 시작했다. 정부의 대책을 보면서 갑갑한 마음이 들었다. 가구 중심이 아니라 가구에서 이탈된 사람들에게는 지원금이 어떻게 전달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 탈가정한 청소년들의 경우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나서 더 어려워졌나?
"그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립을 위한 삶을 살아왔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무급휴가를 강제로 당해 쉬고 있거나 잘린 친구들이 있다. 새로운 아르바이트를 구하지 못하면 이들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 청소년을 해고하기 쉬워진다. 무급휴직 상태에 놓인 친구들이 많다. 새로운 아르바이트 자리는 못 구하고 월세는 내야 하고 거주 조건이 좋지 않다. 자꾸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다."

- 따로 살고 있다면 1인 가구로 지원할 수 있지 않나?
"현실적으로 집을 나와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더라도 미성년이기 때문에 스스로 전입신고를 한다든가 집 계약 자체를 하기 어렵다. 따로 사는 것조차 증명하기가 어렵다."

- 가족구성권연구소에서 낸 성명을 보면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 단위로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원가정에서 정체성 때문에 이탈한 친구들이 그동안 홀로 살아왔다. 이들도 분명히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이 이들까지 포용한 정책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혜택에서 배제된 사람들을 정부에서는 어떻게 포용할지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대체로 많은 복지 제도가 가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많은 청소년들이 원가정으로부터 탈출하지 않아도 가족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거나 보호받지 못한다. 함께 살고 있어도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가구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한다는 건 함께 살고 있는 여부와 상관이 없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환대받지 못한 피부양자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 대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덧붙이는 글 청소년 성소수자 긴급생계지원은 다음의 링크에서 할 수 있다. (https://m.socialfunch.org/ddingdong2)
#성소수자청소년 #띵동 #긴급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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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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