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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삶이 무너지고 있다"

무급휴직에 해고까지... 소득 0원,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난사

등록 2020.04.07 18:04수정 2020.04.0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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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짤리거나 무급휴직, 과로사 당하는 비정규직 증언대회'가 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지금 당장 모든 해고를 금지해야 합니다. 이미 인천공항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2000명 넘게 해고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신음하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장에 섰다. 서른 명이 넘는 노동자들은 회색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낀 채로 비정규직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방어막은 모두에게 동일하지 않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고통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을 수 없어 '악'소리를 내겠다며 증언대회를 한다"라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짤리거나 무급휴직, 과로사 당하는 비정규직 증언대회 및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는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위기에 처한 당사자들이 차례대로 나와서 증언을 이어갔다.

간혹 지나가는 선거 유세 차량에 의해 목소리가 묻히긴 했지만, 마스크 밖으로 뚫고 나오는 증언에 지나가는 행인들도 고개를 돌려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날 목소리에 가장 날을 세운 사람은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 김태일 지부장이었다. 김태일 지부장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해고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천공항과 대한항공은 해고 회피 노력도 없이 8개 하청업체를 두고 살인적 해고를 벌이고 있다, 인천 영종도에서는 벌써 2000명이 해고됐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인천공항은 지금 법도 눈물도 없다"면서 "비정규직을 이번에 없애야 한다. 비정규직이 없는 나라에서 살다가 죽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방과후학교 강사들 "개학도 기약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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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짤리거나 무급휴직, 과로사 당하는 비정규직 증언대회'가 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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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짤리거나 무급휴직, 과로사 당하는 비정규직 증언대회'가 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개학이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소득 0원 상태가 된 방과후학교 강사들도 이날 거리로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이진욱 지부장은 "실기나 체험 과목이 대부분인 방과후학교는 온라인 수업도 불가능하다. 방과후학교는 100% 휴업 상태로 수업이 없으면 수입도 없다"고 말했다.

이진욱 지부장은 "방과후학교 강사도 학교의 노동자"라며 "이런 방과후학교 강사들에게 실업급여나 휴업수당이 아무 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교육당국은 강사들의 안전망을 만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매출이 줄었다고 주장하는 16년차 대리기사도 이날 증언대회에 참석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박구용 수석부위원장은 "2월에 비해 3월엔 총매출이 무려 62%가 줄었더라"라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대리운전노동자이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밤길을 헤매는데 마스크를 안 썼다고 손님에게 폭행당하는 기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구용 수석부위원장은 "코로나 재난은 노동기본권을 빼앗긴 특수고용노동자의 꽉 막힌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감이 없는 건 봉제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화섬식품노조 서울봉제인지회 이정기 지회장은 "2월부터 5월까지가 가장 바쁜 성수기인데 내수 부진으로 일감이 예년 5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일감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동대문 주변 객공들(임시직 노동자)은 오늘 일하고 내일 어찌될지 모르는 거의 반실직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모든 해고 금지 ▲비정규직,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에게 휴업수당, 실업수당 지급 ▲이주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동일 지원 ▲노조할 권리를 모든 노동자에게 ▲4대보험 적용을 모든 노동자에게 ▲아프면 쉴 수 있게 상병수당 보장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1000조 원 환수를 주장했다. 이들은 오는 25일 전국 비정규직들을 모아 청와대로 행진할 것을 예고했다.
#비정규직이제그만 #세종문화회관 #코로나19 #경제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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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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