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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검체 보낸 핀란드, 왜 그 지경이냐고요?

[현지리포트: 북유럽의 코로나19 대응 ②] 행복지수 세계 1위 핀란드는 지금

등록 2020.04.06 21:25수정 2020.04.2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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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나라들은 유엔이 매년 실시하는 '행복지수 조사'에서 늘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정부와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두텁기 때문이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북유럽 나라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의 사례를 싣는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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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오후 인천공항에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의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가 루마니아로 출발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나토 수송기는 지난 25일 1차로 방호복을 싣고 루마니아로 떠났으며, 이날 2차로 방호복과 진단키트를 수송하기 위해 인천공항을 방문했다. ⓒ 연합뉴스


저는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15년째 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6학년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핀란드는 괜찮아?"

최근에는 핀란드인들의 검체를 핀에어로 싣고 와서 한국에서 코로나19 진단을 한다는 뉴스를 접한 한국 지인들이 이런 질문을 합니다.

"핀란드는 코로나19를 진단할 수 있는 능력도 안 되는 거야?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왜 그 모양이야. 핀란드 국민들이 정부에 대한 불만이 하늘을 찌르겠네."

결론부터 말하면, 핀란드 국민들은 긴장하고 있으나 아직 심리적인 큰 동요나 혼란은 없습니다. 국민들은 정부와 보건당국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일간지 <헬싱키사노맛>의 4월 5일자 여론조사를 보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총리에 대한 만족도가 84%나 됩니다.

수도 봉쇄에도 코로나 대응 만족도 84%

핀란드는 UN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행복지수 조사에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전까지 주로 1위 자리를 차지했던, 같은 북유럽의 덴마크는 핀란드 때문에 2위에 머물러야 했지요. 한국은 이 행복지수 조사에서 올해 153개국 중 61위로, 작년보다 7단계 하락했습니다. UN의 행복지수 조사는 사회 안전망, 공동체 구성원 간의 신뢰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핀란드의 국립보건원(THL)은 4월 5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927명, 사망자는 28명이라고 밝혔습니다. 핀란드의 인구가 550만명으로 한국 인구의 약 10분의 1이니, 인구 대비 한국(4월 5일 현재 183명 사망)보다 조금 많이 사망한 셈입니다. 그러나 비슷한 인구를 가진 덴마크의 사망자 179명에 비하면 매우 선방하고 있는 셈입니다. 핀란드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84세입니다. 핀란드는 검사 역량을 지금보다 2, 3배로 늘리고 있어서 앞으로 확진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전문가들은 정점을 4월 말이나 5월 초로 보고 있습니다.

핀란드도 유럽의 여러 나라들처럼 현재 엄격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3월 16일 핀란드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모든 교육기관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10인 이상의 모임이 금지되었습니다. 3월 30일부터는 통제가 더 강화돼 5월 말까지 식당이나 술집 등이 전면 폐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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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항상 몰리는 헬싱키 대성당 주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적이 끊겼다. ⓒ 권보미

 
상징적인 것은 수도 헬싱키의 봉쇄입니다. 헬싱키는 유엔이 올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입니다. 그런데 이 헬싱키를 포함한 수도권에서 확진자의 70%가 나오자 167만명이 사는 수도권(우시마 자치구)을 3월 28일부터 봉쇄해버린 것입니다. 수도권의 사람들은 지방의 소도시에 별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로나19를 피해 이들이 소도시 별장으로 이동할 경우 의료시설이나 장비가 부족한 지방 소도시들에 큰 타격이 되기 때문에 봉쇄조치가 이루진 것입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현재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규정을 비교적 잘 따르고 있습니다. 슈퍼마켓도 예전엔 주 3, 4회 갔다면 주 1회만 가고, 계산대에서도 1미터 이상의 거리두기를 잘 실천하고 있습니다. 헬싱키는 마치 여름 휴가철의 텅빈 도시를 연상케 합니다. 이케아에 근무하는 한 지인에 따르면, 자택근무로 인해 작업용 의자나 책상의 구매가 평소보다 늘었다고 전합니다. 가족들이 하루종일 많은 시간을 제한된 곳에서 보내다 보니, 이후 이혼율이 늘지 출산율이 늘지 지켜볼 일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한국에 코로나 검사 의뢰, 알고 보니 사설 병원 

핀란드인들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호흡기 증상이 생기면 한국과 마찬가지로 병원으로 바로 가지 않고 정부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해서 의료기관의 지시를 따릅니다. 핀란드는 공공의료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수술을 포함한 대부분 치료비가 거의 무료에 가깝습니다. 일부 부담해야 하는 돈도 없으면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기관에서 형편을 확인한 후 전액 면제해 줍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공공병원에서 무릎수술, 허리수술을 받으려면 그 환자가 아주 위태롭지 않으면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 대기해야 하는 불편함이 싫은 경우에는 사설병원을 이용합니다. 물론 사설병원은 매우 비쌉니다. 위 내시경의 경우 공공병원은 무료인데 사설병원은 1백만 원 정도를 내야 합니다. 의료수준의 질적인 차이보다는 신속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설병원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공공병원과 사설병원은 서로 협업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공공병원의 의사가 이 환자는 매우 시급하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치료가 사설병원에서 이뤄지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면, 그 환자를 사설병원으로 보냅니다. 이 경우 치료비는 공공병원과 같습니다. 즉, 국가가 그 치료비를 대주고 신속한 치료를 해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의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할 때는, 그것이 치료가 아니라 감염 검사이기 때문에 공공병원에서 할지라도 국가지원이 없어서 195유로(한화 약 26만원)를 개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이마저도 병원에서 판단할 때 증상이 심한 사람부터 검사를 하니, 가벼운 증상이 있는 사람은 검사를 받고 싶어도 마음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감염검사를 빠르게 받고 싶은 사람들은 사설병원을 이용합니다. 사설병원은 코로나19 검사비가 1회에 249유로(한화 약 33만원) 정도입니다. 그 사설병원 중의 하나가 이번에 뉴스에 등장한 메힐라이넨 병원입니다.

메힐라이넨 병원은 주로 규모가 큰 기업들과 계약을 하고 그 종업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번에 메힐라이넨 병원과 10개의 대기업들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진단하기 위해 채취한 검체를 한국에 보냈습니다.

이에 대해 핀란드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혹시 이것을 핀란드의 의료체계가 붕괴된 사인으로 받아들이거나,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핀란드 정부의 무능으로 인식하는 건 아닐까요? 누군 빨리 검사받고 누군 늦게 받느냐면서 불평등하다고 불만을 갖진 않을까요?

담담한 핀란드인들 "정부 믿는다, 의료붕괴 아냐"

저는 최근 3일간 제가 알고 있는 10여 명의 핀란드인들에게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그들은 의외로 담담했습니다. 정부에 대한 신뢰는 여전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 핀란드 사람들은 그동안의 오랜 경험을 통해 환자의 상태가 아주 안 좋은 경우에 한해서 긴급하게 의료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것에 익숙합니다. 검사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들이 있었지만, 이것에 대한 불만이 그리 크지는 않았습니다.

둘째, 이번에 핀에어까지 동원해 한국에서 검체 진단을 한 메힐라이넨 병원은 의료 사기업이기 때문에 한 발 물러나 조용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검체 해외 공수를 해가면서까지 검사를 늘리는 배경에 상업적인 의도가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셋째, 이번 사례가 핀란드 '의료체계의 붕괴'로 해석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제대로 실천되고 있고, 그 덕분에 병원 시설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았고,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사망자가 아직 28명으로 큰 규모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넷째,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매우 예외적인 상황임을 국민들이 함께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단 장비나 검사역량의 부족으로 제한적인 검사를 해도 이를 정부의 대처능력 부족으로 비난하지 않습니다. 세계 2차대전 이후로 그 어느 나라도 예측하지 못한 사태가 벌어진,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이라는 것을 기본 가정으로 하여 사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핀란드 사람들은 정부의 대처능력 부족이나 행정력 부족을 탓하지 않습니다.

국토의 75%가 숲... 친환경 자가격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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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는 산과 호수와 바다의 나라다. 작년 여름 헬싱키 항구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 ⓒ 오연호

 
저는 핀란드에서 15년을 살았는데 아직도 그런 핀란드 사람들의 인식이 참 생소하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저와 전화 통화를 한 10명의 핀란드인들의 말을 바탕으로 그런 인식을 갖게 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분열보다는 단결을 중시하는 역사적 경험입니다.

핀란드는 스웨덴의 지배를 700년 가까이, 러시아의 지배를 100여 년간 받다가 20세기에 들어 독립했고 수차례 큰 전쟁을 치렀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언쟁으로 서로 분열하기보다는 일단 행동으로 서로 하나가 되어 뭉쳐야 한다는 인식이 전통적으로 강합니다. 그래서 '비난과 평가는 문제 해결을 한 이후에'라는 인식이 문화로 자리잡혀 있습니다.

둘째, 정부에 대한 신뢰가 평상시에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핀란드 총리 산나(Sanna Marin)는 34세의 젊은 여성으로 최연소 총리이지만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초기에 공항에서 의심환자들을 검역, 분리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수용해주는 편입니다. 이런 배경에는 그동안 핀란드 정부가 투명성지수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받아왔다는 점이 있습니다.

아직 핀란드의 코로나19 사태는 가장 위험한 시기를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재까지의 모습으로 평가를 하긴 이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민들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패닉은 없고, 정부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친환경적인 자가격리를 함으로써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있는 듯합니다. 한 핀란드인은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핀란드에 숲이 많아서라고 합니다. 국토의 75%가 숲이고, 호수는 18만개나 됩니다. 

"숲이 어디에나 있어서 좋다. 헬싱키에는 곳곳에 숲이 있고, 내 집 주변에도 있다. 이렇게 친환경적인 환경에서 자가격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핀란드인들은 이렇게 긍정적인 사고와 인내심으로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견뎌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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