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학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일

[서평] 옥스퍼드대 지저스 칼리지 수학과 명예교수가 지은 '이해하는 미적분 수업'

등록 2020.04.14 08:45수정 2020.04.14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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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널리 알려진 역설(Zeno's paradoxes)이 있다. 제노(Zeno)는 빠른 아킬레스와 느린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할 때, 거북이 아킬레스보다 앞에서 출발한다면 아킬레스는 거북을 따라잡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아래 그림 참고. 

제노의 역설 ⓒ 위키피디아

 
처음 떨어진 거리를 쫓아가면 거북은 조금 더 앞에 있을 것이고 그 거리를 쫓아가면 거북도 조금 더 앞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말이다. 그냥 말이 안 되는 소리지만 바로 정확하게 반박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논리를 깨려면 무한급수의 수렴과 발산을 알아야 한다. 무한히 더한다(사실 무한히 더할 수도 없다)고 항상 합이 한없이 커지는 것(발산)은 아니라는 사실만 보이면 된다. 미적분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다.
 

'이해하는 미적분 수업' 책표지 ⓒ 바다출판사

 
아주 가끔 새로 펴낸 수학과 관련된 책을 보내주는 출판사가 있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책 표지에 적힌 글귀가 눈에 띈다.
 
"풀지 못한 미적분은 무용하고 이해하지 못한 미적분은 공허하다."

올해도 미적분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많다. 글쓴이는 영국의 응용 수학자로 옥스퍼드대학교 지저스 칼리지 수학과 명예교수인데 수학 대중화에 힘썼다고 한다. 수학 대중화라니, 얼핏 들으면 형용모순처럼 들린다. 보통 사람들에게 수학은 가까이 하기에 너무 먼 학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대학을 가기 위해서 문제를 푸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수학 공부는 특히 미적분학을 이해하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일이다. 우주는 미분방정식으로 쓴 규칙에 따라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 책은 28강으로 이루어져 있다. 2강 수학의 정신에는 피타고라스 정리가 나온다. 1019년경 알 비루니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활용하여 지구 반지름을 계산하였는데 오늘날 계산한 값과 1%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1000년 전에 살았던 사람이 계산한 값이라고 믿기 어렵다. 이것이 수학이 가진 힘이다.

22강 e라는 미스터리한 수에서는 질병의 확산을 이야기한다. 
 
환자의 수가 두 배로 증가하는데 걸린 시간을 단위 시간으로 가정하면, 시간 t가 0,1,2,3,⋯일 때 환자의 수는 1,2,4,8,16,⋯ 즉, 2^t 로 증가한다. 이를 기하급수적인 증가 (exponential growth)라고 하는데, 이는 이미 병에 걸린 사람들의 수에 비례해 새로운 환자수가 증가한다는 매우 당연한 가정에서 얻은 수학적인 결과다.

미적분학은 이런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데, 미적분학을 통해 함수 y=2^t가 정수뿐만 아니라 모든 t에서 성립함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y=2^t의 변화율이 2^t 자체에 비례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적분에서 함수 y=2^t를 미분하면 dy/dt=2^t ln2이므로 아주 간단하게 보일 수 있다.

페스트를 피해 시골에 머물던 아이작 뉴턴은 사과나무 아래에서 만유인력을 생각했다고 전해진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만 있어서 따분함을 이기기 어려운 사람은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또 누가 아는가! 우리나라에도 뉴턴이 살고 있을지.
#수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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