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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후 되갚은 독립성금... '민족혼은 살아 있다'

민화협-롯데장학재단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의 의미

등록 2020.04.23 20:05수정 2020.04.24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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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멕시코로 이민 갔다가 쿠바에 정착한 애니깽 이민 1세대로 이들이 보낸 독립운동 자금으로 상해 임시정부가 운영됐다. ⓒ 커넥트픽쳐스

 
제 이름은 Penján Antonio Eng Lim로 쿠바 하바나에서 1996년 2월 14일에 태어났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한국문화 속에서 자랐기에 인성과 삶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어머니는 한국 음식을 자주 해주셨고, 다른 한국계 쿠바인들과 함께 여러 활동들, 예를 들면 한복을 입고 한국의 명절을 기리는 활동도 해왔습니다. 저는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가족들로부터 어른을 존경해야 하며, 겸손해야 하고, 다른 사람을 도우며, 또한 목표한 바를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저는 쿠바 못지않게 제 한국 문화들을 깊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제 증조할아버지(임천택)는 한국의 독립유공자이십니다. 그분은 1903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났습니다. 1905년 한국의 어려운 살림에서 벗어나고자 멕시코 유카탄으로 이민을 갔습니다.

당시 멕시코는 좋은 임금과 환경 등이 보장된다는 거짓 광고를 통해 한국인을 모집했고, 약 1000명의 한국인이 좋은 미래를 꿈꾸며 이민을 갔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고, 한국 이민자들은 매우 극심한 빈곤에 맞닥뜨렸습니다. 그분들은 생존을 위해서 비인간적인 환경 속에서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였습니다. (중략)

1926년부터 증조할아버지는 대한민국임시정부와 연락을 취했고, 현지에서 700회의 신문도 발행했습니다. 1930년대 증조할아버지는 쿠바의 대한인국민회의 지도자로서, 동포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가르쳤습니다. 그분은 한국어 학교의 선생님이었고, 또한 청년학교 등을 세웠습니다. 쿠바에서 한국의 상황을 알리고 보전하기 위해 그는 쿠바 한인의 역사를 책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을 때, 증조할아버지는 매우 가난했음에도 쿠바 한인동포사회에서 독립자금을 모아 김구가 이끄는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로 보냈습니다. 증조할아버지의 이러한 노력을 인정하여 한국정부는 건국훈장 애국장을 수여했습니다.

이것이 인생이요 역사
 

민화협-롯데장학재단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생 심사위원회의 심사 장면 ⓒ 민화협(김태우)

 
나는 쿠바 동포 학생의 자기소개서를 여기까지 읽다가 이것이 인생이요, 역사라고 감동했다. 이밖에 다른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낱낱이 읽으면서도 벅찬 감동으로 가슴 뭉클했다.

나는 중국에 흩어진 항일유적지를 답사한 뒤 이대 중앙도서관 도서를 거의 섭렵하다시피 뒤지다가 어느 날 하와이, 멕시코, 쿠바 등지의 동포들이 주급에서 1~5달러의 독립성금을 모아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보낸 장부 철을 본 적이 있었다.

100년이 지난 조국에서 그 은혜를 보답하고자 하는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대표 상임의장 김홍걸)-롯데장학재단(이사장 허성관)의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생 사업이야말로 얼마나 보람되고 자랑스러운가.

더욱이 백범 장손 김진 선생이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생 선발 심사위원으로 그 후손을 선정했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하늘에 계신 100년 전의 미주노동자들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 백범 선생도 이에 감읍하시면서 소매를 적시는 모습이 삼삼히 그려진다.

상해 임시정부는 국내외 동포들이 보내준 성금으로 그 명맥을 유지했다. 그 성금으로 이봉창 의거도, 윤봉길 의거도 가능했다. 하지만 해방 후 우리나라는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예우가 소홀했다. 역사학자 강만길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평생 우리 근․현대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다가 이제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우리 역사 교육 특히 근․현대사 교육에 대한 불만은 지금도 여전하다. 남의 강제 지배에서 벗어난 민족 사회는 당연히 전체 교육과정에서 '민족해방운동사'를 따로 가르쳐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해방 후 우리 역사학계는 상당한 기간 민족해방운동사를 따로 엮어서 가르칠 만한 여건에 있지 못했다." - 박도 지음 <항일유적답사기> 추천사에서 

그러다 보니 친일파들이 해방 후에도 주류 세력이 되고, 그 후손들이 권력과 금력을 대물림하는 세상이었다.
 
"매국노는 친일파를 낳고, 친일파는 탐관오리를 낳고, 탐관오리는 악덕 기업인을 낳고… 동학군은 애국투사를 낳고, 애국투사는 수위를 낳고, 수위는 도배장이를 낳고…." - 박완서 지음 <오만과 몽상>에서
 
실제로 나는 그런 장면을 목격했다. 내 고향 출신의 13도 창의군 군사장 왕산 허위의 손녀(허성숙)가 고국에 와서 페인트공을, 손자들(허게오르기, 허블라디슬라브)이 공사장에서 막일하는 걸 봤다. 이런 현실에 장차 국난이 오면 누가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는가.

이념, 지역, 출신, 훈격 등을 초월해 장학생 선발
 

민화협-롯데장학재단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생 심사를 마치고(앞줄 왼쪽부터 심사위원 김삼웅, 위원장 이종찬, 심사위원 박도, 뒷줄 왼쪽부터 민화협 정책 홍보팀 김민아 간사, 민화협 사무차장 이시종, 심사위원 김병기, 원희복, 김진) ⓒ 민화협(김태우)

 
이종찬 우당장학회 이사장은 기자와 대담에서 '북한 정권에 대해 비판할 것은 많지만 그들의 혁명유자녀 교육만은 우리나라가 배울 점'이라고 말했다. 곧 혁명유자녀(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최고 엘리트로 양성하는 교육으로 북한 정권의 주류를 이루게 한다는 점이었다.

이번에 제1회 민화협-롯데장학재단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 심사위원회가 구성됐다. 심사위원장에는 이종찬(우당 이회영 교육문화재단 이사장), 심사위원으로 김병기(광복회 학술원장), 김삼웅(전 독립기념관장), 김진(백범 김구 선생 장손자), 원희복(경향신문 선임기자, 민족일보 조용수기념사업회 이사장), 박도(작가) 등을 선임하고 지난 1월 초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장학금은 1인당 600만 원으로 책정하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 증손, 현손(고손)까지 그 범위를 넓혔다. 아울러 독립유공자들의 이념, 지역, 출신, 훈격 등 모든 것을 초월해 꼭 필요한 학생을 선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는 민화협이 지향하는 진정한 민족 화해와 단합의 길일 것이다. 또한 롯데재단 허성관 이사장은 적극 지원하되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심사위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지난 2월 3일부터 3월 20일까지 민화협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고 지원서를 접수한 결과, 총 153명의 내외국인 학생이 등록했다. 심사위원회에서 4차에 걸쳐 꼼꼼히 논의해 ▲ 가능한 해외독립유공자 후손에게 기회를 많이 주자 ▲ 휴학생은 일단 제외하자 ▲ 한 독립운동가의 여러 후손이 지원하는 경우에는 그 가운데 연장자 1명에게 우선권을 주자 등의 내규를 정한 뒤 본격 선발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4월 13일 4차 심사위원회에서 애초 공고한 대로 30명을 선정하고 후보 4명을 포함해 34명을 선발하자 고맙게도 롯데장학회 측에서 후보 4명뿐 아니라 추가로 6명을 더 지원하겠다기에 4월 20일 5차 심사위원회에서 모두 40명의 장학생 선발을 확정 지었다.

우리 심사위원들은 각자 양심에 따라 열과 성을 다해 선발했지만, 어쩔 수 없이 탈락자가 발생하여 마음 아팠다. 롯데장학재단 측에서 이 사업을 민화협과 함께 해마다 지속하기로 약정하였으니 내년에 공모에 응해 주시기를 바란다.

국내외 공모자 전원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과 아울러 독립유공자 후손 여러분의 앞날에 축복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 민화협-롯데장학재단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생 심사위원 일동 올림
덧붙이는 글 2020년 민화협-롯데장학재단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 장학생 명단(전체 40명)은 민화협 홈페이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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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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