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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휴업수당 받으려 해도... "너희는 혜택 없어"

[스팟인터뷰]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 "사내하청 및 파견 노동자들, 직접 지원 가능하게 해야"

등록 2020.04.07 11:34수정 2020.04.0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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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갑질 119 설문조사 자료, 해고 및 권고사직이 3월 중순 이후 급증하고 있다. ⓒ 직장갑질 119 유튜브 기자회견 캡처


"너희는 계산되지 않는다."

인천공항에서 조업사로 일해 온 A씨가 최근 회사로부터 직접 들은 말이다.

A씨는 6일 오후 온라인으로 열린 '직장갑질119' 기자회견에 증언자로 참여해 최근 정부가 "대한항공 등 여행업종에 휴업수당(고용유지지원금) 90%까지 지원한다"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 "'인력업체에서 파견 나온 직원은 어떤 혜택도 받을 수 없다'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지상)조업사는 항공기가 착륙할 때부터 이륙할 때까지 지상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일을 도맡아 하는 노동자들이다. 보통은 수하물 상·하역 작업, 항공기 급유, 항공기 청소, 기내용품 탑재 등의 업무를 맡아 수행한다.

A씨는 "우리(조업사)들은 겉으로 봤을 때는 대한항공 직원 같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언제 잘려도 모르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지난 3월부터 직원 90%가 무급휴가를 당한 상태가 됐고, 4월에는 단 하루도 출근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정말로 생계가 막막하다. 모아 놓은 돈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월세를 내기도 버겁다. 수입이 급감한 근로자들이 직접 (휴업수당을) 지원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정부가 사각지대에 놓인 우리 같은 근로자들을 살펴주면 감사할 것 같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받은 관광 관련 업종을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하는 고시를 제정했다"면서 "사업장 규모와 관계없이 오늘부터 9월15일까지 6개월 동안 지원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항공사 등 관광운송업 등 관련 사업장이 휴업할 경우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휴업수당의 90%까지(1일 지원한도 7만원)를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지급하게 된다.

문제는 A씨처럼 인력업체 파견 노동자는 사각지대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 참석한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회견 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의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보험에 가입돼 신고된 사람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노동자는 현저히 낮다"라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가 소속된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22일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취업자 2735만 명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1352만 명에 불과하다"면서 "이중에서도 기간제와 사내하청, 파견용역 등을 제외하면 전체의 22.2%에 불과하다"라고 설명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중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 385만 명은 휴업수당 대신 계약 해지를 당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분류되는 사내하청 노동자 300만 명 역시 폐업이나 계약해지로 휴업수당을 받지 못한다. 파견용역 49만 명은 채용과 해고를 수시로 하는 '인력파견업종'이기 때문에 신청대상조차 될 수 없다. 학습지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 220만 명도 '프리랜서'다. 이 말은 취업자 10명 중 8명에게 휴업급여는 그림의 떡이라는 의미다."

"경총, 코로나 위기 상황 이용해 규제 완화 요구"
 

직장갑질 119 윤지영 변호사 ⓒ 알바노조

 
이날 윤 변호사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에 대해 "코로나 위기 상황을 이용해 자유로운 해고와 비정규직 확대, 사업주에 대한 각종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기업 편이 아니라 노동자의 편에 서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경총은 '경제활력 제고와 고용·노동시장 선진화' 8대 분야 요구를 국회에 제출했다. 경제·노동과 관련해 ▲ 법인세와 상속세 완화 ▲ 연장근로 허용 사유 확대 등 근로시간제도 유연성 확대 ▲ 경영상 해고 요건을 '경영합리화 조치가 필요한 경우'로 완화 ▲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를 '소정근로시간'만으로 최저임금법에 규정 ▲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 부당노동행위 사용자 형사처벌 규정 삭제 ▲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형사처벌 폐지 또는 축소 등 40개 입법 개선 과제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윤 변호사는 "이탈리아는 코로나 위기 상황 속에서도 해고 등을 일시 중지시키는 방안을 법으로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노동자에게 현재 2400억 원에 불과한 예산을 확보 지원하려고 한다. 이에 반해 기업에는 10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해고 대란이 이어질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해고를 일시적으로 중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탈리아는 현재 '합리화된 객관적 사유'가 있을 경우라도 해고를 금지하는 긴급조치를 발동했다. '이탈리아 구제령'이라 불리는 이 조치는, 지난 3월 17일부터 5월 16일까지 60일 동안 해고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직원의 수에 관계없이 개별적 해고 및 구조조정도 금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본문제 해결해야"
 

코로나 갑질과 관련된 직장갑질 119 설문조사 자료 ⓒ 직장갑질 119 유튜브 기자회견 캡처

 
윤 변호사는 이날 통화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장이 얼마나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지 다시 한번 드러났다"면서 "정말로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비정규직 구조를 줄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위장도급뿐 아니라 파견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보니, 무엇이 합법인지 불법인지조차 경계가 모호한 상황에서 피해가 더 많이 발생했다. 특히 공항 노동자들 경우 파견 형태가 엄청나게 많다.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술한 규정 때문인데, 정부는 지금 당장 파견업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파견허용 업종에 대한 제한도 강화해야 한다."

그는 대안으로 "영세사업장에서도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은 휴업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곧 휴업수당이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정부의 정책이 적용되지 않음을 뜻한다. 휴업수당이 가장 필요한 노동자들에게 직접 지원될 수 있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직장갑질 119는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1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받은 제보를 분석한 결과 총 3410건 중 37.3%가 코로나19로 인한 갑질과 관련한 제보였다"면서 "3월 초만 하더라도 연차강요가 많았는데 중후반을 넘어서면서 권고사직이 급증하고 있다. 자칫 해고대란이 올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직장갑질 #직장갑질119 #윤지영 #휴업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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