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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란 무엇인가, 올바른 전달자 되기

[사춘기 쌍둥이 아들과 나누는 이야기20] 만화로 보는 민주화 운동 시리즈를 보며

등록 2020.04.23 10:59수정 2020.04.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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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산 : "저렇게 말해도 돼?"
강물 : "당연하지. 지금은 무단통치 시대가 아니잖아."


4월 15일 선거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저녁,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어느 후보의 연설을 뉴스로 보고 나누는 아이들의 대화였다.

'무단통치 시대'란 말은 <용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라는 책에서 근대사를 공부하며 익힌 용어이다. 아이들은 과거의 일이었던 역사를 배우고 현재의 뉴스를 보며 연결고리를 찾는다. 새삼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는 생각과 그에 따른 내 역할이 무겁게 느껴졌다.

내 어린 시절과 처음 선거를 했던 나이 무렵을 떠올려 보았다. 그때는 지금과 달랐다. 어린 내가 정치를 접할 기회도 희박했고, 나 스스로도 의지가 없었다. 식사시간에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TV뉴스를 접하는 게 전부였다.

성인이 된 내가 접한 역사와 정치는 학창 시절 교과서, 어른들의 이야기와 달랐다. 그 차이점을 메우는 건 내 몫이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전달자가 되고 싶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땐 책과 영화가 훌륭한 도구이다. 다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서 문제이다. 
 

4월을 기억하며 4월의 민주화운동을 기억하도록 읽은 책 ⓒ 신은경

 
에세이 쓰기 단톡방에서 소개된 책이 떠올랐다. 서점 나들이를 자주 못하는 요즘 다른 이들의 책 추천은 고맙다. 만화로 보는 민주화 운동, <빗창>, <사일구>, <아무리 얘기해도>, <1987 그날>.

각각의 책은 제주 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다루고 있다. 총 네 권으로 구성된 책은 각각의 저자가 다르다. 한 사람의 생각보다 다른 시각으로 접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지금은 4월이니까, 일단 4월에 관련된 두 권의 책만 아이들에게 주었다.

"오늘은 만화책 읽어도 돼?"
"책 읽는 시간에 포함되는 거야? 진짜?"


아이들은 신이 나서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책을 가지고 나오는 아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강물 : 엄마, 책이 좀...... 그래.
나 : 어떤 점이?
강물 : 어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마이산 : 나는 대통령은 모두 훌륭한 사람인 줄 알았어.
강물 : 그때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
마이산 : 나는 그 사람들처럼 못 할 거 같아. 대단한 사람들이야.


아이들은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느낌을 서로에게 쏟아냈다.

강물 : 우리 힘으로 독립을 했어야 했어. 그럼 달라졌을 텐데.
마이산 : 지금 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안심이 돼. 너무 무서운 일이야.
나 : 그때와는 다른 방법으로 지금도 일어나고 있어. 촛불 집회 기억나?
마이산 : 아.....


엄마인 나와 자신들은 그런 무서운 일이 일어난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이야기 하던 아이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책에 실려 있는 '기획의 말'을 읽어주었다.
 
'민주주의는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제주 4·3,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을 다룬 이 네 권의 만화는 우리 사회가 지금에 도달하기까지 거쳐 온 노정입니다. 이 책들이 우리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어제의 이야기가 미래 세대에서 내일의 희망을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나 : 얘들아, 사람들이 왜 민주화 운동을 한 것 같아?
마이산 : 자신들, 주위 사람들,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닐까?
강물 : 정당한 대우를 받으려고?


말하고 싶었지만 표현할 방법을 몰랐던 내 생각을 글로 만났다. 조금은 올바른 전달자가 된 것도 같았다. 내가 또 아이들이 이런 과정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실행해가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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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평범한 아줌마입니다.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다같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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