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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반대가 정치운동? 문명고의 해괴한 '징계요구서'

[발굴] 문명고 재단이사회, '연구학교 반대 교사' 5명에게 뒷북 징계 추진

등록 2020.04.17 18:45수정 2020.04.17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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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17일 오후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한 경북 경산의 문명고등학교 교장실 앞에서 학생들이 '국정교과서 철회'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모습. ⓒ 조정훈

 
경북 문명고를 운영하는 문명교육재단이 2017년 2월 고교<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에 반대했던 5명의 교사들을 징계하기 위해 '정치운동 금지' 조항 위반 등을 내세운 교원징계의결요구서를 3년 만에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시도하다 실패한 재단이 벌이는 뒷북 보복 징계란 지적이 나온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 시절 만든 이 국정교과서를 폐기한 바 있다.

연구학교 반대운동이 정치운동?
 

17일, 문명교육재단이 만들어 A교사에게 보낸 징계의결요구서(2월 21일자)를 입수해 살펴봤다. 이 문서에서 문명교육재단은 해당 교사에게 "국가공무원법상 복종의 의무, 품위유지의 의무, 정치운동 금지, 집단행위 금지 등을 위반한 사실이 있다"면서 해당 학교 교원징계위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문명교육재단 소속 문명고와 문명중 징계위는 지난 2일에 이어 14일 교사 5명에 대한 징계위를 연 뒤, 함구하고 있다.

이 징계의결요구서에는 "2017년 2월 6일 오전 9시경 교무회의 시 A교사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원 동의 반대' 서명지를 작성하여 11명에게 집단 서명을 받았다"면서 "A교사는 이 서명지를 학교장에게 제출하며 연구학교 신청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등 연구학교 관련 업무방해는 물론 언론 등에 제보하여 혼란을 야기했다"고 쓰여있다. (관련기사 <"국정교과서 밀고 나가라" 이사장 말에 역사교사 교체?> http://omn.kr/ml6v)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국가공무원법상 '징계 요구는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하지 못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2020년 2월 21일자 징계요구서에서 2017년 2월 6일 서명을 문제 삼은 것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교직원이나 학부모 대상 서명은 일반 사학재단이나 자율형사립고 재단, 외국어고재단에서도 여러 차례 벌인 일인데, 유독 5명의 교사에 대해서만 징계를 시도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징계의결요구서는 A교사의 3년 전 언론인터뷰에 대해 "인터뷰가 필요할 때는 학교장이 지정한 자가 담당해야 하고 사전, 사후에 학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면서 "인터뷰에서도 '(학교가) 반대 서명에 참여한 교사들의 직책, 업무를 변경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고 지적했다.

문명교육재단 관계자는 "정당의 대변인 브리핑 등을 준용하면 기관장의 허락을 받고 인터뷰해야 한다는 뜻이고, 문명고에 해당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A교사는 "대부분 언론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인터뷰한 것이며, 거짓이나 잘못된 사실을 이야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징계의결요구서는 "A교사 등 3명의 교사가 학교장의 허가 없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대책위가 연 기자회견에 2017년 2월 23일 참여했으며 유인물을 배포했다"면서 "(이 자리에서)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연구학교 운영방해는 물론 학교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재단 "정치 이슈로 반대"... 전교조 "연구학교 반대는 교육활동"

이에 대해 A교사는 "당시 학부모 요구로 기자회견에 참석해 교사들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이라면서 "직접적인 연구학교 방해로 학교에 혼란을 야기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징계 대상 교사들에게 '정치운동 금지' 조항 위반을 내세운 이유에 대해 문명교육재단 관계자는 "해당 교사들이 국가적 논란인 정치적 이슈를 갖고 연구학교를 반대한 부분이 있어서 정치운동 일환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노년환 전교조 부위원장은 "교육부도 연구학교를 할 때 교원들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토록 하고 있는데 당시 문명고는 이런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교사들이 반발했던 것"이라면서 "더구나 교사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반대하는 것은 교육적 활동인데, 이를 정치운동이라며 징계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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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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