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외치며 당선된 로스쿨 출신 국회의원들의 '변호사 특권 깨기'를 기대한다

[주장] 김남국, 박상혁 당선자들은 왜 '로스쿨 출신'임을 강조하지 않았나

등록 2020.04.20 13:17수정 2020.04.20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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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15총선에서 당선된 민주당의 김남국 안산 단원을 당선자의 선거 포스터. 학력 기재 공간에 출신 고등학교, 대학교, 박사학위를 받은 대학원 등이 기재되어 있으나, 그의 직업 '변호사'와 직접 관계된 '전남대 로스쿨 (1기)'만은 빠져 있다. ⓒ 선거관리위원회

 
‘로스쿨 출신 첫 국회의원들 탄생’
 
4.15 총선 당선자들에 관한 기사들 중 ‘로스쿨 출신’ 이란 대목에 눈이 갔다. 5명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출마했고 그 중 민주당의 두 후보자들이 당선됐다. 한 명의 로스쿨 출신 후보자에 대해선 알았지만 다섯이나 있는 줄은 몰랐다. 또 그 한 명에 대해서도 '로스쿨 출신'은 중요한 쟁점이 아니었다. 
 
국회엔 유독 법조인 출신이 많다. 법조인들 대부분 선거 출마 시 ‘사법시험 00회’를 기재해왔다. 사법시험이 폐지된 지금 법조인인 후보자라면 ‘00로스쿨 0기’나 ‘변호사시험 0회’를 기재해야 균형이 맞을 듯하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 출마한 로스쿨 출신 후보자들은 로스쿨이나 변호사시험을 강조하지 않았다.
 
김남국 당선자의 경우, 선거 포스터나 포털 사이트만 보고는 ‘로스쿨 출신’임을 아예 알 수가 없다. 박상혁 당선자는 선거 홍보물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공익과 인권법 등을 공부하다’라고 기재했으나, 법학전문대학원이 곧 로스쿨임을 알지 못하는 시민이 적지 않다. '은폐'까지는 아니더라도 로스쿨 출신 후보자들이 ‘로스쿨 출신’임을 굳이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았던 것 같단 얘기다. 만일 이것이 합리적 의심이라면, 그들은 왜 그랬던 걸까?
 
로스쿨 설립 취지이기도 한 ‘기수문화 탈피’ 취지는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기수’는 빼고 출신 로스쿨만 적는 방법도 있다. 특히 출신 고교와 대학, 그리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수료(법학 박사 과정)’ 등은 모두 기재하면서 굳이 출신 로스쿨만 쏙 뺀 김남국 당선자의 포스터에서 ‘기수문화 탈피’의 취지를 읽어내는 건 지나친 확대해석이지 싶다. 게다가 로스쿨은 변호사라는 그의 현재 직업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된 교육기관이지 않나.
 
우리사회에서 ‘로스쿨’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그 설립 준비 단계에서부터 그랬다. 취약계층에 대한 별도의 전형이 있고 이들에겐 등록금 면제는 물론 일정수준의 생활비 지원까지 있는 점, 소수의 엘리트가 아니라 전문성과 바른 인성을 갖춘 낮은 법조인들을 교육을 통해 많이 양성하고 배출하고자 한 점, 또 이를 통해 대국민 법률서비스 문턱을 낮추고자 한 점 등의 로스쿨의 긍정적 측면은 언론에 의해 상당히 가려져 왔다. 언론은 대신 로스쿨에 ‘돈스쿨, ’‘금수저’, ‘불공정’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로스쿨 설립 초기에는 사법시험도 공존하고 있어 초기 로스쿨 출신자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더 컸다.
 
그래서일까. 로스쿨 출신자들 중엔 그 출신을 굳이 밝히지 않으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 포털 사이트를 통해 사무실을 홍보하면서도 자신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이들도 있다. 능력과 자질이 충분함에도 괜히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싫은 마음 때문이리라. 아무리 그렇대도 아쉬움은 남는다. 선거 후보자로서 자신을 알리는 방식은 변호사 영업을 위한 자기 홍보 방식과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남국 당선자는 이른바 ‘조국 지지자’로 그 이름을 알려왔다. <조국 백서> 집필에 참가한 그는, “국민과 민주진보 진영의 당원들은 ‘조국수호=검찰개혁’으로 이해한다”면서 경쟁구도의 정치인을 향해 '조국 수호' 촛불이 부끄럽냐 묻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조국 개인이 아닌 검찰 개혁 지지자일 테다.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그의 지지자들 역시 검찰 개혁 지지자로서 그를 지지한 것일 테다.

지지자들은, 검찰 개혁을 외치는 젊은 법조인에게서 새 정치, 새 세상의 희망을 보았을 것이다. 법조계의 젊은 그가 검찰에 맞설 대항마라고 판단해 그를 지지하고 당선케 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검찰개혁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이루고 싶었던 꿈, 사법개혁의 한 모습이다. 그리고 로스쿨 설립 역시 그렇다. 특히 로스쿨 초기 기수들은 2010년 사법시험 부활 움직임이 있었을 때 집단 자퇴서를 제출하고 과천 정부청사 앞에 모여 ‘로스쿨은 사법개혁’이라고 외쳤다. 그렇다면 자연히 의문이 든다. 조국 지지자, 아니 검찰 개혁 지지자로서 선거에 나선 어느 로스쿨 출신의 법조인이 있다면, 그의 출신배경, 태생배경인 로스쿨 자체가 사법개혁의 또 다른 모습인 만큼 그가 ‘로스쿨 출신’임을 강조하지 않은 것은 참 이상한 일이 아닌가 싶다.
 
또, 로스쿨이 곪을대로 곪아 비명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건만 ‘로스쿨 출신’ 후보자들이 이에 대해 공약을 내세우거나 제대로 된 의견표명 한 번 없이 선거를 치른 것 역시 참 이상한 일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4월, 민변?참여연대?경실련 등의 우리사회의 상징적인 진보적 시민단체들도 이를 지지하며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라’는 의견서 및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진은 민변의 해당 의견서 제출 관련 기자회견 모습.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지난해 2월 18일, 법무부의 ‘신규 변호사 배출 통제’에 항의하며 전국 로스쿨 학생회가 청와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였다. 사법시험 부활 반대 집회 이후 이와 같은 로스쿨생들의 대규모 집회는 처음이었다.

수백 명의 현직 변호사들도 연서를 제출하며 뜻을 함께 했고, 민변‧참여연대‧경실련 등 우리사회의 상징적인 진보적 시민단체들도 이를 지지하며 ‘변호사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운영하라’며 법무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관련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 조국 전 법무장관과 추미애 법무장관도 임명 전 청문회에서 로스쿨 교육과 변호사시험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4.15 총선에서 민주당은 방통대와 야간로스쿨을 통한 총 200명의 로스쿨 입학 정원 확대만을 공약했다. 로스쿨 설립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정부의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로스쿨 설립 취지가 흔들리는 근본원인인 ‘신규 변호사 배출 통제’ 및 ‘엄격한 정원제 선발시험으로서의 변호사시험’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다. 이에 로스쿨과 관련된 모든 단체들이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지만 민주당은 공약을 철회하긴 커녕 그 뒤 로스쿨에 관해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놀라운 것은, 로스쿨 출신의 민주당 후보자들 역시 그 침묵에 동참했단 사실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로스쿨 출신의 예비 정치인들은 왜 로스쿨 출신임을 강조하지 않았을까? 왜 로스쿨의 곪아터진 문제들을 기꺼이 외면한 걸까? 특히 ‘조국 수호’로서 검찰개혁, 사법개혁의 아이콘이 된 예비 정치인조차 대체 왜 그랬던 걸까?
 
섣불리 오해하고 비난하진 않으려고 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국 장관도, 추미애 장관도 해결하겠다던 그 ‘신규 변호사 배출 통제’의 문제는, 오는 24일 법무부의 발표로 결정된다. 아직 4일이나 남았다. 그 4일 동안, 후보자에서 당선자가 된, 명실상부 대한민국 민의의 대변인이 된 로스쿨 출신의 두 국회의원들은 분명 뭔가 해낼 것이다. 신규 변호사 배출 통제를 중단하고 법조계의 특권을 깨는, 그들이 로스쿨에서 배운 그대로의 의미 있는 활동을 할 것이다.
 
아직 국회의원 임명장도 없고 국회에 방도 배정받지 못한 그들이지만, 아직 법조인이 되기 전인 로스쿨 3학년 재학시절에 그들은 ‘사법개혁을 위해 국민에게 낮은 변호사들을 많이 배출해 법률서비스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외치며 과천 정부청사를 찾았지 않나. 당시의 마음을 잊지 않은 그들은 이제 당선자의 자격으로 추미애 법무장관을 만나고자 과천을 찾을 것이다. 마침 21일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등의 주도로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로스쿨 학생 및 시민들의 ‘신규 변호사 배출 통제 규탄대회’가 열린다. 그들은 어쩌면 그 집회 현장에 참여하는 현직 변호사들 중 한 명이 될 지 모른다.
 
그래, 그럴 것이다. 특히 ‘법조 기득권 타파’와 ‘대국민 법률서비스 문턱 낮추기’를 외치던 로스쿨생이었고, ‘검찰개혁’을 외치는 후보자였던 김남국 후보라면 그렇게 믿어봐도 좋을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그에게 “코로나19 탓에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변협 등 기득권 변호사들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의사를 표명하겠다”고 했다. 정말 선거운동으로 바빠도 너무 바빴기 때문이지 다른 뜻은 없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물론 불안하긴 하다. 기자의 “선거가 끝났으니 약속대로 이제는 답변을 해달라”는 문자에 오늘 아침에야 의정활동에 성실히 임하겠단 형식적인 답만 돌아왔다. 그리고 법조문턱낮추기실천연대 측의 공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믿고 기다려보겠다. 이제 남은 4일간 ‘로스쿨’ 출신이고 ‘법조인’ 출신인 젊은 그들이 ‘사법개혁’ 취지로 설립된 로스쿨에서 길러낸 법조인이, ‘사법개혁’을 외치며 당선된 법조인이, 우병우·양승태 등과 같은 사법시험 출신의 엘리트 법조인들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줄 것이니 말이다. 국민 모두를 위한 정치인으로서, 법조계의 특권 지키기에 연연하지 않고 법조문턱을 낮추고자 노력하는 그 감동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니 말이다.

지금부터 우리는 그저 그들을 지지했던 두 눈동자로 앞으로 펼쳐질 그 빛나는 행보를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오는 21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법조문턱낮추기 실천연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우협의회, 법조인배출정상화연대 등의 공동주최로 <신규 변호사 배출 통제 규탄 대회>가 열린다. 이는 24일 있을 법무부의 신규 변호사 배출 수 결정, 즉 제9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정과 관련한 집회다. ⓒ 법학전문대학원원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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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사회과 교사였고, 로스쿨생이었으며, 이제 막 변호사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초등학생 남매둥이의 '엄마'입니다. 모든 이들의 교육받을 권리, 행복할 권리를 위한 '교육혁명'을 꿈꿉니다. 그것을 위해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글을 씁니다. (제보는 쪽지나 odette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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