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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코로나192101화

일광욕 하는데 경찰이... 이토록 엄격한 영국 '락다운'

[영국은 지금] 코로나19로 매일 새로운 상황... 30년 살며 이런 풍경은 처음

등록 2020.04.09 07:43수정 2020.04.0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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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전경 ⓒ 런던 EPA/연합뉴스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으로 영국은 현재 락다운(lockdown, 이동제한령) 상황이다. 얼마 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일어났을 때 영국 언론과 영국인들은 '2차대전 이후 가장 큰 영국의 위기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브렉시트 이슈는 완전히 묻혀 버렸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영국이, 아니 전 세계가 가장 큰 위기 상황'이라고 영국인들이 입을 모아서 말한다. 더구나 지난 6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중환자실에 입원하면서 영국인들은 비상 상황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동제한령 이후의 영국 풍경


지난달 '코로나19 사태'가 영국에서 막 시작됐을 때 필자는 영국인들의 '사재기'를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영국에서 30년째 생활 중이지만 평소 차분한 모습의 영국인들을 봐서 그런지 사재기 현상을 처음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요즘은 정부의 권고로 사재기 현상은 많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쇼핑 때 앞뒤 고객들과 최소 2미터 거리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쇼핑시간이 전보다 최소 2배 이상 걸린다. 2미터 거리 유지는 은행이나 버스정거장이나 어디서든지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보면, 런던이나 대도시가 나치 독일에 폭격 당하는 2차세계대전을 몸으로 겪은 노인 세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체로 차분한 편이다. 하지만 전후세대, 특히 젊은 세대는 현 상황을 아주 버티기 힘들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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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에 이어 23일 영국정부는 슈퍼마켓과 약국 등을 제외한 모든 상점에 대해 휴업령을 내렸다. 사진은 런던 윔블던의 복합쇼핑몰. ⓒ 김종철


내 일상생활도 코로나19로 많이 변했다. 먼저 대학생 자녀들이 지난달 말 대학에서 다 집으로 돌아왔다.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통학을 안 하고 대학 기숙사나 대학 인근 숙소에서 생활하고 방학 때만 집에 온다. 다수의 영국 대학생들은 집에서 먼 다른 도시의 대학을 다니기에 통학하는 학생들이 극히 드물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고, 숙제도 이메일로 보내거나 대학교 전용 블로그에 올린다. 시험도 온라인 오픈북 테스트 또는 과제물로 대신한다.

대학생들이 정부에서 등록금과 생활비를 융자받기에 (1990년대까지는 100% 무료였다) 우리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아이들은 요즘 아내에게 생활비를 지불한다. 영국에서는 성인이 된 아이들이 부모 집에 있으면 매달 생활비를 낸다.

교회나 종교시설에 갈 수 없는 교인들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린다. 전화, 컨퍼런스콜, 줌인 등으로 교인들과 회의를 하고 이메일이나 전화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면역력이 약한 70세 이상 노인들은 정부에서 자가격리와 최소한의 외출 그리고 외부인 접촉 자제를 권고했다. 지난주 같은 동네에 사시는 장모님의 생신이었는데, 할 수 없이 아내는 먼발치에서 장모님에게 선물을 전달해 드리고 서로 손만 흔들었다. 원래 장모님을 우리 집에 초대해 함께 식사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로 그런 모든 계획은 취소됐다. 사람을 만날 수 없는 어르신들은 외로움을 많이 탈 수밖에 없다. 아내도 거의 매일 장모님에게 안부 전화를 드린다. 

급여 80% 받으며 자원봉사 하는 휴직자들

아내는 요즘 재택근무를 한다. 내가 일하던 직장은 재택근무가 안 되는 곳이어서 지금 일시휴직(Furlough leave) 중이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휴직 중인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에게 급여의 80%를 지불한다. 그래서 필자처럼 코로나19의 여파로 휴직한 사람들은 급여의 80%를 받고 대개 NHS(국가의료서비스) 등 공공기관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현재 약 150만 명의 영국인들이 NHS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필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자원봉사를 한다.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예를 들면 병원에서 환자 안내, 자가격리 중인 노약자 집을 방문해 말동무 해드리기, 노약자들을 위해 대신 쇼핑하기, 노약자들에게 의약품 배달하기, 병원 구내식당에서 요리나 서빙 도와주기, 노약자 반려동물(개) 산책 해주기 등이다. 이럴 경우 모두 2미터 이상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접촉한 물품은 소독 수건으로 닦아야 한다. 외출이 어려운 자원봉사자의 경우는 외로운 노약자들에게 전화로 안부를 묻고 말동무를 해드릴 수 있다. 방법은 아주 많다.

나는 노약자를 방문해 위로나 말동무 해드리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물론 이때 2미터 이상 안전거리를 반드시 지키고 내가 만졌던 모든 물품을 소독수건으로 닦거나 고무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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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찰이 5일(현지시간) 런던 그리니치 공원에서 일광욕하는 시민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이동제한령에 따라 귀가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맷 핸콕 보건장관은 시민들이 이동제한령을 계속 무시할 경우 야외활동을 금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런던 EPA/연합뉴스

 
이동제한령을 선포한 영국 정부는 일반인들에게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이나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꼭 필요한 경우'로는 ▲ 생필품이나 의약품 구입 ▲ 병원 진료를 위한 외출 ▲ 하루 한 번 운동을 위한 동네 외출이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큰 주립공원(country park)들도 다 문을 닫았다. 그래서 동네 공원을 가면 인산인해로 항상 붐빈다. 또 다수의 직장인들이 재택근무를 해서 평일 대낮에도 시내에 차량이나 인파가 거의 없다. 반면 동네 주택가에는 주차된 차량들 사이로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 특히 해가 귀한 나라라 날씨가 좋은 날은 산책하는 사람들로 길거리가 붐빈다.

참고로 영국 정부는 일광욕을 좋아하는 영국인들에게 일광욕은 운동이 아니라면서 공원에서의 '일광욕 금지령'을 내렸다. 30년 전 영국에 처음 왔을 때 런던 하이드파크와 동네 공원에서 상의를 벗고 일광욕을 하던 영국인들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하여간 일광욕 금지령은 해가 귀한 나라의 영국인들이 많이 아쉬워하는 것 중 하나다.
 
한국 사례 주목하는 영국... 한국인이어서 자랑스럽다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소개하는 강경화 외교장관의 영국 BBC 인터뷰 갈무리. ⓒ BBC


한편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한국의 뛰어난 코로나19 위기 관리법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국영방송 BBC에서도 한국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모습이다.

지난 3월 1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BBC 앵커 안드류 마의 토크쇼에 화상으로 출연해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서는 테스트와 초기 감지가 중요하다"며 한국의 선진사례를 소개해 영국인들의 호평을 받았다. (방송 보기 : https://www.bbc.co.uk/programmes/p086q4fx)

이외에도 BBC가 보도한 한국발 뉴스는 아래와 같다.

- 3월 23일 '한국의 코로나19, 4주간 새 감염이 최저'(관련기사 : Coronavirus: South Korea reports lowest number of new cases in four weeks)
- 3월 27일 '스코틀랜드 국가의료서비스가 한국에서 코로나19 테스트 장비를 얻게 됐다'(관련기사 : NHS Scotland to get testing kits from South Korea)
- 3월 31일 '미국, 중국, 이탈리 등과 비교해 한국의 낮은 코로나19 사망률' 그래프(관련기사 : coronavirus-US-death-rates-v-China-Italy-and-South-korea)

지난 4일에는 BBC 라디오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세계가 한국으로부터 코로나19 대응법에 대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방송했다. (방송 듣기 : https://www.bbc.co.uk/programmes/m000hfhn)

코로나19로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위기 상황이다. 하지만 'BTS', '기생충'에 이어 '코로나19에 가장 뛰어나게 대응하는 국가'로 한국이 연일 영국 언론에 보도되는 요즘, 나와 우리 가족은 한국인인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참고로 4월 9일(한국 시각) 현재 영국(UK)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6만 733명이며 사망자는 7097명이다(출처 :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
#영국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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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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