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아이들을 위한 '코로나 기자회견' 연 노르웨이와 캐나다

"어린이들이 궁금해하니 답해야 한다" 두 나라 총리의 기자회견이 주는 메시지

등록 2020.04.09 19:10수정 2020.04.09 19:10
0
원고료로 응원
a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 나토 정상회의 참석 ⓒ EPA/연합뉴스


3월 16일 노르웨이에서는 한국인인 내가 보기에는 생소한, 노르웨이인들이 보기에는 당연했을지 모를 기자회견이 열렸다.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가 아동가족부 장관, 교육부 장관과 함께 개최한 30분간의 이 기자회견은 성인 기자들의 출입을 제한한, 오직 어린이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기자회견을 여는 이유에 대해 솔베르그 총리는 "어린이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군더더기 없는 답변이다. 무슨 이유가 더 필요할까? 어린이들이 궁금해 하니까, 답하는 것이다.

노르웨이 솔베르그 총리 "조금 무서워해도 괜찮습니다" 위로

노르웨이 역시 유럽의 여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비상지휘권을 동원하여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중이다.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하거나 다수의 사람들이 모임을 강행하는 경우 벌금 혹은 징역형까지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학교를 비롯한 모든 기관들이 문을 닫았음은 물론이다.

솔베르그 총리는 "이처럼 크고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갑자기 일어나는 상황에서 조금 무서워한다 한들 괜찮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전염될까 걱정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라며, 두려움을 느끼는 어린이들을 위로하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는 그리 위험하지 않으며, 감염된 어린이들은 대개 조금 몸이 안 좋을 뿐이고, 엄마 아빠의 경우에도 그러할 것이라는 말로 아이들을 안심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한편, 심각한 병이 있는 사람들이나 노인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는 점, 그들에게 훌륭한 간호사와 의사들이 있긴 하지만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점을 들어 셧다운과 거리두기 같은 조치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어린이들이 집에 머물고 여가활동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감염의 확산을 막는 데 일조하고 있음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번 회견을 위해 노르웨이 정부는 전국 곳곳에서 아이들의 질문을 취합했다. 기자회견은 사회자가 어린이들의 질문을 읽고 총리와 두 장관이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다양한 질문들은 코로나19 사태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고, 아이들답게 에둘러 묻는 법이 없었다.

질문 : 코로나19를 위한 백신이 언제쯤 만들어질지 아세요?
답변 : (총리) 세계에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노력 중인 똑똑한 과학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도 수만 크로네(노르웨이 화폐단위)를 들여서 그런 과학자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아마 일 년 내에, 아니면 그보다 더 빨리 백신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 : 저는 왜 생일파티를 할 수 없나요?
답변 : (아동가족부 장관) 사람들이 감염되는 것을 막으려면 여러 사람이 모여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금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페이스타임을 이용한다거나 생일을 축하할 다른 좋은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을 거예요.
(총리) 그리고 또 하나, 같은 반에 생일을 맞은 누군가가 있다면 나머지 친구들이 각자 전화를 걸어서 생일축하 노래를 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질문 :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하고 계세요?
답변 : (총리) 잠을 충분히 자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비법이 하나 있는데, 블루베리보다 좀 작고 더 맛있는 빌베리를 먹어요.


그 외에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 아플까봐 무서우세요?" 같은 귀여운 질문도 있었다. 그러나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 천진함이 묻어나는 아이스러운 질문이라 하더라도 웃는 사람은 없었다. 상대가 어린이라고 해서 단순한 말로 수준을 낮춰 이야기하는 법도 없었다.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사실을 전달하려 했고, 불필요한 염려를 덜어주되 상황을 직시하도록 도와주는 답변들을 이어갔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어른에게 딸린 부수적인 존재, 결정권이 없으므로 사회적 문제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 그들은 어린이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이 불안한 시기에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고 당연히 궁금한 것이 많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들을 대하고 있었다.

캐나다 총리도 아이들 향한 메시지 전달
 
a

코로나19 대책 기자회견 하는 캐나다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오른쪽)가 11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위한 10억 캐나다달러(약 8천700억원) 규모의 재정 대책을 발표했다. ⓒ 오타와 AP=연합뉴스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 역시 3월 22일 기자회견 말미에 직접적으로 아이들을 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갑작스럽게 학교에 가지 못하고 친구들과 놀 수도 없게 된 아이들의 당혹감과 걱정스러움을 이해한다고 했다. 부모들이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일상적으로 하던 일들을 포기하고, 학교 대신 부엌 식탁에서 수학 숙제를 하면서 어린이들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있는지도 이야기했다. 거듭 '고맙다'고 했다.

노르웨이의 솔베르그 총리와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는 아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꼭 닮아 있었다. 아이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덜어주고 궁금점을 해결해주기 위해 따로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고 기꺼이 고마움을 표시함으로써 어린이를 존중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트뤼도 총리의 '우리 모두 각자 맡은 일을 잘 해냅시다. 함께 이겨냅시다'라는 말은 어린이 역시 더불어 손잡고 나아가야 할 사회의 일원임을 확인시켜준다.

훗날 두 나라의 아이들은 기억할 것이다. 어른들이 그때의 불안한 감정을 이해해줬다고, 위태로운 상황에는 언제든 도와줄 어른들이 곁에 있었다고, 나의 생각은 존중받고 있었다고.

우리나라의 많은 어린이들은 어서 자라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좀더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 주기를, 무언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그러나 지금 그대로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해준다면 빨리 어른이 되고픈 바람은 사라지지 않을까. 그래서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좀더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자랄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필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런던에서 남편과 함께 세 아이들을 키우며 살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23년째 손 맞잡고 함께 걷는 한 남자, 그리고 꽃같고 별같은 세 아이들과 함께 캐나다 런던에 살고 있습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부하에게 살해당한 연대장
  2. 2 연예인과 정치인이 무조건 찾는다는 사찰, 부산에 이런 곳이
  3. 3 "고소하니 합의하자고..." 어느 날 사라진 유튜버, 망가진 그의 삶
  4. 4 한국은 되고 유럽은 안 되는 이유, '가디언'의 적나라한 지적
  5. 5 "왜 진중권을 두둔하세요?" 제자의 당황스러운 공격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