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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인도 말린 이 집의 겨울, 지내봤더니

[옥상집 일기] 봄보다 먼저 찾아온 재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나날

등록 2020.04.16 14:20수정 2020.04.1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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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9월 첫째 주에 옥상집으로 이사했다. 비록 얼마 지나진 않았지만 40년 넘는 아파트 생활에서 얻지 못한 경험을 맛보고 있다. 그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졌다.[기자말]
옥상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 주위에서는 여러 단점을 들며 말렸다.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자연의 당연한 이치를 거론한 건 옥상이라는 구조가 계절의 변화 특히 온도의 변화에 민감하리라는 걱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부동산 중개인들도 같은 말을 했다. 그들은 겨울 옥상의 혹독함을 이야기했다. 특히 산 바로 아래라 산바람이 추위와 더해져서 더욱더 춥게 느껴질 거라고 했다. 우리 부부가 찾는 집은 분당 아파트 단지에서 벗어난 불곡산 아래 주택단지였다. 그들은 우리 조건에 맞는 매물은 없다며 다른 집을 권했다.

하지만 우리는 산 아래 동네의 호젓한 분위기에, 아파트 단지와는 전혀 다른 느긋한 정서에 끌렸다. 마음이 느끼는 장점들이 육체가 느끼는 단점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맘에 드는 집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고 지난해 9월 초 이사했다. 여름이 막 지난 터라 다행히 뜨거운 옥상은 건너뛸 수 있었다.
 

옥상의 야생화 옥상에 나무 테이블을 만들었고 야생화를 올려 놓았다. ⓒ 강대호

   
옥상집의 가을은 쾌적했다. 날씨와 기온은 적당했고 아파트 창으로 보는 하늘과는 비교할 수 없는 커다란 하늘은 우리 부부의 가슴을 뻥 뚫어 주었다. 아내는 옥상에 이것저것을 갖추었다. 목공소에서 나무를 잘라와서 손수 테이블을 만들었고 야생화와 허브를 화분에다 심었다. 나도 옥상을 즐겼다. 밤이면 쌍안경으로 달을 보다가 성에 안 차서 작은 천체망원경을 구해서 밤마다 하늘을 봤다. 솔솔 부는 바람이 기분 좋게 서늘했다.

옥상집과의 신혼을 즐기던 우리 부부에게 옥상에 불어오는 바람은 점점 현실을 생각하게 했다.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기도 했지만, 간혹 산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기도 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은 산 바로 아래, 그러니까 집을 나서자마자 등산로가 있는 곳이다. 세차게 불곤 하던 바람 때문에 우리는 슬슬 겨울 준비를 했다.

옥상집에서 처음 맞이한 겨울
 

우선 11월 들어 옥상을 정비했다. 야생화와 허브 화분들을 실내와 층계참으로 들여놨다. 바람에 쓰러질 만한 물건들은 다 눕히거나 묶었다. 아내의 역작인 테이블에는 화분 대신 바람을 이길 만한 것들, 돌거북이나 예쁜 기와 조각 같은 것들만 올려놨다.

실내를 위한 월동 채비도 갖췄다. 유리창에 붙일 뽁뽁이(에어캡), 서재와 거실에 둘 라디에이터, 화장실에 둘 작은 히터 그리고 우리 부부의 발을 따뜻하게 해줄 방한 슬리퍼 등. 겨울 추위에 맞설 준비를 한 것이다. 만약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면 상황에 맞춰 대처하면 되겠지라는 여유도 챙겼다.

이렇듯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지난겨울은 예상보다 친절했다. 갖춘 채비들을 다 써보지도 못한 것이다. 뽁뽁이 붙이는 건 차일피일 미루다가 창고에서 꺼내지도 못했고, 서재의 라디에이터는 두 번 정도 틀었던 것 같다. 다만 아침 일찍 샤워할 때는 히터를 사용했다. 아무튼, 가스보일러만으로 겨울을 날 수 있었다.

이번 겨울은 따뜻했다. 겨울의 상징인 눈 구경도 힘들었다. 아파트에 눈 내리면 경비원들이 새벽부터 눈을 싹 치웠는데 우리 동네는 누가 치울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눈 내리면 주민들이 힘을 합쳐서 치워야 할 텐데 누구는 치우고 누구는 치우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모두 기우였다.

춥지 않아서 겨울나기에는 좋았지만, 겨울이 겨울답지 않아서 찜찜한 마음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지지난 겨울에도 매섭게 추웠던 기억이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매년 겨울은 점점 따뜻해지는 게 아니었을까. 간혹 따뜻한 겨울과 가뭄 때문에 겨울 축제와 농사를 걱정하는 뉴스가 들려왔다.
           
그렇게 겨울이 무사히 넘어가나 했는데 봄이 다가오는 2월 중순에 눈이 내렸다. 눈 다운 눈이었다. 물론 지난겨울에도 눈 소식은 가끔 있었지만,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도록 소북이 내린 눈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일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이틀을 계속해서 내렸다.
 

눈사람 옥상에 내린 눈으로 만든 작은 눈사람 ⓒ 강대호

  

눈 내리는 옥상 눈이 내려 옥상 테이블에 눈이 쌓이고 있다 ⓒ 강대호

 
일요일에는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산을 오르내리며 겨울 끝자락을 눈과 마음에 담았다. 옥상에 작은 눈사람도 만들었다. 녀석을 만드느라 낸 발자국이 사라질 정도로 눈이 계속 내렸다. 소복이 쌓이는 눈은 옥상을 하얗게 덮었다.

월요일에 출근할 때도 눈은 그치지 않았다. 하지만 집을 나서자 눈은 거의 치워져 있었다. 휴일 오후에 눈이 쌓이자 주택가 도로는 구청 제설 차량이, 인도는 주민들이 염화칼슘을 뿌렸다. 그러고 보니 우리 동네에는 제설함이 여럿 있었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 눈이 내리자 눈에 확 들어왔다.

경험해보지 못한 봄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나 늦은 첫눈이었지만 세상의 빛깔은 이미 봄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눈 내린 흔적은 빨리 사라졌고 성급한 개나리가 꽃봉오리를 틔웠다. 2월 초 우리 부부에겐 손녀도 태어나서 그 어느 봄보다 기대하던 봄맞이였다. 하지만 손녀가 태어났어도 우리는 만날 수 없었다. 3월 초에 가기로 한 아내 친정 가족들과의 여행도 취소했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기다리던 평온한 날들이 예전에는 경험해 보지 않은 일상으로 하루아침에 변해 버렸다. 그 후 거의 석 달, 우리 부부는 달라진 일상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견뎌내고 있다. 특히 쌀통이 평소보다 빨리 비는 것에서 우리는 평소와 다름을 느끼곤 했다.

난 집과 사무실만 오가며 거의 집에서 아침과 저녁을 먹었다. 한 주에 최소 한 번 이상 가지던 지인들과의 저녁 약속을 잡지 않은 것이다. 우리 부부는 외식도 하지 않았다. 쌀통이 빨리 빌 수밖에 없었다.
 

한 달 만에 만난 손녀 코로나 19 때문에 손녀가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만날 수 있었다. ⓒ 강대호

 
그리고 2월 초에 태어난 손녀는 3월 초가 되어서야 만났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했다. 많은 우리 국민이 그랬을 것이다(관련기사 : 2월 8일 태어난 손녀를 한 달 만에 만났습니다).

답답하기는 하지만 이런 생활 속에서 일상이 소중했음을 깨달을 수 있어서 나는 감사했다. 친구들과 만나서 주제 가리지 않고 웃고 떠들던 술자리가, 대형서점, 동네서점,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책을 구경하던 날들이 그리웠다. 그런 소소한 일상을 즐기지 못하게 되자 나는 그런 날들이 무척 소중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정돈된 시스템을 목격했다. 예전에는 재난에 맞닥뜨린 정부의 혼란과 담당자의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면서 난 분노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와 관계자들의 적극적이면서도 투명한, 그리고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크게 신뢰를 하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고난을 함께 헤쳐가는 시민의 연대도 내 가까운 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봉사와 기부는 물론 사회적 거리 두기와 개인위생 수칙 실천까지, 코로나19는 감염된 사람과 가족들 그리고 의료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나서서 싸워야 할 적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다 보니 어느덧 적응하게 되었을까. 우리 부부는 그냥 꼼짝하지 않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을 이용했다. 소소한 즐거움을 찾기로 한 것이다. 우리에게는 옥상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옥상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면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견디고 있다.

(* 다음 편에 계속)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강대호 시민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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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40년 넘게 살던 아파트를 떠나 산 아래 옥상집에 사는 경험과 동화 공부를 하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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