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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내 꺼"… '기만형 공약'이 판치는 선거

[2020 총선 특집 ‘공약을 말하다’ - 청주 흥덕] 변별력 없는 공약 경쟁으로 유권자 선택의 폭 좁아?

등록 2020.04.10 20:18수정 2020.04.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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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인뉴스>는 다가오는 4·15 총선을 맞아 특집 '공약을 말하다'를 준비했다. '일단 내고 보자'는 선심성 공약, 이미 추진되는 정책을 새로운 정책으로 포장하는 기만형 공약 등 유권자의 눈을 속이는 '나쁜 공약'은 물론이고, 우리가 알아야만 하는 '좋은 공약'까지 찾아봤다. 충북 8개 선거구 후보들은 어떤 공약으로 맞붙고 있을까. - 편집자 주 
 

ⓒ 충북인뉴스


청주 흥덕구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정우택 미래통합당 후보의 양자 대결로 굳어졌다. 거대 양당의 현역 의원이 승부를 겨루는 '격전지'다. 그러나 공약에서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변별력 없는 공약 경쟁으로 유권자 선택의 폭을 좁힐 우려가 있다. 

△오송 바이오클러스터 조성 △충북대 의료 역량 확충 △문화·체육복합시설 수립 △KTX 오송역 역세권 개발 등 공약이 대체로 비슷하다. 이름만 조금씩 다를 뿐, 정책 목표나 기대효과가 일치하는 공약도 발견됐다. 도종환-정우택 후보 캠프의 입장을 들어봤다. 

"대통령 모셔 와서 작년 5월에 오송에서 국가비전 선포식 했잖아요. 후보지 지정도 도 후보님이 국토부 장관 만나서 협의한 거고요." - 도종환 후보 캠프 측 관계자 

"정우택 후보가 2006년에 충북도지사하면서 흥덕구에 첨단의료과학단지랑 옥산단지 유치했는데 그 뒤에 진행된 게 거의 없다고 봅니다." 정우택 후보 캠프 측 관계자 


두 후보의 공약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단어는 유치, 건립, 구축이다. '개발 중심 공약'으로 짜였음을 알 수 있다. 예산 없이는 실행이 불가능한 '재정 투입 공약'이다. 철도, 고속도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대표적이다.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예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 충북인뉴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4·15 총선 후보자를 대상으로 5대 핵심 공약과 소요 예산 답변서 제공을 요청했다. 그 결과 충북 지역에서 재정 투입 공약 비율은 78.3%를 기록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여섯 번째로 높다. 

20대 국회의원이 내놓은 재정 투입 공약을 분석해보니 전체 공약의 59.1%를 차지했다. 필요 재정 총액을 산출하지 않거나 제출하지 않은 의원은 33.2%였다. 재정 투입 공약은 예산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이행 시 외부 요인으로 책임을 돌릴 우려가 남아있다. 재정에 대한 고려 없이 전시성 공약으로 전락할 위험도 존재한다.

김미진 충북·청주경실련 부장은 "실질적으로 입법 위주 공약은 사라지고, 결국 개발 위주 공약을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남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도종환 후보는 대표 발의안 개수가 굉장히 적고, 정우택 후보도 지역 활동에 소극적이고 중앙에 집중했던 인물"이라며 "두 후보 모두 잘못된 점들을 바로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지금 당장 뽑히는 것에만 관심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방자치단체 추진 사업이 '공약'으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12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해 지금이 세 번째 도전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그래서인지 2030 아시안게임 충청권 공동유치나 국가 감염병 연구센터 유치처럼 중앙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공약이 눈에 띈다. 

아시안게임 유치를 제일 먼저 제안한 건 권선택 대전시장이었다. 권 시장은 2017년 3월 열린 충청권 시·도지사 행정협의회에서 '공동 유치'를 제안했다.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건 후임인 허태정 대전시장 임기 중에 있었던 일이다. 2019년 2월, 충북·충남·대전·세종 4개 시·도가 2030 아시안게임 충청권 공동 유치 업무협약을 맺었다. 

오송 R&BD 융합형 연구병원 공약도 그렇다. 이미 2018년 8월에 충청북도를 비롯한 충북대병원, 한국과학기술원 등 5개 기관이 협약식을 가졌다. 도종환 후보는 여기에 없다. 융합형 연구병원 건립은 충북대병원이 이끌어 가고 있는 사업이라 봐야 한다. 

복대2동(충북대 앞~서한모방 부지) 도시재생사업 추진 역시 충북대와 충북개발공사가 업무 협약을 마쳤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청년 친화형 선도 산업단지'를 선정해 이미 국비 400억 원이 책정된 청주산단 휴폐업공장 리모델링도 공약에 포함됐다. 
 

ⓒ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후보 ⓒ 충북인뉴스


정우택 미래통합당 후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충청북도도지사를 거쳐 정계에 입문한 4선 중진 의원으로 미래통합당의 전신 자유한국당에서 원내대표까지 맡았다. 그의 공약에서 청주시 추진 사업을 찾아볼 수 있었다. 

정우택 후보는 도시가스 공급 확대와 노후상수도관 개량 및 상수도 공급 확대 추진을 약속했다. 국비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부연 설명했으나, 이미 청주시가 공급 지원 요청을 접수받고,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기적으로 하는 업무가 공약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위치 선정까지 마친 사업도 공약에 포함됐다. 영상 제작소를 세우겠다는 구상도 이미 청주시가 추진하고 있다. 청주 흥덕구 옥산면 소로리에 위치한 옛 옥산초등학교 소로분교장으로 정해지기까지 했다. 

대농지구 초등학교 신설도 엄밀히 따지면 충청북도 교육청에 권한이 있다. 도 교육청에서도 초등학교 과밀화 현상에 공감하고 이전 재배치와 초등학교 신설에 나섰다. 복대체육센터·가경체육센터 건립은 건물만 지으면 되는 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공약'으로 내걸 필요가 없는 사업이다. 
 

ⓒ 정우택 미래통합당 후보 ⓒ 충북인뉴스


이건 '기만형 공약'이다 

정우택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 포함된 부분은 일부 인정한다"며 "정치적으로 의지를 가지고 나가겠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약속"이라고 전했다. 

창의적인 공약만이 해법은 아니라는 설명을 내놓기도 했다. 도종환 후보 캠프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이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거쳐서 작업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지방자치단체가 단독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적인 공약만 냈다가 지방자치단체와 손발이 안 맞으면 '공약 이행 못했다', '제대로 하지도 못한다'고 비판받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실행 과정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지역구 현안이면 모두 '공약'으로 둔갑할 수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국회의원의 공약이고, 권한이 있는 건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국회의원 권한이 전혀 없는 사업이 공약이 되기도 한다. 나중에 책임 소재를 묻기도 불분명하다. 

완전히 새롭게 공약을 내놓을 필요는 없지만 제대로 된 표기가 빠진 점도 문제다.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란 사실이 가려진다. 기존에 진행돼왔던 정책·사업을 '나만의 공약'으로 포장하는 건 유권자를 속이는 행동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이미 되고 있는 걸 새로운 공약을 내놓은 듯이 말하는 건 '기만형 공약'이라고 본다"며 "'지속되는 사업'이라고 명시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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