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선관위는 코로나19에 대비해 상황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 지유석
10일~11일 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를 했습니다. 전 이틀 동안 투표참관인 자격으로 사전투표를 지켜봤습니다. 제 느낌을 아래 한 줄로 요약해 봅니다.
'그저 대단했다.'
결혼 이전까지 제게 선거는 그저 쉬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2014년 5월 결혼 후 현재 사는 아산으로 이주한 뒤 선거는 일하는 날로 의미가 바뀌었습니다.
아내가 정당 활동을 하는데 선거 때면 정당 추천 참관인을 모집합니다. 결혼 뒤 처음 맞았던 선거가 2016년 20대 총선인데 아내가 참관인 해보라고 권유했고 흔쾌히 응했습니다.
이후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2018년 6.4 지방선거에서 한 번도 빠짐없이 참관인 자격으로 선거를 지켜봤습니다.
이번 21대 총선 사전투표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12시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6시간 동안 배정 받은 탕정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참관인으로 투표를 지켜봤습니다. 이번 사전투표 분위기가 가장 뜨거웠다고 봅니다. 이전 치러진 선거에선 참관인으로 '근무'해야 하는 6시간이 지루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저 참관인석에 앉아 우두커니 지켜보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그러나 이번 21대 총선 사전투표에선 자리에 앉아 있을 틈이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오는데 6시간 동안 대열이 거의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투표 진행을 도와야 했습니다. 11일엔 마감인 오후 6시에도 유권자가 투표소로 밀려와서 6시 정각에 투표소 입구를 차단했습니다. 전 참관인 자격으로 입구 폐쇄에 입회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지켜보았던 탕정면만 유독 투표율이 높았나 하고 곧장 집으로 달려가 뉴스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번 21대 총선 사전 투표율이 역대 최고라는 속보가 나왔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10일부터 11일까지 실시된 제21대 국회의원선거의 사전투표에 전체 선거인 43,994,247명 중 11,742,677명이 참여해 역대 최고인 26.6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며 "이는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제19대 대통령선거 26.06%보다 0.63%p 높고, 제20대 국회의원선거 12.19%보다는 14.5%p 증가한 수치"라고 발표했습니다.
제가 사는 대전·충청·세종 지역 투표율도 굉장했습니다. 이 지역 투표율을 살펴보니 대전 26.9%, 세종 32.37%로 2017년 대선에 이어 두 번째, 충남은 25.31%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사전투표를 보고 투표장에 오신 유권자가 어느 정당에 투표했는지와 무관하게 이번 총선에선 새로운 역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품게 됐습니다.
세심한 선거관리와 시민의식, 상승작용 일으켜
▲ 10일 충남 아산시 탕정면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고 있다. 선관위는 코로나19에 대비해 상황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 지유석
또 하나 총 12시간 동안 참 다양한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48.1cm에 이르는 긴 비례정당 투표용지를 한참 동안 들여다보고 난감해 하는 유권자들의 표정이었습니다.
유권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눈매만 보아도 난감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80대로 보이는 한 어르신은 기다란 투표용지를 보시더니 충청도 사투리로 "뭐 이리 당이 많은겨"라며 고개를 내저으시기도 했습니다. 살짝 역정을 내시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세심한 선거관리와 유권자들의 시민의식이었습니다. 투표가 치러진 곳은 장소가 그다지 넓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몰리자 현장은 금방 혼잡해졌습니다. 기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유권자와 투표를 하러 기표소에 들어가려는 유권자의 동선이 부딪히는 일이 자주 있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와중에 치러지는 선거라 이렇게 사람이 몰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큰 혼란 없이 투표는 끝났습니다.
선거 관리를 하는 공무원들은 질서 유지를, 특히 코로나19를 감안해 줄 간격 유지를 당부했습니다. 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입장을 차단했습니다.
투표장에 온 유권자들은 이토록 까다로운 관리에 아무런 이의 없이 따랐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사전 투표는 잘 마무리됐습니다. 유권자의 보건에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공무원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또 여러 불편을 감수한 유권자에게도 감사드립니다.
투표는 본인 확인 - 투표용지 교부 - 기표 - 투표함 투입으로 이뤄집니다. 투표소에 입장해 투표를 마치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렸을 까요? 직접 시간을 재보았습니다.
이미 후보와 정당 지지를 결심한 듯 신속하게 투표를 마친 유권자는 1분 30초가 소요됐습니다. 기표소 안에서 누굴 찍을까 한참 고민하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라도 시간은 채 3분에 미치지 못합니다.
1분 30초에서 3분에 이르는 시간은 참 짧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이 시간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제 사전투표는 끝났습니다. 본 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3일입니다. 1분 30초에서 3분 사이의 시간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시간에 유권자가 내린 선택이 앞으로 4년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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