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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부인한 해경고위직들 "세월호 퇴선명령? 대부분 익사했을 것"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11인 첫 공판준비기일... "미흡했지만 형사처벌 대상 아냐"

등록 2020.04.20 12:21수정 2020.04.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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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소홀 지적에 곤혹스러운 해경 지휘부 김석균 해양경찰청 청장과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청장,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 서장이 2015년 12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서울 YWCA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해경 지휘부의 승객 구조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세월호 참사 후 6년 만에 진행되는 해양경찰청 고위 관계자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당시 미흡한 점은 있었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이미 세월호가 많이 기운 상태에서 퇴선명령이 있었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구조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라며 당시 조치와 사상자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인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양철한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10시 피고인 11인의 1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재판 피고인들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현장 구조 지휘책임, 초기조치사항 조작)로 나뉜다.

현장 구조 지휘책임(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 최상환 전 해양경찰청 차장, 이춘재 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 A 전 총경, B 경무관, C 전 총경, D 전 총경, E 전 경감이다.

초기조치사항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은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행사)와 F 총경(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이다. 유일하게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이 두 가지(구조 지휘책임, 초기조치사항 조작) 혐의를 모두 받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단 "주의의무 위반으로 303명 사망"

지난해 11월 꾸려진 대검찰청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지난 2월 18일 이들 11인을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수사단은 "(F 총경을 제외한) 피의자들은 (해양경찰 중 유일하게 처벌받은 김경일) 123정장과 공동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현장상황을 제대로 파악·지휘·통제하여 즉각적인 퇴선유도 및 선체진입 지휘 등을 통해 최대한 인명을 구조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라며 "이로써 세월호 승객 30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142명을 상해에 이르게 했다"라고 밝혔다.

또 "김문홍과 F는 사고 직후 123정에 퇴선방송 실시를 지시한 사실이 없음에도 2014년 5월 3일 직원으로 하여금 그러한 지시를 하였다는 내용으로 허위의 조치내역(목포서장 행동사항 및 지시사항)을 만들고 이를 목포해양경찰서에 전달하게 했다"라며 "(특히) 김문홍은 2014년 5월 5일 위와 같은 내용의 허위의 전자문서(여객선 세월호 사고 관련 자료 제출 보고)를 작성하고 이를 해양경찰청 본청에 송부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기소 당시 발표와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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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산하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 임관혁 단장이 2019년 11월 11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수사단 출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권우성

 
이날 공판준비기일엔 피고인 11인의 변호인과 함께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D 전 총경이 참석했다. 공판준비기일의 경우 피고인이 꼭 참석해야 할 의무는 없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의 변호인은 "당시 훌륭하게 지휘를 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 미흡함을 법적 잣대로 형사처벌하는 건 가혹하다는 입장"이라며 "이 사건은 6년 전에 이미 종결됐다, 당시 수사팀의 부실수사 여부를 먼저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의 변호인은 "당시 퇴선명령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서 사후적 평가에 따라 업무상과실이 있었다고 말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으로서 밑에 있는 목포해양경찰서 등을 구체적으로 지휘하지 못한 아쉬운 측면은 있지만 지휘책임에 있어서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의 변호인은 "사고 당시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 있었고 (사고 후) 사고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사고를 보고받은 후 현장으로 이동했고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과 연락하며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라며 "허위공문서작성과 관련해서도 사고 사실을 접하고 기본적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부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춘재 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은 "사후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었지만 그게 과실로 인정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설령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세월호가 많이 기운 상태에서 퇴선명령이 있었다고 해서 (피해자들이) 구조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A 전 총경, B 경무관, C 전 총경, D 전 총경, E 전 경감도 위 피고인들과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E 전 경감의 변호인은 "만약 (구조) 선박이 없는 상태에서 무조건 퇴선을 지시했다면 대부분 사람이 익사하거나 뛰어내리는 도중에 사망했을 걸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비교적 하위 직급이었던 이들은 검찰의 공소장에 당시 자신들에게 부여된 의무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내놨다. 즉 당시 자신들의 위치가 구조 임무와 연관돼 있지 않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한편 초기조치사항 조작 혐의로 기소된 F 총경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F 총경은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라며 "다만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의 지시로 인해 ('목포서장 행동사항 및 지시사항' 문서의 허위 작성이라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됐고, ('여객선 세월호 사고 관련 자료 제출 보고' 문서를) 종이 형태로 해양경찰청 직원에게 건넬 때 그것이 어떤 형태로 사용될지 잘 알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2회 공판준비기일은 5월 25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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