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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모든 사람이 어렵습니다. 한가롭던 시골도 장터를 보름간이나 휴장하였습니다. 장터가 쉰다는 것은 거의 모든 사회적 기능이 제자리에서 멈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산에 들에는 두릅, 고사리, 머위, 취나물, 달래가 지천으로 올라오고 겨우내 비싼 석유를 소비하며 키웠던 애호박, 오이, 상추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는데 학교나 집단 급식소의 납품 중단으로 농민들 마음은 새까맣게 타 들어가고 있습니다.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합니다.
자구책으로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온라인 판매에 한가닥 희망을 걸어보지만 생소하고 난해한 컴퓨터 작업에 머리만 아플 뿐입니다. 학교 급식용 오이와 애호박을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는 구례군 용방면 소재의 한 농가를 찾아갔습니다.
ⓒ 김창승
ⓒ 김창승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농사에 꿈을 갖고 농대를 졸업한 이후 21년간 꾸준히 친환경 농법을 연구했습니다. 오이, 애호박, 상추 등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무농약 인증을 획득한 이 지역의 대표 농부였습니다.
몇 해 전 여름, 대홍수로 하우스 시설이 범람하여 재산상 큰 손실을 입었을 때에도 일어설 수 있었는데 이번 코로나19는 그보다 치명적이라며 마지막 수단으로 며칠 전부터 온라인 판매를 개시하였다고 했습니다.
상품 구성은 재배 중인 '오이, 호박, 상추' 3종 세트를 기본으로 하고 소비자가 단일 품목을 추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소비자는 3종 기본 세트로, 어떤 소비자는 기본 세트에 오이나 호박 등을 추가하는 등 다양하게 주문을 받고 있었습니다. 발송 마감 시간 오후 5시는 다가오는데 소비자 요구별로 상품을 안성맞춤으로 준비하느라 쩔쩔 매는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발주 리스트와 발송장을 인쇄하고 오이, 호박, 상추를 소포장하고 이름과 상품 내용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발송 준비를 하는 것은 농사에만 전념해 온 농민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손이 급히 필요한 상황이라 박스를 같이 포장하고 전표를 붙여 겨우겨우 발송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발주량이 많아져도 걱정입니다. 인건비를 지불하며 사람을 쓸 수도 없는 사정이기 때문입니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라는 농장주의 말이 남의 일 같지가 않습니다.
방법은 한 가지, 하루 빨리 정상화 되는 길 뿐입니다. 장터는 문을 열고, 학생들은 학교로 가고, 식당은 정상 영업을 하며 농부는 논과 밭에서 열심히 작물을 가꾸는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어렵다, 어렵다!" 하십니다.
평생 온 몸으로 자식처럼 작물을 가꾼 정직한 농부님들이 애써 기른 작물을 갈아 엎지 않도록 조금만 배려하고 응원하면 어떨까요?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정직한 농산물이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입니다.
ⓒ 김창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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