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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다리로 오래 서기, 이 자세에 담긴 마음가짐

[누구나 아는 요가 아무도 모르는 요가] 브르크사사나, 가루다사나

등록 2020.04.13 21:05수정 2020.04.13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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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요가를 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경험하는 요가는 극히 일부분입니다. 요가를 수련하고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요가에 대한 엄청난 오해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저의 경험을 섞어가며 요가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도모하고자 합니다.[편집자말]

단연코 내 인생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에는 매우 인상적인 요가 장면이 나온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엥? 웬 요가? 그런 건 없었는데?'라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멕시코시티의 로마지구 중산층 백인 가족의 충실한 가정부로 일하는 원주민 여성 클레오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페르민이란 남자와 데이트를 하다가 임신을 하게 되는데, 이것을 알게 된 페르민은 클레오를 버리고 도망간다.

클레오가 수소문하여 찾아가니 페르민은 고도의 무술 훈련을 받고 있다. 그를 비롯한 건장한 근육질의 수많은 남자들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와 집중력으로 일사불란한 무술 동작을 선보인다. 주위엔 순진한 마을 사람이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다.

훈련이 끝날 무렵 온 몸에 딱 붙는 타이즈 차림의 소베크 교수가 나타난다. 훈련받던 남자들과 구경꾼들까지 모두 놀란다. 소베크 교수는 멕시코 대중들에게 매우 잘 알려진 영성지도자로 TV에도 자주 출연하는 유명인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인사한다.

"에너지가 여러분과 함께 하길! 인간에게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어서 육체 훈련을 통해 단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적은 본인의 의지가 강해야만 일어납니다. 여러분의 정신이 육체를 움직이는 겁니다."

그리고 그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여 단 몇 명의 라마승과 무술 고수만이 할 수 있다는 굉장히 어려운 자세를 보여준다. 눈을 감고 한쪽 다리를 접은 채 나머지 한쪽 다리로 서서 균형을 잡는 자세다. 남자들은 '애걔, 겨우 저거야?'라며 술렁인다. 소베크 교수는 공중부양이라도 할 줄 알았냐며, 쉬워 보이면 직접들 해보라고 말한다.

무술을 연마해 온 남자들뿐 아니라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까지 너나없이 그 자세를 따라해 본다. 그런데 쉬울 것 같은 그 자세를 아무도 해내지 못한다. 비틀거리고 잠시도 제대로 서 있지 못한다. 구경하던 클레오도 남들을 따라 자세를 잡아보는데…

이때 카메라는 계속 흔들리고 뒤뚱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홀로 꼿꼿이 서 있는 소베크 교수를 다시금 보여준다. 이 자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이제야 알겠냐는 듯. 그리고 이어서 클레오를 보여준다. 클레오는 눈을 감고 한쪽 다리로 서서 미동도 없이 고요하다.

클레오는 요가는커녕 신체훈련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알지도 못하는 가난한 가정부다. 매일 매일 청소, 빨래, 부엌일에 아이들까지 돌보는 고된 삶을 그저 묵묵히 이어갈 뿐이다. 균형 잡힌 몸매도 아니고 임신을 해서 배까지 불룩하니 커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어떻게 클레오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단 한 명도 성공하지 못한 고난이도의 자세를 유일하게 해낼 수 있었을까? 평생 정신과 육체를 단련해온 소베크 교수가 기적이라도 되는 양 자랑스럽게 보여준 그 자세를 클레오 같은 여자가 어떻게 그렇게 고요하고 자연스럽게 해낼 수가 있었을까?

그 이유는 영화 전체를 보면 알 수 있다. 클레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위 장면도 꼭 눈여겨보시길 바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요가 장면이라고 단언한다. 인터넷에 가득한 근사하고 환상적인 요가 사진들을 초월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그 장면에 담겨 있다.

한쪽 다리로 오랫동안 설 수 있다는 것
   

가루다사나 ⓒ 이운식

 
영화 속에 나온 자세와 비슷한 아사나로, 한쪽 다리로 균형을 잡고 서는 '브르크사사나'(나무자세)가 있다. '가루다사나'(독수리자세)가 어려운 경우 브르크사사나로 수련한다. 두 가지 아사나가 같은 목적과 같은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유지하는 대부분의 아사나들과 달리 이 두 가지 아사나는 눈을 뜨고 수련한다. 눈을 감기가 어려워서도 그렇지만 눈을 깜박이지 않고 한 점을 바라보면서 집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브르크사사나, 가루다사나는 아즈나 차크라에 집중하는 아사나다. 아즈나 차크라는 이마 한 가운데에 있다. 뇌의 중심에 존재하는 솔방울샘과 깊은 관련을 가진 '제3의 눈'과도 일맥상통한다.

아즈나 차크라는 정기(精氣)의 중심, 영적인 통찰력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마 한가운데에서 수평으로 뻗어나간 한 점을 눈 깜빡임 없이 응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한쪽 다리로 서서 균형을 잡아야 할까?

한쪽 다리로 오랫동안 설 수 있다는 것은 내 몸의 중심이 흔들림 없이 형성되어 있다는 뜻이다. 몸의 중심은 마음의 중심을 받쳐준다. 마음의 중심은 정신의 중심을 지지한다. 이렇게 '몸-마음-정신'이 하나가 되어 중심을 이루고 이 에너지를 아즈나 차크라로 모으는 것이 브르크사사나, 가루다사나의 핵심이다.
 

브르크사사나 ⓒ 이운식

   
따라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몸이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는 일이다. 영화 속 소베트 교수와 클레오의 자세를 보면, 들어 올린 다리를 구부려서 옆으로 벌리고 발바닥을 서 있는 다리의 안쪽 무릎에 대 주었다. 눈을 뜬 상태로도 그리 쉬운 자세는 아니다. 이것은 근력이나 유연성, 혹은 스트레칭으로 해결되는 차원이 아니다. 소베트 교수의 말처럼 강한 의지로 성취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내면은 자기 자신만이 알고 있고, 그 중심 또한 자신만이 찾을 수 있다. 처음부터 멋진 자세를 만들어 보려는 욕심에, 흔들리는 몸을 기우뚱 기우뚱 하며 지탱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쉬운 자세부터 시작해야 한다. 들어 올린 발바닥을 서 있는 다리의 발목 안쪽에 대어준 상태로 내면의 중심을 찾아보자.

물리적인 내면과 정신적인 내면을 일치시키도록 노력한다. 이 상태가 익숙해지면 들어 올린 발을 무릎 안쪽으로 올려보고, 그 다음 더 익숙해졌을 때 허벅지 안쪽까지 올리면 된다. 팔의 자세 또한 처음에는 두 손을 합장하여 가슴 한가운데에 모으고, 숙련되면 팔을 올려서 합장한 손끝을 하늘 높이 향하게 한다.

눈을 뜨고도 어려운 이 자세를 클레오는 눈을 감고 조각상처럼 고요하게 유지했다. 자기를 임신시키고 도망친 비열한 남자를 만나러 온 비참하고 서글픈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던 내면의 깊은 중심을 감히 상상해본다. 때때로 고난은 마음의 중심을 찾아주는 고마운 선물임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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