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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통합 공약 뺀 민주당... 현 정부·여당의 한계"

[총선 주자들이여, 교육과 계층에 답하라] 교육불평등해소연대회의 강신만 위원장-조정묵 교사

등록 2020.04.06 12:11수정 2020.04.14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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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을 앞두고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이하 공정모임)은 '정시확대와 사시부활'을 교육·청년 공약으로 요구했다. 또 교육불평등해소를위한72개교육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대학서열 해소'를,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이하 법실련)는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를 통한 법조 기득권 해체'를 공약으로 요구했다.  

앞선 이종배 공정모임 대표와의 서면 인터뷰에 이어 '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대학서열 해소'를 4.15총선 공약으로 요구한 연대회의 관련자들과의 인터뷰를 싣는다. 지난달 20일과 지난 2일 강신만 교사(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전교조 부위원장)와 조정묵 교사(연대회의 참가단체인 사단법인 '한국교육100' 이사)를 인터뷰하였다. [기자주]
 

지난달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교육불평등해소를위한교육단체연대회의가 4.15 총선을 앞두고 18개 교육공약 요구안들을 발표하는 모습. 이 중 교육과 계층 문제와 관련해 '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이 들어 있다. ⓒ 교육불평등해소를위한교육단체연대회의

  
- 단체 소개를 부탁한다

'교육불평등해소를 위한 72개 교육단체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는 교육의 중요한 화두인 교육불평등과 경쟁교육 해소를 목표로 결성된 교육 관련 단체들의 연대기구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조연맹, 참교육학부모회, 흥사단교육운동본부, 한국교육100 등 72개의 교육단체들이 4.15 총선에 즈음하여 정치권에 우리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공약요구안들을 제시하기 위해 모였다.

오랜 기간 회의를 거듭하며 의견을 모아 요구안 후보안들을 만들고 온라인 국민투표로 그 순위를 선정했다. 그리고 지난달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18개 총선 교육정책요구안'들을 '10대 우선과제'와 '8대 주요과제'로 나누어 각 정당 및 후보에게 공약으로 할 것을 요구하는 발표를 했다. 최근 정의당과 민중당이 이를 받아들여 우리와 협약을 체결했으며 다른 정당들과도 계속 접촉 중이다.

- 공약요구안에 '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이 있는데, 무엇을 말하는가.

한마디로 전국의 대학들을 하나로 통합해 서열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미국‧영국‧일본과 달리 독일‧프랑스 등 유럽엔 이른바 '명문대학'이 없다. 그 나라들 대학엔 서열이 없어서다. 바로 이렇게 우리도 대학들을 하나로 통합해 서열을 없애고 평등화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어린 시절부터 학원으로 향하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는 문제, 각 가정의 사교육비 문제, 계층 간 소득격차에 따른 교육격차 문제 등의 심각성은 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 문제들의 끝에 '명문대학'과 '대학 서열'이 있다는 것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대학서열은 우리 교육문제의 핵심적 진앙지고 블랙홀이다. 그런데 이것은 필연적 숙명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이런 서열화된 대학구조는 '글로벌 표준'이 아니다. 미국‧영국‧일본에선 서열이 있지만 독일‧프랑스엔 서열이 없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유럽 등의 모습을 따라야 한다고 본다. 또 유럽에서 대학 평등화가 가능한 것은 대학공공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럽 대학들은 대부분 국공립대학들이어서 서열을 없애는 것이 보다 용이했다. 그래서 또 우리는,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가 공공성을 추구할수록 대학들이 평등해지고 학생들이 소모적인 경쟁에 내몰리지 않게 된다. 이에 우리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대학들의 공공성을 강화해 하나의 평등한 통합체제를 만들자는 내용의 공약요구를 하게 되었다. 즉, 가칭 '한국대학'과 같은 통합된 대학 네트워크 내에서 '신입생 공동선발 -> 공동 커리큘럼과 학점교류 -> 공동학위 부여'를 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대학 통합 네트워크 구축'이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학들을 통합할 수 있나

현실적으로 한 번에 이룰 수는 없고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1단계로 '국공립대학 통합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국공립대학은 국가의 관리 감독을 받으므로 이는 정치권의 의지만 있다면 비교적 어렵지 않을 수 있다.

2단계로 공영형 사립대학까지 포함하는 '전 대학 통합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공영형 사립대'란 사학비리 발생 시 등에 정부가 사학의 자율성을 제한하고 직접 운영하는 사립대를 말하는데 장기적으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에 통합되도록 유도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전국의 대학들이 하나의 통합된 평등대학체제를 이룰 수 있다.

- 이번 공약요구가 처음 하는 주장은 아니지 않은가. 연례적인 공허한 구호라는 지적도 있는데?

그런 지적이 교육운동을 하는 이들을 답답하게 하면서도 반성하게 하는 부분이다.

포털 실검 1위에 '김누리 교수'를 장식하게 한 JTBC <차이나는 클라스>의 '새로운 나라를 만든 독일의 교육'(지난달 3일 방송)에서 김누리 교수는 '대학입시 폐지'와 함께 '국공립대학 통합을 시작으로 한 대학 서열화 폐지'를 해야 독일교육과 달리 아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우리교육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런데 김누리 교수가 처음은 아니다. '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은 교육계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대학 서열 폐지' 주장과 운동이 있어왔다.

2004년 민주노동당이 서울대 폐지, 국공립대학교 통합 정책을 주장하며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대학 서열화 해소, 학력·학벌 차별 완화, 입시경쟁 해결 등의 근본적 대안으로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대학입학시험 자격고시화 등이 제시되었다. 관련 주제의 책도 여러 권 나왔다.

2007년 8월에는 경상대학교 정진상 교수가 '입시 폐지, 대학 평준화, 학벌 철폐'를 외치며 전국 자전거 대장정을 했는데 전국적으로 수많은 학생, 학부모, 교사와 교수 등 시민들이 응원하며 동참했다. 대장정 후 9월엔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가 출범했다. 국본은 당시의 열띤 주장과 논의를 구체적인 운동으로서 현실화하기 위해 조직된 연대체로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의 구심점이 됐고 그 출범식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도 참석하는 등 정치권의 동참도 있었다. 일선학교엔 입시폐지를 위한 동아리들이 생기기도 했고 거리 선전전과 토론회, 강연 등이 꾸준히 진행됐다. 국본은 점차 몸집을 불려갔고 '입시폐지‧대학평준화'는 현실이 되는 듯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이후로 국본의 활동은 계속 하락세였다. 여기엔 정권의 탓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교육운동이 너무 어려워졌던 거다. 일제고사가 생겨나는가 하면 자사고로 인한 고교 교육 서열화, 전교조 법외노조 등의 문제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결국 근본적인 문제가 입시폐지와 대학평등화에 있고 이를 위해 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함을 알면서도 이명박, 박근혜 정권 하에서는 그 지속적인 주장조차 결코 쉽지 않았다.

2016년 민주당의 공약과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대학 통합네트워크가 들어가고 그 추진을 위한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된 것은 그래도 어려운 여건 하에서 국본의 바톤을 이어받은 수많은 교육단체들이 꾸준히 목소리 내고 운동해온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그 구체적 실현에 들어서지 못했고 이번 4.15 총선에서는 우리가 공약요구를 하기 전까지 정의당만이 관련 내용을 교육공약으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23일 18개의 공약요구안에 '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을 다시 넣어 정치권과 정부에게 그 실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2007년 8월 정진상 교수가 '학벌 철폐'를 외치며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던 당시의 모습. 그는 "학력과 학벌철폐가 이뤄져야 아이들이 입시지옥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2000Km 자전거대장정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교육 관련자들을 만나 힘을 모았다. 그리고 그 해 9월,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가 출범했다. ⓒ 김문창

 
- 2016년 민주당과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음에도 대체 왜 아직까지 대학 통합 네트워크 구축이 추진되지 않고 있는 것인가?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국립대학들부터 통합해야 하는데 서울대가 법인화되어 그 동참을 요구하기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서울대가 빠지면 큰 의미가 없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단일한 한국대학 내에서 각 지방대학들을 캠퍼스로 유지할 때 그것이 또 다른 서열화를 야기하지 않을까 하는 문제, 사립대학들을 과연 동참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 등도 있다.

이처럼 당위와 원칙에 대해선 합의했어도 실제로 정치권이 이를 추진하는데 적지 않은 장애가 있긴 하다. 그런데 또 바로 그 지점에서 민주당이 기본적으로 보수정당의 한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대학 통합네트워크를 공약으로 하긴 했으나 논란이 싫으니 적극적인 추진은 피해왔고 지금도 침묵모드를 유지하고자 하는 듯하다. 진정으로 대학 서열을 폐지를 추구하는 진보적인 가치와 철학이 민주당 다수의 정체성은 아닌 거다.

민주당 및 문재인 정부 구성원 중 소수는 진보성이 있는 듯도 하다. 그러나 전체로 보면 어려움을 넘어설 정도의 진보성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이 현실화되고 있지 못하는 이유이자 현 집권여당과 정부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 대학 통합네트워크는 왜 필요한가

무엇보다 교육단체들인 우리는, '교육적 차원'에서 이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의 우리 교육은 아동‧청소년들을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 경쟁 자체는 문제가 아니겠으나 경쟁의 방식과 정도가 너무도 문제다. 우리 아이들은 타인과의 경쟁, 너무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있다. 줄세우기 위해 학생들 스스로 차별을 내면화 하도록 교육을 수단시 하는 경쟁은 옳지 않다.

경쟁 없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싶지만 상대평가 경쟁, 줄세우기 경쟁이 없는 나라는 충분히 많다. 그곳에서의 경쟁은 과거의 나보다 더 나아지려는 '나 자신과의 경쟁', '과정의 경쟁'이다. 이런 경쟁은 괜찮다. 또 대학, 명문대학을 꼭 나오지 않아도 삶이 위태롭거나 극심한 차별을 받지 않는 나라들에서는 모든 아이들을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지 않는 '작은 경쟁'을 하고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한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일선학교의 교사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협력 중심 교육으로 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학서열 체제 타파를 벗어나지 못하면 한계가 있다.

- 노동구조의 서열화 타파 없이 대학구조의 서열화 타파가 가능하겠는가

사회개혁(노동개혁)이 먼저냐 교육개혁이 먼저냐의 논쟁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논쟁이 끝없게 된다. 사회개혁을 하지 않는 한 교육개혁에 한계가 있다고 하여 교육개혁을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자기 영역에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교사나 교육단체는 교육이 차별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없애고 그에 공모하는 역할을 없애야 하고 진보단체나 진보정당은 사회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사회 평등화 노력과 교육 평등화 노력을 모두 기울여 쌍방향적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그 쌍방향적 노력 측면에서 연대회의가 '대학 통합네트워크'뿐 아닌 '학력차별 금지법 제정'도 공약요구안에 넣은 것이기도 하다. 우리는 조국 사건에서 드러난 청소년‧청년들의 분노가 곧 진학‧취업에서의 불공정성에서 비롯된 것이란 문제의식 하에 관련해 공정성을 담보하는 내용으로 특별법 제정안을 마련했다. 모집이나 채용부터 해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불공정을 제거하고 위반 시 처벌규정도 두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교육적 및 사회적 각 차원의 평등화 장치. 이것들이 작동되면 어느 것이 먼저 힘을 발휘하든 서로 긍정적으로 영향미치며 진정한 교육과 더 평등한 세상을 실현시킬 것이라 믿는다.
   
- 교육적‧사회적 평등화와 공정성 등을 얘기했는데, 정시에 비해 수시‧학종 등 비시험전형에 불공정 요소가 더 많지 않은지?

지난해 조국 사건 당시 공정사회운동단체나 보수야당 등에서 공정성 문제를 강하게 제기했다. 그런데 이들은 공정성 개념을 선택적으로 적용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다. 예컨대 나경원 의원의 자녀 입시를 둘러싼 특혜논란에 대해서는 조국일가를 향한 파상공세와는 달리 별다른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또 수시‧학종은 불공정하고 수능만이 공정하다는 이분법적인 논리를 앞세우는데, 공정성 문제는 정시와 수시의 전형방식이나 그 비율의 대소 관계에서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수시,학종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 답해야 한다면 다음의 얘기들을 하고 싶다.

일단 입시에서 수시 비중이 늘어난 배경을 알아야 한다. 대학들은 대입에서 수시 모집 비율을 2000년 3.4%, 2007년 51.5%, 2020년 77.3%로 계속 확대해왔다. 대학들이 수시를 선호하는 것은 상위권 학생들의 입도선매 효과, 적성과 연계된 지원으로 인해 수시 입학 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이 정시 입학 학생의 중도 탈락률보다 낮은 점, 여러 대학 지원가능한 전형방식에서 오는 경제적 수익(원서비 등) 등 때문으로 유추할 수 있다. 기득권층이 고의로 자신들의 자녀에게 유리하도록 수시 비중을 확대시킨 것이 아니라 대학들에 의해 그 비중이 늘었다는 얘기다.

수시 학종이 학생의 성장 발달과정과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한다는 긍정적인 도입 취지와 별개로 도입 초기 교사, 학생, 학부모들에게 여러 가지 부작용과 우려를 던지며 출발한 것은 사실이다. 내신 조작, 부모 찬스를 이용한 과도한 스펙관리, 입시 컨설팅업체의 난립 등이 언론에서 지적되면 이것이 수시와 학종의 불합리성과 불공정성을 증명하는 논거로 활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외부수상경력 학생부 기재 제한 등으로 초창기의 혼란과 시행착오를 걷어내고 제도가 안착되어가는 시점인데 부작용에만 집중해 수시 학종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수시에서 성과를 내려면 학교생활을 꾸준히 잘해야 한다. 시험기술이 뛰어난 학생보다 고등학교 생활을 성실하게 하고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이나 전공 영역에서 적합성을 보이는 학생을 대학이 선발한다는 것은 보다 교육적이다. 또 수시로 인해 일방적 전달 위주에서 관찰과 참여로 수업방식의 변화가 일어난 점도 간과할 수 없는 교육적 성과다. 학생들이 수능일변도의 입시제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토론, 토의, 논술, 세미나, UCC제작, 독서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탐색활동 다양한 경험을 하며 공교육 정상화가 이뤄진 측면이 분명히 있다. 교사들이 주도권을 놓치 않으려고 불공정한 수시와 학종을 선호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는 교육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단견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이런 점도 생각해봐야 한다. 소위 특수고와 학종의 불공정성의 관계다. 특목고‧자사고‧강남 8학군 교육주체들 중엔, 학교시험은 학교마다 또는 교사의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내신산출도 상대평가로 하다 보니 공부를 잘해도 1 ,2등급을 받지 못한다며 학생부교과전형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반면 또 한편에선 인서울 대학들이 은밀하게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며 학생부교과선발을 축소하고 학종으로 다수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특목고 자사고 강남8학군을 우대해 왔다며 이것이 불공정하다고도 한다.

전자의 불공정 주장은 형식적 공정성에, 후자의 불공정 주장은 실질적 공정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자의 특수고 등의 교육주체들은 그 학교 학생들이 받은 학교 차원의 입시중심교육, 사교육, 경제적으로 안정된 환경 결과만을 놓고 공정성을 판단한다. 지방 학생들의 결핍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들과 동일한 잣대로 줄세워질 것을 요구하는 거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선 이런 형식적 공정성에만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 공정성의 잣대로 보면, 은밀하게 고교등급제를 적용하는 (일부) 대학들의 신입생 선발은 매우 공정한 선발이 된다. 하지만 학생들의 능력과 자질을 현재의 결과, 성과만을 놓고 볼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의 배경 등까지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실질적 공정성 차원에서 보면 이는 불공정한 선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 형식적 공정과 실질적 공정으로 공정성 개념을 나누었는데, 연대회의가 지향하는 '공정성', '공정사회'란 무엇인가?

교육의 공정성을 말할 때는 교육적 측면도 고려해야만 한다. 수능은 학종에 비해 비교육적이다. 교과서적 지식에서 벗어나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기르거나 철학적 사유를 하기보다 획일적인 유형의 단편적 지식과 암기 위주가 중심이 되는 시험이니 그렇다.

또 수능시험이라는 한 줄 세우기 입시제도 앞에서 학교는 입시학원화되고 교육다운 교육이 존재하기 어렵다. 수능점수 중심 교육은 끊임없이 학생을 서열화하며, 명문대 입학이 그 학생의 사회적 위치를 결정한다. 이것이 과연 공정할까? 모두에게 같은 문제와 같은 시간이 주어지니 공정한 시험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획일적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의 서열과 장래가 결정되는 식의 전형방법은 창의적인 융합형 인재를 필요로 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와도 어울리지 않는 퇴행적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그렇다고 수시로만 줄을 세운다고 해서 공정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수시냐 학종이냐는 식의 이분법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논쟁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며 공허하다. 형식적 공정성, 즉 본질을 간과한 표피적‧기계적 공정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줄을 잘 세우는 것이 공정성의 전부라고 보는 관점의 가장 큰 문제는 '점수에 의한 차별을 내면화하고 당연시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경쟁을 통해 내가 저 위로 올라가는 것은 성공이고, 경쟁에서 도태되면 저항하지 말고 패배를 승복하며 밑에서 상층부를 떠받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도록 집단최면을 강요당한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스포츠 경기처럼 승자와 패자로 구분될 수 없다. '패자가 승복할 수 있는 사회'를 공정사회라고 주장하려면 인간의 총체적 삶의 각 부분에 대하여 사회구성원이 합의할 수 있는 승패의 기준과 규칙이 존재해야 한다.

우리는, 20:80의 사회에서 10:90의 사회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기득권카르텔의 권력과 자본, 언론에 대한 독점이 날로 강화되는 불평등 피라미드 구조 속에서 살고 있다. 부모의 배경 없이 자신의 노력으로 원하는 삶을 살고, 열심히 노력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는 사회가 아니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한 룰로 자유롭게 경쟁해서 피라미드 상층부로 올라갈 확률은 당연히 크지 않다. 따라서 공정사회로 가는 첫출발은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의 해체, 빈부격차해소를 위한 소득재분배, 저소득층 주거안정화 등을 통한 불평등 피라미드 구조의 개혁이어야만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연대회의는, 줄세우기 경쟁에서 도태되면 연속적으로 겪게되는 불이익과 차별을 당연시하며 승복하고 내면화하는 '노예적 굴종'을 공정사회의 가치로 여기지 않는다. 소득격차가 교육격차로, 교육격차가 학벌격차로, 학벌격차가 취업승진격차, 다시 소득격차로 이어지며 불평등이 심화되고 특권이 대물림되는 사회를 공정사회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대학서열화를 필두로 한 학벌사회의 철폐, 불평등 피라미드의 해체를 통한 '차별 없는 평등교육과 평등사회'를 공정교육, 공정사회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교조 주최로 열린 '교육 불평등 해소와 입시 만능 경쟁교육 철폐를 위한 고등학교 교사 선언 기자회견' 모습. ⓒ 김문창

 
- 정시와 학종 중 계층 간 이동을 보다 원활하게 하는 대입전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시의 핵심적 전형요소인 수능 성적은 강남8학군, 그 중에서도 대치동 사교육 출신들에게 유리하단 얘기를 하고 싶다. 같은 교육과정의 교과서로 공부하며 EBS교재로 전국이 동일하게 공부하니까 수능이 소득격차의 영향을 적게 받는 공평한 시험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1:1 맞춤형 사교육이나 소그룹과외로 반복훈련한 학생들이 획일적 시험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수능 상대평가에서는 더욱 세밀한 줄세우기의 필요성과 최상위권의 변별력 확보를 위해 문제를 비틀고, 교육과정의 경계를 벗어날 수 있는 고난이도의 킬러 문항을 출제한다. 결국 획일적 시험인 수능은 사교육인프라에 접근이 용이한 부유층에게 유리한 시험이다. 그간의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고교졸업생 비율 대비 정시 입학생 비율은 서울 경기가 비수도권 지방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어 지역별 편차도 드러난다. 세상의 편견과 달리 수능이 계층이동에 유리한 전형이 아니란 얘기다.

결국 정시든 수시,학종이든 '전형방식을 막론하고' 특목고 자사고 강남8학군 출신학생들이 계층 상승 내지 유지의 개연성이 높다. 여러 자료를 보아도 이들이 지방이나 수도권 일반고 학생보다 월등히 높은 비율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해오고 있고 특히 최근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 교육이 '계층이동의 희망 사다리'가 되어선 안된다는 것인가?

교육이 계층이동(상승)의 사다리로만 기능해야 한다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교육이 계층상승의 사다리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음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곧 교육의 목적이 계층이동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교육은 '가치로운 것을 가르치고 기르는 활동'이어야 한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그의 저서 <교육의 목적>에서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의 자기능력개발(self-development)을 북돋아주고 이끌어주는 데 있다. 지나치게 많이 가르치지 말라. 가르쳐야 할 것은 철저히 가르쳐라. 단지 박식함에 그치는 인간은 이 지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인간이다"라고 하여 교육의 목적과 본질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지금 우리의 교육은 인격체를 길러내는 둥지가 아니라 노동력을 양성하는 수단으로만 전락한 것 같다. 학력이 사회 경제적 지위를 결정짓는 학벌사회가 형성된지 이미 오래고 자녀들은 부모세대의 경제적 지위를 이어받고 있다. 어릴 때부터 안정된 계층에서 부모의 관리를 잘 받으며 자라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교육격차가 갈수록 커져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을 계층 상승의 수단으로만 인식한다면, 불평등한 계층 피라미드의 상층부에 자리잡기 위한 경쟁이 교육의 목적이 되고 그것을 위한 줄세우기를 어떻게 하는 것이 더 공정할까라는 저열한 의식세계에 갇히게 된다. 어떤 식으로 줄을 세워야 계층이동이 잘 실현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학벌사회와 불평등한 계층피라미드의 구조개혁을 모색해야 한다.

계층이동의 '희박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해서 양극화사회의 계층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계층 피라미드를 그대로 놓아둔 채, 어떻게 '사다리'에 올라갈 것인가를 골몰하게 하는 것은 기득권 옹호 논리다. 그들은 줄세우기에서 우위를 점하여 공정한 경쟁으로 사다리를 타고 상층에 올라왔다고 주장하며 하층에 있는 계층이 패배를 승복하도록 강제한다. 상층의 지배와 특권을 용인하며 상층의 기득권 행사를 정당한 것으로 수용하도록 이데올로기를 주입한다. 이제 우리는 기울기가 가파른 삼각형 모양의 계층피라미드를 중간층이 두터운 망고형으로 리모델링해야 한다.
  
- 대학 서열을 없애고 줄세우기 교육을 멈추지 못하는 것의 이면엔 '기득권'이 있다는 것인가?

당연하다. 교육이 모두의 관심사이면서도 교육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기득권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현 정권과 집권여당의 공약들에 모두 '대학 통합네트워크'가 있었음에도 현재 정부는 사실상 관련 정책을 멈춘 듯 하고 이번 민주당 공약에선 아예 공약으로 그것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왜일까. 기득권의 저항이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2018년 대학 통합을 추진할 때 각 대학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이 있었다. 정치권은, 공약으로 내걸 때와 달리 막상 추진하려다 보니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기득권에 맞서는 걸 피한 거다.

하나 더 그 정치권의 관계자들 자체가 기득권인 문제도 크다고 생각한다. 그들 자체가 스카이 출신인 만큼 정치적 스펙트럼은 달라도 여야를 떠나 학벌로 맺어진 학벌 카르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본다. 결국 이해관계는 첨예하고 기득권과의 싸움이 쉽지 않은 데다가 이를 추진한대도 교육의 특성상 그 효과는 매우 천천히 한참 뒤에나 나타날테니 정치권으로서는 그저 피하고 침묵하는 것을 답으로 택한 듯하다.
 

연대회의 참가단체인 사단법인 ‘한국교육100’ 이사인 조정묵 교사. ⓒ 조정묵

   
- 4.15 총선과 관련해 총선 주자 및 유권자들에게 바라는 점은.

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은 대학서열화폐지를 위한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이고 이걸 해내야만 복잡하게 얽힌 수많은 교육문제들이 비로소 해결된다. 근본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기득권과의 싸움을 반드시 수반하는 힘든 길이다. 또 현재 총대를 메고 나서는 이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정치권 인사들은 피하기 급급해 보인다. 그럼에도 힘을 모으고 해결해야만 한다. 

그런 점에서 4.15. 총선에서 일단 유권자들이 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축 등 교육개혁 공약들을 전면에 내세운 진보정당들에 보다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삶을 배려하는 교육과 세상을 만드는 정치가 시작되는 4.15 총선이 되기를 기대한다. '교육에서의 차별 해소'와 '연대'를 이루는 시작이 되기를 기대한다.

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관심을 거두지 말고 우리 연대회의의 72개 교육단체들 중 어디에라도가입하여 시민들의 작은 힘들을 모아주길 바란다. 2008년 특히 뜨거웠던 '교육혁명'의 불씨가 다시 피어나기를 바란다. '여럿이 함께' 꿈을 꾸면 꿈은 앞당겨진다고 믿는다. 대학 통합네트워크를 통한 대학서열폐지. 각론에서 설득력 있는 답이 아직 부족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옳은 길이라면 계속 고민하여 답을 찾으며 끝까지 가야하지 않겠나. 교육주체들과 시민들이 그 옳은 방향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총선이 되기를 바란다.

- '코로나보다 불합격이 두려운 청소년,청년들'에게 해줄 말은?

현 고3에 해당하는 18세 청소년들은 4.15 총선에 생애 첫 투표를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지금껏 청소년 시기의 정치교육에 관하여, '애들이 뭘 알겠느냐'며 어린아이 취급을 하거나 '다른 것은 신경끄고 일단 대학에 가야 한다'며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학교나 사회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18세 청소년들이 처음으로 임하는 총선에 대하여 무관심하거나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개학 연기와 비상한 시국 때문에 더더욱 관심사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18세 청소년들은 입시경쟁교육과 학벌사회의 모순을 온몸으로 겪어온 당사자다. 또 시시비비를 가리고 지혜롭게 판단할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이런 사실들을 잊지 말고 투표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보다 바람직한 교육과 사회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깊게 생각하여 투표권을 행사하기를 바란다. 18세 선거권은 이번 총선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것으로 그 자체가 역사적 진전인 만큼 신중하고 가치 있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아름답게 빛낼 청소년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덧붙이는 글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vs ’교육불평등해소를위한72개교육단체연대회의와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의 구도로 인터뷰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자칫 기계적 균형이 깨어지는 듯도 하지만, 공정사회만들기가 초중등교육과 법조인양성교육 모두에 관해 주장을 펴는 단체인 만큼 이런 구도가 불가피했습니다. 이 점 오해 없기를 바라며 양해를 구합니다.
#4.15 총선 교육공약 #정시와 수시 #사시와 로스쿨 #교육불평등해소를위한교육단체연대회의 #교육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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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현재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입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yoolawfir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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