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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배민 사과 인정 못해", 공공 배달앱 만든다

수수료 인상 논란에 "원상복구" 요구, 공공앱 개발 착수... 꼬리내린 배민 "고개 숙여 사과"

등록 2020.04.06 18:47수정 2020.04.0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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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 경기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6일 국내 1위 배달앱 업체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수수료 인상 논란에 대해 사과한 것과 관련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며 수수료 체계의 원상복구를 요구했다.

이재명 지사는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배민의 사과에 대해 "일단 다행스러운 일로 환영한다"면서도 배민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 없이 이용료 체제 개편만 언급한 것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반발 모면을 위한 임시조치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지사는 이날 경기도주식회사를 중심으로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배달업자는 물론 음식점주와 플랫폼개발자들이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공공 배달앱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독과점 횡포" 압박에 배달의민족 "고개 숙여 사과"

앞서 배민은 새 요금제로 인한 요금인상 논란에 공식 사과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날 김범준 대표 명의의 사과문에서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우아한형제들은 또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과 주문을 독식하는 '깃발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체계를 도입했지만,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 상황 변화를 두루 살피지 못했다"며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주문이 늘고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분들의 입장은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깃발꽂기'는 대형 업소들이 배민 앱 화면 상단을 독점하려고 수수료를 더 내고 같은 업소 광고를 서너 개씩 등록한 뒤 반복 노출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배민은 즉각 새 요금체계인 오픈서비스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업주들과 각계의 의견을 들어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소들에 대한 보호 대책 등 보완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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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 ⓒ 배달의민족


우아한형제들은 "소비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영세한 사장님들일수록 부담이 증가하는 불공정한 깃발꽂기 문제를 해결하고, 사장님들에게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성명 내용에 의하면 특정 업체의 과도한 깃발꽂기 부작용으로 인한 이용업체들의 불이익과 부담을 덜기 위한 선의의 조치였고 그로 인한 부작용을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한다"며 "그렇다면 반성과 사과에 따른 조치는 이용료 체제 원상복구와 깃발꽂기 제한이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이어 "그러나 성명은 원상복구에 대한 언급은 없이 또 다른 이용료 체제 개편을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체제개편으로 인한 이익증가(이용자의 부담증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현대의 기업들은 수익창출 능력만큼 높은 윤리경영과 사회적 기여가 요구된다"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촛불 하나로 국가권력을 교체할 정도로 높은 시민의식과 실천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 잊지 마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공공 배달앱' 개발 이어 '독점적 지위 남용 제한' 입법 등 추진

특히 이재명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참가한 가운데 '배달 앱 독과점 및 불공정 거래 관련 대책회의'를 열고, '공공 배달앱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재명 지사는 "과거의 시각으로 경제의 자유, 경쟁의 자유 이러한 것들을 지나치게 존중하다 보면 소위 플랫폼 관련 기업들의 과도한 집중과 부의 독점, 그로 인한 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착취나 수탈이 일상화 될 수 있다"면서 "억강부약을 통해서 모두가 함께 공존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정부의 역할인데 그러한 측면에서 우리 경기도도 이 문제에 관한 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어 "경기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화폐나 기본소득이 전국으로 퍼지는 것처럼 공공 배달앱도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면서 "경기도에만 국한하지 말고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넓게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공공 배달앱 개발과 함께 사업자들의 독점적 지위 남용을 제한하는 입법 제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지사는 "카드 수수료도 법으로 제한하는 것처럼 가격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업체들의 이용료 결정에 대해 법적상한을 두거나 일정한 심사를 거쳐서 결정하게 하는 제도가 바람직하다"면서 "국회를 통해 입법이 가능하도록 요청하자"고 말했다.

경기도는 또 독과점 문제에 대해 직접적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민의 기업결합 심사과정 등에서 독과점 같은 부정적 측면들을 감안해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이재명 지사는 세무조사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하면서 "일단 배달앱의 매출과 비용, 수익기반, 지방세 납부 여부 등을 조사한 후 실제 조사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미 시 차원에서 '수수료 제로 앱'인 '배달의명수'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는 전북 군산시와도 협의를 마쳤다. 이밖에 경상북도, 서울 광진구, 울산 울주군 등 전국 지자체들도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4.15 총선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오산시 국회의원 후보는 6일 소상공인, 자영업자 전통시장 지원 대책의 하나로 공공 배달앱(오산시민배달앱) 개발 운영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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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4일 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사실상 배달앱 시장을 독과점 하고 있는 ‘배달의민족’을 향해 “독과점의 횡포가 시작되는가 보다”라고 지적했다. ⓒ 이재명페이스북

 
배민, 정액제->정률제 변경... 중소상공인 "부담 증가" 반발

한편 지난해 12월 독일 기업 배달앱 '딜리버리 히어로'가 국내 1위 업체였던 배민을 인수 합병하면서 현재 국내 배달 사업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독점적 지위를 얻었다. '딜리버리 히어로'는 국내 배달앱 시장 점유율 2위·3위인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배민은 지난 1일부터 월 88,000원이던 광고수수료 대신 자신들의 앱을 통해 발생하는 매출의 5.8%를 받는 정률제(오픈서비스)를 발표해 논란이 됐다. 중소상공인들은 정액제가 아닌 정률제의 경우 업주의 부담이 증가하고, 배달노동자의 처우가 더 악화할 뿐 아니라 소비자인 시민들의 배달비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재명경기도지사 #배달의민족 #김범준우아한형제대표 #배민수수료인상 #배민독과점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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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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