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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이름 지은 주시경

[김삼웅의 '한글운동의 선구자 한힌샘 주시경선생' / 38회]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

등록 2020.04.05 16:25수정 2020.04.0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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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3년 12월 30일자 세종실록 훈민정음을 세종대왕이 직접 만들었다고 기록한 조선왕조실록 ⓒ 김경성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이란 명칭은 언제, 누구에 의해 처음으로 쓰여졌을까.

세종대왕이 창제할 때는 '훈민정음'이라 하였고, 이후 '정음(正音)', '언문(諺文)', '언서(諺書)', '반절(半切)', '암클', '국문(國文)' 등의 이름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위 명칭 가운데 '암클'을 제외하고는 명칭의 뜻이 한자어로부터 유래한 것이다. 따라서 이는 문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썩 바람직하지 않은 것임이 분명하다. 결국 암클이라는 부정적 명칭을 대체할 만한 순 한글 명칭이 있다면, 하는 아쉬움을 많은 사람이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한글이라는 명칭이 등장한 것이다. (주석 4)


조선시대 관학자들은 한문을 진문(眞文) 또는 진서(眞書)라 하고, 우리글은 언문 또는 암클이라 불렀다. 암클이란 아낙네(여성)들이나 쓰는 글이란 비하였다.
   

한글 맞춤법 통일안 2독회 회의를 마치고 화계사에서 촬영(1933. 8. 3.)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최현배, 두 번째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권덕규, 마지막 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이윤재. ⓒ 박용규

 
한글학자 이윤재는 1930년대에 '한글'의 명명자(命名者)가 주시경이란 논거를 제시하였다.

이윤재는 한글 명칭의 창안자와 한글의 의미에 대해 연구하였다. 이윤재는 1930년, 1933년 두 차례에 걸쳐 주시경이 1910년 경에 한글 용어를 창안하였다고 주장하였다.

1930년 「한글질의란(質疑欄)」(『동아일보』,1930년 12월 2일)이라는 글에서 이윤재는 "한글의  유래를 말하자면 한 이십여 년 전에 한글 대가(大家) 주시경 씨의 명명(命名)으로 지금까지 써옵니다."라고 밝혔다.

1933년 그는 다시 「제일특집 여자하기대학강좌, 제칠실 한글과 한글은 어떤 것인가」(『신가정』, 1933년 7월, 42쪽) 라는 글에서 "한글이란 말이 새로 생기어서 일부에서 많이들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한 이삼십(二三十)년 (이십삼 년의 오기 - 필자 주) 전에 우리글 연구의 대가 주시경 씨가 지은 말"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우리는 1935년 박승빈의 주장에 근거하여 최남선이 한글을 명명하였다는 학설(임흥빈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게 되었다. (주석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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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시경 선생 주시경 선생 ⓒ 한글학회

 
세종대왕기념관장 등을 지낸 한글 연구가 박종국도 주시경이 최초로 '한글'이란 이름을 쓰기 시작했다고 그 논거를 제시했다.


'한글'이란 이름은 주시경 님이 지어 쓰기 시작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나, 현재 남아 있는 최초의 기록으로는 신문관 발행의 어린이 잡지 『아이들 보이』의 끝에 가로글씨 제목으로 '한글'이라 한 것이 있다.

이 이름이 일반화하게 된 것은 '한글학회' 전신인 '조선어연구회'(1921년 12월 3일 창립)에서 1927년 2월 8일 창간한 기관지 『한글』을 발행한 데 이어 또 훈민정음 반포 8주갑(週甲) 병인년(1926) 음력 9월 29일을 반포 기념일로 정하여 '가갸날'로 명명한 뒤, 1928년에는 '가갸날'을 '한글날'로 고쳐 부르게 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공식으로 인정받기는 1946년 9월 10일 '한글날'이 공휴일로 제정되면서부터라 하겠다. 그런데 이 '한글'이란 이름을 제일 먼저 지은 분은 신명균(1889~1941) 님이라고도 하고, 최남선(1890~1957) 님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믿을 만한 말이 못된다. (주석 6)


주석
4> 김흥식, 『한글 전쟁』, 287쪽, 서해문집, 2014.
5> 박용규, 『이윤재』, 89쪽, 독립기념관, 2013.
6> 박종국, 『세종대왕과 훈민정음』, 166쪽,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84.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한글운동의 선구자 한힌샘 주시경선생‘]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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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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