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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집사가 본 총선 공약...1000만 집사의 '원픽'은 어느 당?

[분석]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정의당 동물권 공약 비교

등록 2020.04.11 19:14수정 2020.04.1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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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한 투표 동물권 총선 대응연대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정당별 동물복지정책 채택 여부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흔히 반려동물 보유 인구 1000만 시대라고 한다. (일부 통계는 1500만으로 집계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멍집사' 혹은 '냥집사' 등으로 사는 건 그리 만만치 않다. 반려동물과 관련한 제도적 미비는 물론이고, 동물권 전반에 대한 논의도 유럽 등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한쪽에서는 동물학대와 유기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아파트 등 공동주택단지에서는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갈등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개 식용' 문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이고, 동물복지부터 공장식 축산에 대한 고민까지 사회 각 영역에서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법에 대해 토론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동물권 역시 정치가 해결해야 할 주요한 생활의제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당들은 '집사'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공을 들인 공약 등을 내걸고 있다. 본가에는 '어르신'이 된 장모 닥스훈트를, 자취집에는 두 마리의 '꽃중년' 코리안 숏헤어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의 입장에서 각 원내정당의 동물 공약을 살펴보았다.

[더불어민주당] '지금 당장' '소소하지만 확실한' 공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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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공약 발표하는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3월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동물복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당은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반려동물의 복지를 강화하겠다"라며 정책 공약집 3페이지에 걸쳐 총 12가지의 공약을 내세웠다. 집권여당인 만큼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공약들을 선보였다.

가장 눈에 띈 건 '반려동물 중성화시 동물등록비 감면 또는 중성화 수술비 일부 지원'이었다.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의 중성화에 대해 거부감을 표한다. 심지어 일부 수의사도 반려동물 중성화에 부정적 의견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은 물론, 건강하고 오래 반려인과 생활하려면 중성화는 필수나 다름없다. 무분별한 번식을 막고 반려동물 개체 수 조절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필자의 반려묘 '카토'도 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 성묘임에도 중성화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기 울음소리를 닮은 카토의 '메이팅 콜'에 깜짝 놀라 며칠 밤을 설치고는 했다. 이웃집에도 민폐여서, 급하게 수술 예약 날짜를 잡았었다.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을뿐더러, 민간보험사에서도 중성화 수술은 보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중성화 수술비용 일부 지원은 반가울 수밖에 없는 공약이다.

또한 반려동물 등록비 감면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공약이다. 현재 반려견의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는 것이 의무화 돼 있다. 식별장치의 종류에 따라 1~2만 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를 지원하는 일부 지자체도 있지만, 지자체에 따라 정책이 달라 본인의 거주구에 따라 지원을 받을 수도 있고,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이를 보편적으로 확대해 적용하는 건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아직 고양이는 동물등록 의무대상이 아니다. 반려묘 등록은 현재 시범사업 중이며, 올해부터 시범구역이 서울·경기 전역으로 확대되어 원하는 집사는 본인의 고양이를 등록할 수 있다. 반려묘 등록이 추후 의무화된다면, 반려묘 등록비 감면의 혜택을 받는 냥집사도 늘어날뿐더러, 등록 자체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그 외에도 ▲ 반려동물 공공화장장 설치 확대 및 동물장묘업의 화장로 개수 제한 완화 ▲ 반려동물 분양과정 투명성 강화를 위해 표준계약서‧반려동물이력제 도입 추진 등을 제시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이와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 개물림사고 등을 일으킨 개의 기질을 평가하여 그 결과에 따라 행동교정, 안락사 명령 등 의무를 부과하는 체계 마련 ▲ 맹견관리 강화를 위해 맹견소유자 보험가입의무화 ▲ 공동주택 사육허가제 등을 추진하겠다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전체적으로 현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과 거의 흡사하다"면서 "통합당이 동물 임의도살 금지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취한 반면, 민주당은 이에 대한 논의의사 정도를 밝혔다"라고 지적했다. 대신 "'동물학대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동물 생산업장 및 농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명시"한 점은 높게 평가했다.

다만 "이번에 발표된 민주당의 공약은 정부의 정책과 보폭을 맞춘 것처럼 보이고, 근본적 부분에 대한 개선과 변화에 대한 방향 제시는 부족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 '선택과 집중' 그리고 '적극적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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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안은 황교안 대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월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반려견 동반카페 마포다방에서 열린 ''2020 희망공약개발단 반려동물 공약' 발표에서 강아지를 안고 있다. ⓒ 연합뉴스


통합당의 동물 공약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또 하나의 소중한 가족, 반려동물 진료비를 지원하겠다"라며 가계 부담 절감에 초점을 맞춘 반려동물 공약 9가지를 정책공약집 1페이지 안에 넣었다. 공약의 개수와 범위는 작지만, 정책 홍보에는 힘을 쏟고 있다.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를 통해 '동물권도 지켜주개' '실속중심 반려동물 공약!' 등의 영상도 공개했다. 동물권 정책 공약만을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한 건 통합당이 유일하다.

▲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화 방안 마련 ▲ 반려동물 진료비 부담 경감 위해 반려동물 의료비용 등 조세지원 확대 ▲ 반려동물보험 부담감소 위한 정책보험제도 도입 추진 등이 눈에 띈다. 민주당 역시 ▲ 진료항목 표준화, 진료비 사전고지·공시제도 도입 ▲ 민간 펫보험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 등을 약속했지만, 통합당은 '조세지원'과 '정책보험제도 도입'을 선언하며 차별화에 나선 셈이다.

필자의 반려묘 '난이'는 지난해 방광염과 결석으로 병치레를 해야 했다. 두 차례에 걸쳐 입원과 통원, 약물과 수술치료 등을 받아야 했고, 치료비는 300만 원 가까이 나왔다. 그러나 처음에는 상당 부분 보장해줄 것처럼 약속했던 보험사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보험금을 훨씬 적게 지급하려고 했다. 보험사와의 분쟁 끝에 보험금을 받기는 했지만,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어 보험계약은 해지해야만 했다.

국내 반려동물 보유 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관련 민간보험 시장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입률은 저조한 게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이 가입하는 보험보다 납부해야할 돈은 훨씬 비싼 반면, 보장 폭이나 정도가 상당히 제한적있기 때문이다. 가입률이 저조하다보니 보험사에서도 손해율이 높아 펫보험 상품의 보장 한도를 늘리지 못하고, 이 때문에 신규 가입이 적은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반려견은 보험사 선택지가 많아 조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아직까지 반려묘를 키우는 인구가 적다보니, 일반 반려묘 집사가 가입할 수 있는 펫보험 회사는 3개에 불과하다. 통합당의 '정책보험제도 도입' 공약이 매력적인 이유이다.

카라 김현지 정책팀장은 "전반적으로 반려인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편의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면서 "문제인식에 대해서 디테일이 있는 정책을 제시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공약 범위가 동물권 전반이 아닌 '반려동물'로 좁은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또한 "현행법상 가축이자 반려동물인 '개'의 지위 규정을 명확히 하고, 개농장 폐업 지원사업을 구체화하여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동물권 진영의 뜨거운 현안인 개식용 종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것"이라며 "적극적인 이행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가장 근본적인 접근 돋보여, 디테일도 놓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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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대표, 동물의 권리 보호를 위하여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주최로 2017년 10월 15일 오후 국회 앞마당 개헌자유발언대 앞에서 열린 세계 동물권 선언의 날 '오늘은 내가 동물대변인, 나의 목소리를 들어줘!' 행사에서 오리 복장을 착용한 채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역시 진보정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당은 정책공약집 내 아예 중간 표지까지 따로 만들어 동물권 관련 정책 공약을 나열했다. 6페이지, 9개 항목, 총 51개 공약이었다. 앞선 두 정당이 내건 공약들을 대부분 포괄함은 물론이다.

▲ '헌법'에 '동물보호' 내용을 담고,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민법' 개정 ▲ '동물기본법'을 제정하여 동물정책 체계적 추진, 동물분쟁 해결 등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 반려동물 등록 지원 및 예산체계 구축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 추진 등에서 동물권 자체에 대해 근본적으로 접근하고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거시적인 정책만이 아니라 '디테일'도 상당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었던 건 "동물보호소에서 관리하는 동물의 입양을 장려하겠다"라는 부분이었다. 반려인들에게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구호가 상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아직까지 반려동물은 어딘가에서 돈 주고 사오는 형태다. 특히 자신이 원하는 외양과 특성의 품종을 고집하다보니, 이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공장식' 농장이 출현하게 됐다.

이러한 농장에서 동물들은 비위생적이고 갇힌 공간에서 학대당하다시피 반복적으로 출생을 강요당하다가 버려진다. 사람들이 귀여워하는 일부 품종의 특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위적인 근친교배가 몇 세대에 걸쳐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유전자 풀은 좁아지며 여러 문제가 일어난다. 대표적으로 접힌 형태의 귀가 귀여워 사랑받은 '스코티시 폴드' 고양이의 경우, 단순히 사람이 보기에 '귀엽도록' 인위적으로 귀에 기형을 발생시킨 종이다. 수명도 짧고, 유전병에 걸릴 확률도 매우 높다.

필자의 노령견 '똘이'는 어렸을 적 '애완동물' 상점에서 잘 모르는 채 데려온 강아지였다. 공장에서 태어나 제대로 관리받지 못한 채 팔린 똘이는 어려서부터 평생을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다. 지금은 다행히 맞는 약을 찾았지만,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금세 피부에 문제가 생긴다. 산책을 좋아하는 닥스훈트이지만, 피부병 때문에 마음껏 밖에 나다니지도 못한다. 반려견에게도 반려인에게도 힘든 상황일 수밖에 없다.

정의당이 "반려동물 생애관리 기반을 마련하겠다"라며 ▲ 불법 번식농장 단속을 강화하고 단계적으로 번식농장을 지방자치단체로 흡수 전환하는 방안 수립, 체계화된 브리더 제도 도입을 내건 것은 이에 대한 문제의식 덕분이다. '요람부터 무덤까지'를 표방한 생애기반형 복지를 반려동물에게까지 넓히겠다는 것이다. ▲ 동물 화장장을 기존 화장장에 설치하는 방안 검토 및 전용 화장장 설치 등의 공약은, 똘이처럼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 날이 적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사들에게 요긴한 정책이다.

김현지 팀장은 "동물의 법적 지위 조정을 위한 헌법과 민법 개정 등 근본적 개선 의지가 돋보인다"라며 "통합당과 민주당이 농장동물은 고려대상이 아니거나 동물복지인증농장에 대한 지원의사를 간략히 밝히는 데 그친 반면, 정의당 공약에는 공장식 축산의 전환 및 육류 소비 감축과 채식 선택권에 대한 내용도 부분적으로 들어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의당 공약 중 '야생동물 구조 및 보호 강화' 정책에 대해 "개와 고양이를 야생동물로 통칭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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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오후 집사의 침대를 차지하고 졸고 있는 반려묘 '카토'와 '난이'. 터키시 앙고라와 코리안 숏헤어가 섞인 카토는 동물보호단체로부터 구조된 고양이였다가 입양하게 됐다. 난이는 지인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대신 맡아 키우게 됐다. 두 마리 모두 이제 막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간 아이들이다. ⓒ 곽우신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정의당 #동물권 #총선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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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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