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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4.15총선1003화

SKY 출신 뽑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출신학교 전면에 배치하는 선거 풍토 달라져야

등록 2020.04.12 20:54수정 2020.04.12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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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2020.1.9 ⓒ 연합뉴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학력 관련 내용을 살펴보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각 정당의 선거공보·선거벽보, 언론사의 후보소개 웹페이지나 기사 등 후보자 관련 정보에서 '학력사항'이 가장 중요한 약력의 하나로 전면에 배치되고 있었다.    또한 중앙일보의 후보 검색 웹페이지는 후보자의 모든 이력 중 학력사항만 첫 페이지에 노출시켜 후보자에 대한 지배적인 인상을 심어주고 있었다. 

기업도 '출신학교 블라인드 채용'하는 마당에

정부와 기업이 출신학교를 편견을 야기하는 요소로 보고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는 마당에 공직자 선거에서 학력과 출신학교가 역량 검증의 중요한 정보 혹은 국민의 알권리로 여겨지며 홍보되는 것은 선관위가 강조하는 올바른 선거 문화 정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출신학교가 어디냐에 따라 후보자의 진짜 실력과는 상관없이 착시현상과 후광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낮은 학력을 소유했으면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서 잘 모를 거라는 편견, 명문대 출신이거나 해외 유수 대학 출신이면 공부도 잘했으니 정치적 능력도 좋을 거라는 후광효과 등이 발생한다.  

우리는 경험적으로 그 사람의 출신학교가 학업능력과 직무수행능력,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문제해결능력을 정확히 보여주는 척도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학벌사회의 그늘에서 우리는 오랜 시간 명문대 출신에 대한 선망, 학력이 낮은 사람은 불성실할 거라는 잠재적인 편견에 노출되어 있다.

21대 국회의원 후보자의 92%가 40대 이상이다. 학교를 졸업한 지 20년~40년, 길게는 50년이 지난 후보자가 10명 중 9명이다. 몇 십년 전의 학업 성적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자질을 검증하는 주요 척도가 된다면, 학교 졸업 후 만들어 왔던 그 사람의 삶의 궤적, 실천 경험, 연륜, 정책 대결은 무의미해진다.   

또한 우려스러운 것은 후보자의 출신학교가 학연이나 지연으로 묶여 묻지마 투표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상 학력 미기재가 가능한데도 거의 모든 후보자들이 학력을 밝힌 이유도 출신학교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를 고려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선거철만 되면 관악구에는 서울대 출신이, 성북구에는 고려대 출신이, 서대문구에는 연세대 출신이 주요 정당의 후보자가 된다.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이유가 표심에 영향을 준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지없이 세 지역구 주요 정당 후보들은 해당 지역구에 있는 SKY대학 혹은 동대학원 출신이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들의 학력 수준은 매우 높게 나타났다. 고졸 이하가 6.2%인 데 비해 대학교 졸업자는 34.9%, 대학원 졸업자는 39.2%로, 아직 재학 중인 후보자를 제외한 순수 고등교육 졸업자 비율이 74.1%나 차지하고 있었다.     출신학교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 선거 공보물 등의 홍보물 전면에 학력이 부각되다 보니 더 높은 학력을 갖기 위한 불필요한 노력과 경쟁이 야기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학력 경쟁은 학력·학벌 콤플렉스를 자극해 학벌 세탁을 위한 사회적 비용의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허위학력 기재의 문제로 불필요한 쟁송을 유발하게 된다.

 

후보자의 정보 및 공약 등이 담겨있는 공보물은 유권자가 있는 모든 집에 배송이 되는데 여기에서도 각 후보자를 알리는 데에 학력사항이 빠지지 않는다. 특히 비례대표를 소개하는 정당의 상당수는 학력을 특히 강조하고 있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거 홍보물에 학력사항을 기재하지 않고 싶어도
 

국회의원의 입법활동 역량과 출신학교가 관련이 있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없다. 오히려 2명 중 1명이 SKY대학 출신이었던 20대 국회는 최악의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남겼다. SKY대학 출신들이 입법·사법·행정부의 50% 이상을 독식하고 있는 대한민국 정계와 법조계에서 수많은 부정부패와 비리가 끊이지 않는 모습, 이에 대한 국민들의 뿌리깊은 불신을 상기할 때, 과연 출신학교가 좋은 정치를 만드는 필수 자격이고, 알권리라는 미명하에 공개 혹은 소개가 이루어져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기재하고자 하는 학력을 후보자가 선택하도록 하고, 기재된 학력에 대해서만 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기재, 기재하고자 하는 학력,  미기재까지의 선택권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후보자 등록 서류부터 학력사항이 명시되어 있고, 선거공보, 선거벽보, 홈페이지 등에도 등록 서류와 같은 수준의 학력사항 기재란이 있다. 미기재라는 선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앞에서 서술했듯이 학력사항이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후보자들과 정당이 미기재를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관위는 학력을 우선순위에 두고 활용하는 것을 더 이상 방기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선관위가 나서 학력사항은 허위 학력 관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정보로만 기록해두고, 선거의 홍보수단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선관위는 후보자 판단의 주요 기준이어야 할 정책 선거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각종 선거 홍보물에 학력사항 기재 금지' 내용을 담아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해결의 실마리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으로부터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학력․학벌차별금지법 제정 공약을 담은 정당이 있었다. 바로 정의당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의당마저 미기재한 후보 없이 모두 학력을 기재하였다. 녹색당은 다행이 5명 중 4명이 학력을 미기재하였지만, 후보자 1명은 소위 명문대라는 사실 때문이었는지 학력사항을 기재하였다.

위에 언급하지 않는 주요 정당들은 물론이고, 내세울 학력 사항이 있다면 앞다투어 그것을 부각하는 것이 현재 공직자 선거의 민낯이다. 각 정당과 후보자는 학력 미기재라는 선택이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신학교를 내세워 선거운동을 벌인 것에 대해 자성해야 한다. 경력과 세금 납부 실적 및 전과 기록과 같은 도덕성, 정책 공약과 이행 의지가 학력보다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 더 이상 학벌, 학연, 지연이 정책 선거를 막지 않도록 학력사항을 미기재하는 행동에 각 정당이 먼저 나서야 한다. 

2019년 9월 리얼미터에 의뢰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찬반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10중 약 8명, 무려 77.4%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였다. 대학입학성적이 수십년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극단적인 학력·학벌주의를 이제 청산하자는 것이 국민 대다수의 열망이다.  

이제 곧 출범하는 21대 국회는 다른 곳에서 민심과 표심을 찾을 것이 아니다. 불합리한 출신학교 차별의 고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더이상 미루지말고, 21대 국회에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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