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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1981화

'방역 모범국' 싱가포르의 극약 처방 "4주간 나오지 말라"

교육기관 개학 2주만에 다시 재택수업... "모두가 마스크 착용" 지침 변경도

등록 2020.04.04 12:22수정 2020.04.0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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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오후 싱가포르 총리가 코로나19 관련 특별 담화를 발표했다 ⓒ 싱가포르 정부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가 지난 3일 오후 코로나19와 관련된 긴급담화를 발표했다. 4월 7일부터 4주 동안 싱가포르 대부분의 사업장은 문을 닫고, 학교는 9일부터 재택수업으로 전환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3월 초만 해도 하루 확진자 발생 수가 10명 이내로 나오는 등 코로나19 확산이 잡혀가는 추세였다. 그렇기에 학교도 개학하고, 가게들도 정상 영업을 하는 등 일상이 유지돼 왔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의 감염 확산으로 외국에서 싱가포르로 돌아 오는 자국민이 많아지면서 최근 2주간 매일 5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절반 정도는 역학조사를 통해서도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 4월 4일 현재 싱가포르(현지시각)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1114명, 사망자는 6명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감염자가 많고, 그들이 무의식적으로 다른 이들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고 판단한 싱가포르 정부는 대부분의 사업장을 폐쇄하는 극한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이 총리는 사태 확산을 막기 위해 몇 주에 걸쳐 점진적으로 대응을 강화하는 대신, 한번에 결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며 이를 전원 회로 차단기(서킷 브레이커)라고 표현했다. 

이 조처로 인해 시장과 슈퍼마켓, 의원과 병원, 공익 사업장, 운송 및 주요 금융 서비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장은 문을 닫는다. 관광 명소, 테마 파크, 박물관 및 카지노는 물론이고 쇼핑몰과 대부분의 상점들, 그리고 일반 회사까지 모두 문을 닫는다.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종교시설은 벌써 문을 닫았다. 
 

총리 담화 직후 대형 마트의 모습. 생필품을 미리 사 두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 이봉렬

  
다만 전략적이거나 글로벌 부품 공급망의 일부에 속하는 사업체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로 인해 기자가 일하는 반도체 회사 역시 문을 닫지 않는다. 대신 직원들의 근무 시간과 식사 시간을 서로 다르게 조정하고, 일하는 동안에도 직원들 간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손세정제와 마스크 비치, 정기적 체온 측정, 화상회의 시스템 사용 등의 각종 예방 대책을 수립하고 지켜야 한다. 

사업장 폐쇄는 사업주, 자영업자, 노동자의 경제적 손실을 의미한다. 정부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내 놓은 추경예산에 더해 6일, 기업과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적인 지원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2주 전 싱가포르의 개학은 개학 시기를 정하지 못한 한국에서 관심이 많았는데, 개학 후 2주 만에 다시 학교를 닫고 재택수업을 한다. 개학 후 학교별로 하루씩 시범적으로 재택수업을 실시했기 때문에 초기의 사소한 문제들(teething issues)을 해결했다고 한다. 유치원도 문을 닫지만 계속 일해야 하는 부모의 자녀들을 위한 제한적인 서비스는 제공이 될 거라고 한다. 

꼭 필요한 일 아니면 집에서 나오지 말 것
 

총리 담화문 전문 중에서 특별히 강조해 둔 부분.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한다. ⓒ 싱가포르 정부

   
총리는 개인의 행동 지침을 다음 세 가지로 요약했다. 집에 있을 것(Stay at home), 사교활동을 피할 것(Avoid socializing),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둘 것(Keeping a safe distance from others). 한 마디로 '꼭 필요한 일 아니면 집에서 나오지 말 것'(go out only to do essential things)을 주문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4월 7일부터 5월 4일까지 4주 동안 유효하며, 이는 14일로 알려진 코로나19 잠복기간을 두 번 넘기는 동안 해결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담화에서 한가지 특이한 내용은 마스크 사용에 관한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사태 초기부터 일관되게 환자가 아니면 마스크를 쓰지 말 것을 당부 했었다. 마스크 수급도 문제고, 마스크 착용보다는 손씻기가 더 효과적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동안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싱가포르 정부는 어제까지만 해도 환자가 아니면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했었다.

 하지만 이번 담화에서는 무증상자가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며 모두가 마스크를 쓰도록 지침을 바꿨다. 그러면서 5일부터 재사용 가능한 마스크를 모든 가정에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4월 3일 현재 싱가포르의 확진자 수는 모두 1114명. 싱가포르 정부가 지난 2월 7일 도스콘(Disease Outbreak Response System Condition, DORSCON) 경보 수준을 노란색에서 주황색으로 한 단계 끌어 올린 후에도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국민의 일상이 유지되는 선에서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제는 상황이 달려져서 총리가 직접 나서서 사업장과 학교를 닫는 극한 처방을 내 놓는 처지에 이르렀다. 이번 총리의 담화는 일상은 잠시 접어 두고 코로나19와 4주간 전력을 다해 싸우겠다는 싱가포르 정부의 선전포고다. 4주 후 이겼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싱가포르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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