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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래 암벽에 친일파 이지용 이름이 새겨져 있다"

진주시 "안내판, 위험해서 안돼" ... 민족문제연구소 "멀리 떨어진 곳이라도 세워야"

등록 2020.04.14 15:54수정 2020.04.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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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 촉석루 아래 암벽에 새겨진 을사오적 이지용(이은용)(원안). ⓒ 강호광

 
진주성(사적 제118호) 촉석루 아래 암벽에 새겨져 있는 이지용(李址鎔, 1870~1928)이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을사오적'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안내판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지회장 강호광)는 문화재청과 진주시 진주성관리사무소에 거듭해서 안내판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문화재청은 "해당 지자체가 결정하면 된다"고, 진주성관리사무소는 "위험해서 안 된다"는 입장이다.

촉석루 아래 암벽에는 일제강점기까지 여러 이름이 새겨져 있다. 여러 이름 가운데 특히 문제가 되는 사람이 '이은용(李垠鎔)', '이지용'이다.

'이은용'과 '이지용'은 같은 사람이다. 이은용이 본래 이름인데, 세자 책봉된 '영친왕'의 이름인 '이은(李垠)'과 같은 이름을 쓸 수 없어 '이지용'으로 바꾸었던 것이다.

이지용(이은용)은 구한말 경남도 관찰사를 지냈다. 대한제국시기에 그는 황해도관찰사, 의정부 찬정, 외부대신서리, 내부대신 등을 지냈고, 이완용과 같이 '을사오적'이다.

그는 1911년 일왕으로부터 은사공채 10만원을 받았고, 일제강점기에는 '백작' 작위를 받았으며, 중추원 고문과 조선귀족회 이사 등을 지낸 대표적 친일파다.

촉석루 아래 암벽에 '이은용'과 '이지용' 사이에 있는 글자는 윤명근(남해현령, 1886~1889)과 황재돈(경남도 관찰부주사, 1899~1901)이다.


이곳 암벽에 새겨져 있는 인물에 대해 그 내역을 모르는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으로 오해한다. 이에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지용(이은용)의 친일행적을 담은 안내판을 세워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진주에는 이곳 이외에도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암벽이 있다. 대표적으로 남강 옆에 있는 뒤벼리 절벽이다.

이곳에는 친일파 '이재각', '이재현'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이재각은 일제강점기 때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냈고, 이재현은 의병 학살에 앞장섰던 친일파다.

뒤벼리 암벽에 새겨진 두 사람의 이름은 넝쿨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1999년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그 이름 앞에 친일행적을 담은 안내판을 세웠다.

한때 안내판이 훼손되어 있었는데, 이들은 올해 3‧1절에 새로 만들어 세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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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 촉석루 아래 암벽에 새겨진 을사오적 이지용(이은용)(원안). ⓒ 강호광

 
민족문제연구소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진주시에 '이지용'의 친일행적을 담은 안내판을 세울 것을 제안했다. 그러다가 민족문제연구소 강호광 지회장은 14일 현장에서 진주성관리사무소 관계자를 만나 안내판 설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진주시는 안내판 설치에 부정적이다. 진주성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낭떠러지다 보니 위험하다. 안내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다"며 "안내판을 좀 멀리 떨어져 세울 수 있지 않느냐고 하는데, 안내판을 본 관광객들이 확인하기 위해 가서 보려고 하면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문화재청 보전정책과 관계자는 "사적지를 포함한 문화재에 대한 형상변경을 할 경우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안내판 설치 같은 경미한 사안은 해당 지자체에 위임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문화재청에서 안내판을 세우라, 혹은 말라고 할 수 없다. 진주시는 이름이 새겨진 위치가 낭떠러지라 위험하기에 곤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며 "개인적 의견으로, 그렇다면 위험하지 않는 구역에 협의를 해서 설치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강호광 지회장은 "안내판을 크게 세우자는 게 아니다. 작게라도 안내를 해서, 암벽에 새겨진 인물이 반민족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알리자는 것이고, 그래야 산 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라 본다"고 했다.

그는 "진주시는 안내판을 세울 경우 위험하다고 하는데, 절벽 가까이에 세우자는 게 아니다. 남강 가운데 세울 수 없기에,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안내판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강호광 지회장은 "진주시의 주장을 들어보면 안전을 내세워 안내판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인데, 친일반민족행위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며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뒤벼리에 시민단체가 안내판을 세웠듯이 같은 방법도 생각해 볼 것"이라고 했다.

서은애 진주시의원은 "당연히 안내판을 세워야 하고, 친일반민족행위를 제대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 위험하다면 멀리 떨어진 곳에 안내판을 세워도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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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 촉석루 아래 암벽에 새겨진 을사오적 이지용(이은용)(원안). ⓒ 강호광

#진주성 #촉석루 #을사오적 #친일반민족행위자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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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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