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을 벗어난 순수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56] 디온 라하르디 크리스나 디카시 '정적이 그립다'

등록 2020.04.21 19:37수정 2020.04.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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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나 ⓒ 이상옥

         
나는 정적이 그립다
그림 같은 은하수 별 아래 들짐승들과 함께 노래하고
서두르지 않는 에델바이스의 초연한 전설을 이야기하고 싶다
- 디온 라하르디 크리스나 디카시 '나는 정적이 그립다'
 

이 디카시는 계간 <디카시> 2018년 겨울호에 수록된 것이다. 당시 디온 라하르디 크리스나는 인도네시아 사나타 다르마 대학교 3학년 재학 중이었다. 계간 <디카시>는 국제 대학생 교류 차원에서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외국 대학생들의 디카시를 꾸준히 게재해 오고 있다. 

디카시는 인도네시아에서도 문학한류의 가능성을 보인다. 인도네시아 국립대학교를 비롯하여 여러 대학에서 디카시 창작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과 한국디카시연구소 공동 주관으로 제1회 인도네시아 디카시공모전이 열려 인도네시아의 여러 대학의 현지 학생들도 다수 응모하여 큰 반향을 보이면서, 수상자 스스로 유튜브로 수상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스마트폰을 새로운 신체의 일부로 장착하고 걸어다니는 일인 미디어 시대의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신세대들에게는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유효한 새로운 시의 장르로 디카시를 선택하고 있다.

컴퓨터와 인간의 육체가 결합된 합성인간 혹은 인조인간, 즉 사이보그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젊은 세대들일수록 때로는 역설적으로 자연이 그리운 것이다. cybernetic과 organism의 합성어인 사이보그는 생물과 기계 장치의 결합체라 할 수 있다. 기계적 장치들을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젊은 세대일수록 미래 인간형인 사이보그에 더 가깝다.

인도네시아 대학생 크리스나의 디카시 '나는 정적이 그립다'에서는 그림 같은 은하수 별 아래 들짐승들과 함께 노래하고 에델바이스의 초연한 전설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노래한다.

에델바이스 전설은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에 관한 얘기다.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는 속세와 부딪칠 일이 거의 없는 알프스산에 자리를 잡았지만 한 등산가에 의해 발견된 뒤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해 젊은 남성들은 에델바이스에게 구혼하기 위해 끊임없이 알프스산에 오르다 조난을 당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천사는 다시 하늘로 가며 남겨둔 꽃이 바로 알프스의 에델바이스 꽃이다.

미래 인간은 점점 사이보그로 살아가게 될까

이 디카시에서의 에델바이스 전설은 디지털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사이보그인 신인간으로서 기계나 정보나 문명을 벗어나 순수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의 표상으로 봐도 좋다. 미래 인간은 점점 사이보그로 살아가게 될 것이고 그런 현실 세계에서는 은하수 별 아래 들짐승들과 함께 에델바이스 전설을 더 이상 운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보그로 살아가게 될 미래 세계의 인간도 근원적으로는 자연의 아들이고 딸이기 때문에 순수 자연 혹은 순수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패러독스한 열망은 점점 더 커지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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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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