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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보낸 줄만 알았는데... 눈 앞에 펼쳐진 딸의 결혼식

[미리보는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슬픈 가족사의 디테일을 포착하다

20.04.13 18:11최종업데이트20.04.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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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만 18세 때 딸을 낳은 두 사람은 고심 끝에 아이를 입양 보내기로 한다. 가난한 예술가와 활동가의 열정만으론 아이를 잘 기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각자의 인생을 살던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된다. 그것도 바로 자신들이 입양 보낸 것으로 믿었던 아이 때문에. 

인도에서 아동 재단을 운영 중인 이자벨(미셸 윌리암스)는 재단 후원금 마련을 위해 뉴욕으로 급히 날아온다. 후원 의사를 밝힌 미디어 그룹 대표 테레사(줄리안 무어)는 딸의 결혼식에서 자신의 남편 오스카(빌리 크루덥)를 함께 소개하는데 그가 바로 이자벨의 옛 연인이기도 했다.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갑작스럽게 드러난 사실과 그로 인한 혼란 속에서 등장인물이 저마다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설정을 보면 아이를 둘러싼 치정극이나 로맨스물로 예상할 수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과 묘사방식이 자극적이지만은 않다. 오히려 담담한 쪽에 가깝다. 오래전 이별한 아이가 버젓이 성인이 돼 결혼식을 올렸고, 함께 결정했다고 믿은 연인은 믿음을 저버린 채 몰래 아이를 데려와 키우고 있었다. 이자벨 입장에선 분노할 법할 일인데 문제는 그 역시 딸에겐 원죄가 있다는 사실. 각 인물이 처한 아이러니한 상황은 곧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힘으로도 작용한다.

테레사는 왜 이자벨을 굳이 뉴욕으로 오게 했을까. 오스카는 왜 그런 선택을 했던 걸까. 이런 의문을 품을 법한데 영화는 쉽게 그런 의문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인물들이 감정을 추스르고 상대를 인지 및 인정하는 과정 묘사에 힘을 주고 있다. 마치 '가족이라면 응당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야지' 류의 당위를 설파하는 데 그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관련 이미지. ⓒ 영화사 진진

 
두 여성 서사가 중심, 크로스 젠더 영화로 유명세

서사를 이렇게 풀어낸 데는 제작자 조엘 B. 마이클스와 바트 프룬디치 감독의 공이 컸다. 두 사람은 2006년작 <애프터 웨딩>의 판권을 구입한 후 남성 주인공 서사를 지금의 두 여성 중심으로 수정하는 것에 공들였다. 원작에선 매즈 미켈슨이 제이콥 역을 맡아 지금의 이사벨의 원류를 선보였는데 남성 젠더의 기성 이미지를 강조하는 식이라 현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겠다는 게 제작진 판단이었다.

그렇기에 <애프터 웨딩 인 뉴욕>은 크로스 젠더 영화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두 여성 서사가 중심이 되면서 아이를 잃은 엄마, 그리고 남편의 과거사를 품은 기업가이자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던 또 다른 엄마의 심리가 더욱 설득력 있게 살아날 수 있었다.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의 미덕은 순간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을지언정 반성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비겁해지진 않겠다는 무언의 다짐이 읽힌다. 그렇게 가족은 위태로운 상황에서 깨지지 않고 또 다른 대안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설정 자체가 꽤 충격적이지만 영화가 마냥 차갑게만 다가오진 않는다.

한줄평: 슬픈 가족사를 섬세하게 다루며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평점: ★★★☆(3.5/5)

 
영화 <애프터 웨딩 인 뉴욕> 관련 정보

감독: 바트 프룬디치
원작: 수잔 비에르 <애프터 웨딩>
출연: 미셸 윌리암스, 줄리안 무어, 빌리 크루덥, 애비 퀸
러닝타임: 110분
수입 및 배급: 영화사 진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0년 4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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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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