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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창 냄새 진동하는 금강 한편에... '희망이'를 지켜주세요

[금강에서 띄운 편지] 산 강과 죽은 강의 장벽을 터야 합니다

등록 2020.04.26 11:50수정 2020.04.2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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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늘 금강을 걷다가 발견한 꼬마물떼새 알입니다. ⓒ 김종술

안녕하세요. 저는 금강에 사는 김종술입니다. 온종일 금강에서 지내다 보니 얼굴은 새까맣고 손등은 갈라져 볼품이 없습니다. 1년에 340일 정도 10년 넘게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금강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금강에서 만난 제 친구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금강의 봄은 사람들을 다시 강으로 불렀습니다. 자전거와 유모차를 끌고 온 할머니들은 냉이와 달래, 쑥을 뜯느라 강변이 분주합니다. 4대강 사업으로 갇혔던 강물은 강바닥 모래가 보일 정도로 투명하게 빛났습니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금강의 세종보와 공주보 수문이 활짝 열린 덕분입니다.

수문이 열린 틈으로 상류에서 쉼 없이 고운 모래와 자갈이 흘러내리고 산란기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지천을 타고 올랐습니다. 상류와 지천에서 흘러든 모래밭에는 잉어의 산란이 끝나고 붕어들의 산란도 마무리되어 갑니다. 물고기들이 산란하느라 강바닥을 흔들어 놓았지만, 강물도 생물도 모처럼 생기를 찾았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모래톱도 변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천적으로부터 분리된 공간인 강변 모래톱은 철새의 낙원이자 자연생태 학습장입니다. 새들의 천적인 고양이, 삵 등으로부터 안전하게 은신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천적으로부터 자유로우니 개체 수와 종 다양성이 높아지고 덕분에 반가운 손님인 새들이 많아졌습니다.

모래톱의 축복
 

동남아시아에서 겨울을 보내고 금강으로 돌아온 꼬마물떼새들이 수문이 개방된 곳에 생겨난 모래톱에서 알을 낳고 품고 있습니다. ⓒ 김종술

 
참 친구를 소개한다면서 샛길로 빠졌습니다.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카메라와 배낭을 메고 지난해 생겨난 작은 모래톱을 걸었습니다. 부리가 가늘고 길며 어두운 갈색의 앙증맞은 새들은 자갈과 모래밭을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달걀만한 날씬한 몸매, 목덜미가 하얗고 노란색 금테 안경을 낀 예쁜 18~20cm 크기의 모래톱에서 살아가는 지표종인 꼬마물떼새입니다.

'삑삑~삑삑~'

강변에 찾아든 저를 적으로 생각했는지, 다리와 날개를 다친 것처럼 절룩거리고 파닥거리며 저를 자신쪽으로 유인했습니다. 저를 천적으로 알았나 봅니다. 처음 이 친구를 만났을 때는 그 친구만 따라다니느라 속사정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해마다 친구를 만나다 보니 이렇게 적을 유인하여 알이나 새끼를 보호하려는 어미 새의 할리우드 액션 같은 '의태' 행위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변에 알을 낳은 것 같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죽음의 강에 움트는 생명을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는 곳마다 바닥을 살피며 확인했습니다. 모래 한 줌을 퍼낸 것 같은 작은 둥지에 동그란 자갈같이 생긴 탐스러운 4개의 새알이 다소곳하게 햇빛을 받고 있었습니다. 둥지 바닥엔 수백 개의 좁쌀만 한 돌이 깔려 있습니다. 작은 부리로 한 개씩 날라다 만든 집입니다. 메추리알 크기의 꼬마물떼새 알입니다. 적의 침입에 위협하듯 제 주변을 낮게 비행하며 위협했습니다.

아침 기온이 2도까지 떨어지고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오는 상태에서 혹시나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서둘러 빠져나왔습니다. 가슴은 여전히 콩닥콩닥 뛰어올랐습니다. 멀리 떨어진 풀숲에 앉아 한숨 돌리니 작고 앙증맞은 녀석도 모래톱에 앉았습니다.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경계하더니 알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알을 다시 품기 시작했습니다. 잠시나마 스트레스를 준 꼬마물떼새에게 미안했습니다.

악몽 같았을 지난 세월
 

수문이 닫혀있는 백제보 상류에는 여전히 많은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 김종술

 
오늘 만났던 엄마와 할머니 조상의 고향도 금강입니다. 꼬마물떼새는 강변 모래톱과 자갈이 적당히 섞인 곳에서 살아갑니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빠르게 번식을 준비합니다. 장마가 시작하기 전에 번식을 끝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천적으로부터 노출된 바닥에, 특별한 둥지 없는 곳에서 새끼를 키우는 새들에게 장마는 번식 실패를 의미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서둘러 번식합니다.

하천에서 새끼를 키우는 새 중에서도 유난히 모성애가 뛰어난 새라고 합니다. 엄마도 지금처럼 태어난 이곳에서 엄마의 보살핌을 받고 자랐을 겁니다. 수달과 흰목물떼새, 쇠제비갈매기, 깜짝도요 친구들과 모래톱에서 함께 추억은 쌓고 살았으리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2010년 4대강 사업에 강변 모래톱이 사라지고 이들의 보금자리는 훼손되었습니다. 모래톱에서 아이를 키우던 부모님은 포클레인에 맞서 싸우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뒤에 매년 금강을 찾았지만, 고향은 고사하고 강줄기 어디에도 아이가 안착할 모래톱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녹색으로 물든 강물에서 물고기가 죽어갔습니다. '큰빗이끼벌레'라는 이상한 생명체도 나타났습니다.

그 때문에 한동안 강물만 가득한 강변에서 이 아이들을 볼 수 없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자갈과 모래가 있는 공사장과 주차장 등을 전전하며 새끼를 키웠을 겁니다. 그곳은 불편했고 불안한 공간입니다. 번식에 실패한 해도 있었을 것이며, 번식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매년 기나긴 여름을 보냈을 겁니다.

2018년 금강의 수문이 다시 열리고 주검의 공간은 생명의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막대한 혈세를 들여 수심 6m를 팠지만, 재퇴적 되었습니다. 동식물들의 삶터를 허물었지만, 물길이 흐르자 자연은 새로운 쉼터를 만들었습니다.

생명의 강으로 초대합니다
 

지난해 금강 모래톱에서 알에서 막 깨어난 꼬마물떼새 (유조) 새끼입니다. ⓒ 김종술

 
오늘 만났던 아이는 지난해 제가 '희망'이라고 불렀던 꼬마일지도 모릅니다. (관련 기사: 금강은 누구처럼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분들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희망'이와 그의 친구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뛰어놀 커다란 운동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세종보와 공주보는 열려 있지만, 아직 굳게 닫힌 백제보와 금강하구둑의 수문은 여러분의 목소리로 개방해 주세요. 이명박근혜 정권에 부역했던 '관피아'들만 믿고 기다릴 수 없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호시탐탐 수문을 닫을 기회만 엿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금강에는 산 강과 죽은 강이 공존합니다. 수문이 열린 곳에서는 새들과 물고기들이 생명을 품고 잉태의 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발길을 끊었던 사람들이 다시 찾는 자연의 휴식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이렇듯 뭇 생명과 공존하는 세상입니다.

수문이 닫힌 백제보부터는 물빛부터 다릅니다. 잿빛 강물에서 녹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습니다. 물고기 폐사가 수시로 발생하고 시궁창 냄새가 진동합니다. 풀 한 포기, 이름 없는 잡초도 태어난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미생물은 동물과 식물이 없으면 살 수 없고, 식물은 미생물과 동물 없이는 살지 못합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지금 금강의 흐름을 막고 있는 죽은 강의 수문마저 열어주셨으면 합니다. '희망'이와 그의 자식들이 누대로 알을 품는 희망의 공간으로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물고기들이 알을 잉태할 수 없는 수심 6m의 강이 아니라, 은빛으로 반짝이는 여울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생명체들을 다시 보고 싶습니다.

산 강과 죽은 강의 장벽을 터주시기 바랍니다. 곧 깨어날 '희망'이의 아이들을 보면서 다시는 우리의 둥지가 썩은 물에 잠기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품어봅니다. 금강을 찾으시면 함께 강변을 걸으며, '희망'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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