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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방조 혐의' 디지털장의사, 'n번방 전문가'로 적절한가

박형진 이지컴즈 대표, 불구속 기소... "음란사이트에 광고비조로 600만원 건네"

등록 2020.04.09 14:38수정 2020.04.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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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컴즈 홈페이지. ⓒ 이지컴즈 홈페이지

 

'텔레그램 대화방 성착취 사건'과 관련해 여러 언론에 전문가로 등장하고 있는 '디지털장의사' 박형진 이지컴즈 대표가 성범죄 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대표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디지털장의사 업계의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됐음에도 언론이 그에게 마이크를 쥐어준 게 적절한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 2부(이현정 부장검사)는 지난달 27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 방조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방조 혐의를 적용해 박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은 최초 부산지방경찰청에서 수사했던 사안이다. 2018년 양예원씨의 폭로로 '스튜디오 촬영 및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을 때, 부산지방경찰청은 한 불법 음란사이트를 수사한 뒤 "해당 사이트와 박 대표가 긴밀히 협력한 관계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발표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이 2018년 6월 19일 발표한 박 대표의 피의 사실이다.

디지털장의사 E씨(박 대표)가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비공개촬영회 등 권리침해 게시물의 삭제대행 업무를 독점하게 해달라며 사이트 운영자 A씨에게 광고비조로 2회에 걸쳐 600만원을 건넨 사실을 확인, E씨를 음란사이트 운영 방조 혐의로 형사 입건했습니다. 경찰은 A씨가 사이트 공지사항에 E씨 업체를 삭제대행사로 소개하고 피해여성들이 직접 게시물 삭제문의를 해 올 경우 E씨와 긴밀히 협력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다수 음란사이트가 광고비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이들에게 광고를 의뢰하며 비용을 지급하는 행위는 음란사이트 운영을 돕는 방조 행위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박형진 "음란사이트 결탁, 전혀 사실 아냐"

당시 부산지방경찰청은 사이트 운영진과 박 대표를 부산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부산지방검찰청은 지난 7일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서면 공보자료를 통해 "2018년 6월 26일 운영진 4명(1명 구속, 3명 불구속)을 기소하고 1명을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하였으며 디지털장의사 1명은 타청으로 이송돼 현재 인천지법 부천지청에서 1심 재판 진행 중에 있다"라며 "구속 기소 피고인 1명에게 징역 1년 6개월, 불구속 기소 피고인 3명에게 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이 선고, 확정됐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를 기소한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음란물 유포 피해자로부터 게시물 삭제 요청을 받고 이를 대행하는 업무를 하는 디지털장의사가 사실은 음란물 사이트 운영을 방조하여 피해자를 양산하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엄정 처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8년 당시 박 대표는 해당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그는 2018년 5월 26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내가 불법 음란사이트와 결탁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스튜디오에서 촬영했다가 사진이 유출됐다는 피해자가 나왔는데 이들에 대해 무료로 사진을 삭제해줬다. 직접 사이트의 운영자 메신저 아이디까지 알아내 '피해자가 많이 힘들어한다'며 삭제를 설득하기까지 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기소 사실이 알려진 뒤인 9일에도 이지컴즈 사이트에 "구조적 성범죄의 일부로 매도된 이지컴즈의 입장을 밝히고 진실을 소명하기 위해 호소한다"며 해명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을 통해 "사이트 운영자와 연락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고 스튜디오 출사 모델 유출사진을 삭제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라며 "사이트 운영자가 배너광고를 하는 조건으로 월 10건까지만 삭제해준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이트에서 스튜디오 유출사진을 많이 삭제했더니 트래픽이 30%나 감소했다며 더 이상 삭제를 못 해준다고 했다"라며 "(양예원씨 폭로 이후) 보복성 촬영물의 삭제를 위해 배너광고를 (더) 하라고 하여 여성 피해자의 요청으로 입금해 보복성 촬영물 등을 삭제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마이크 준 언론, 반성해야"

박 대표 사건과 별개로, 그 동안 디지털장의사 업계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있어왔다. 불법 촬영물을 제작-유포-소지-시청-삭제하는 과정에서, 제작자-유포자-소지자-시청자-디지털장의사가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디지털장의사가 전문가로서 언론에 나오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문제적으로 생각했다"라며 "디지털장의사가 기술적으로 전문가일지 모르지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성착취 문제에 말을 얹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디지털장의사가 디지털 성착취 구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많은 이들이 알아야 한다"라며 "그 동안 디지털장의사에게 마이크를 줬던 언론은 반성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은의 변호사도 "행여 유죄가 나오지 않더라도, 디지털장의사는 현재 공분을 사고 있는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사회적·윤리적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라며 "전문가가 이 사람 밖에 없다면 모르겠지만 여러 자격을 갖춘 디지털 성폭력 전문가들이 있다. 언론이 책임을 방기한 것 아닌가 아쉬움이 든다"라고 강조했다.
#N번방 #텔레그램 #디지털장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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