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온라인 수업 시대, 근대 학교 교육의 유효기한은 끝났다

[서평] 상상력과 창조력이 깨어나는 내일의 배움터 '미래교실'

등록 2020.04.28 10:27수정 2020.04.28 10:33
1
원고료로 응원
코로나19 사태는 '교육'에도 많은 질문을 던졌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은 준비가 부족한 탓에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다. 갑작스럽게 치러낸 시험은 혹독했지만 우리 교육에 유의미한 교훈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기반 학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보완할 것인가, 특히 미래 교육의 상은 무엇이며 지금의 교육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가 미래 교육을 앞당겼다?

나는 온라인 개학의 실효성에 대단히 회의적이었다. 코로나가 미래교육을 앞당겼다는 반응들은 호들갑스럽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넷 교육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담보가 있어야 하는데, 준비를 완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트래픽 폭주와 잦은 접속 장애 등 예상대로 기술면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 그러나 기술적 취약점은 빠르게 해결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IT 강국이 아닌가. 

문제는 내용이다. 온라인 학습이란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언제 어디서든 접속이 가능하다.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콘텐츠, 지식의 일차원적이고 일방적인 전달과 주입이 아닌 학생들의 발달 수준과 단계에 따른 개별화된 학습, 맞춤형 학습이 가능해야 한다. 이번 온라인 개학에 도입된 원격 수업은 이런 본질과는 분명한 거리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모두가 똑같은 시간에 교사의 수업을 듣거나 똑같은 동영상 콘텐츠를 시청한다. 과제를 풀고 출결을 해결하는데 혼자 할 수 없는 저학년들은 학부모가 붙어 있어야 한다. 결국 교사가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형식만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을 뿐, 교육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듯하다. 수업 시수는 채우고 있으나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피로했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폭풍처럼' 코로나가 왔다. 많은 전문가들은 인류의 생활양식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코로나 이후 도래할 미래에 새롭게 적응하는 게 관건이라고 한다. 교육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온라인 개학은 미래 교육을 앞당기는 새로운 학습 패러다임 창조의 실험장이 되지못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많은 숙제를 남겼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교육적 가치와 내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ICT 기반의 새로운 학습 환경에서 배움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미래 교육과 조응하는 새로운 학교 교육 체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미래 사회의 새로운 배움을 위한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등 제기되는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21세기는 교육의 총체적인 혁신이 요구되는 시대 
 

<미래교실> 표지 상상력과 창조력이 깨어나는 내일의 배움터 ⓒ 청어람미디어

 
일본의 디지털 교육전문가 이시도 나나코가 쓴 책 <미래교실>은 진화하는 세계에서 배움의 환경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의미있는 단서들을 제공한다. 현재 저자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창조적 배움터를 만들어가는 비영리단체 '캔버스'(CANVAS)를 이끌고 있다. 책은 '캔버스'의 경험을 통해 확인한 미래교육의 가능성과 조건들에 대해 풍부한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나면 미래 교육이란 단순히 기술을 활용한 교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된다. 2016년 다보스포럼 '일자리의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7세 아이들의 65%는 지금은 없는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한다. ICT의 융합으로 이루어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인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요구되는 능력은 무엇이고 필요한 교육은 어떤 것들일까? '미래 교육'이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능력을 키우며 성장해나가는 배움을 의미한다. 
 
OECD가 선정한 지식기반사회 핵심 역량(Key Competency) - 책 38쪽

∎ 사회문화의 기술적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
  - 언어, 상징, 텍스트를 활용하는 능력
  - 지식이나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
  -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능력

∎ 다양한 사회그룹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
  - 타인과 원활하게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능력
  - 협동하는 능력
  - 이해충돌을 제어하고 해결하는 능력

∎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능력
  - 거시적으로 행동하는 능력
  - 인생설계나 개인의 계획을 만들고 실행하는 능력
  - 권리, 이해, 책임, 한계, 필요를 이해하는 능력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 미디어랩의 미첼 레스닉 교수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아이들의 학습 방법과 교육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디지털 혁명은 세계적인 학습 혁명을 일으키고 있으며 그것은 곧 가능해질 것"(30쪽)이라고 말한다.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습 내용과 학습 방법, 학습 환경의 총체적인 혁신은 필수적이다. 새로운 교육 환경에서 스스로 학습하는 아이들은 새로운 지식과 가치의 생산자가 될 것이다. 

미래 교육은 미래 교실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배움의 방법은 이미 바뀌고 있다. 미래는 우리의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와 있고, 세계는 이미 그 방향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2012년 스탠포드대학의 교수 두 명이 개설한 글로벌 온라인 교육 플랫폼 '코세라'(Coursera)에는 전 세계 1백여 개 대학이 참가하고 있으며 450여 개의 과목이 개설되어 있고 수강생은 500만명에 이른다.

비영리조직인 '칸아카데미'에는 3천여 편의 교육영상이 공개되고 연간 600만명의 학습자가 접속을 한다. 하나의 영상이 끝나면 다음에 봐야 할 추천 영상이 표시되고 연습 문제를 풀면 자동으로 채점되어 아이들 개별의 수준에 따른 맞춤형 학습이 제공된다. 

저자가 운영중인 비영리단체 '캔버스'는 아이들의 창조력과 표현력의 발산을 돕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2007년 야나카, 네즈, 센다기 지역을 중심으로 '어린이지역정보발신기지국'이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마을을 취재하고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해 블로그, 팟캐스트, 신문, 영상으로 제작해 공유한다. 

이 활동은 세 가지 목표를 갖는다. 첫째, ICT를 활용한 창조력과 표현력을 기르는 것이다. 아이들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편집하고 만들어낸다. 둘째, 체험을 통해 ICT 리터러시를 익힌다. 아이들은 취재 활동 과정에서 '해서는 안 되는 일'도 배우게 되고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이해하게 된다. 셋째, ICT를 활용해 안전한 마을을 만들 수 있다. ICT가 감시의 도구가 아니라 지역 사람들과 교류하는 도구로 사용됨으로써 지역이 활성화 될 때 진정한 의미의 '안전한 마을'이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저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현실과 가상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조합하고 알맞게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표현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낸다"며 "아이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고, 앞으로 확산될 학교에서의 디지털 교육에 하나의 힌트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186쪽)고 했다. 

'디지털 키즈'를 위한 창조적 배움터 만들기

창의적 문제 해결 중심의 융합 교육과 학생 주도의 프로젝트 학습이 주를 이루는 교실에서 필요한 교사는 지식의 독점자, 일방적인 전달자가 아니다. 교사는 학생들의 주체적인 배움을 촉진하는 역할, 학교 밖 배움을 연결하는 역할, 지역사회로 확장된 교육생태계를 구축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역할, 학생들의 자율적인 배움과 탐색, 성장을 돕는 멘토이자 컨설턴트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원격 수업은 일명 '거꾸로 수업'이다. '거꾸로 수업'이란 수업방식과 순서가 뒤바뀐 형태의 수업이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학생이 온라인을 통해 미리 강좌를 보고 나서 학교에 오면 복습하거나 토론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교사와 학생이 토론과 응용 위주로 쌍방향 소통을 통해 수업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 
 
"앞으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갈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특히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세계에서 살고 있으며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다뤄온 '디지털키즈'들이다.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이 손을 맞잡고 새로운 표현과 풍요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우리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힘써야 한다." (30쪽)

획일화와 표준화 된 방식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근대 학교 교육의 유효기한은 끝났다. 기존 교육의 패러다임은 바뀌어야 한다. 논리력, 사고력, 창조력, 표현력,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키우는 학습과 배움으로 변화해야 한다. 주입식 암기 교육에서 창조와 표현, 협동을 통한 문제 해결로 교육의 내용과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기존의 학교 교육을 넘어서는 전혀 다른 방식의 새로운 배움을 상상하자. 교육이 변화해야 미래도 변화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우리 교육에 던지는 물음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민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yes24.com/xfile340)에도 실립니다.

미래교실 - 상상력과 창조력이 깨어나는 내일의 배움터

이시도 나나코 (지은이), 김경인 (옮긴이),
청어람미디어, 2016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AD

AD

인기기사

  1. 1 아파트 어떻게 지어지는지 알면 놀랍니다
  2. 2 "코로나19는 기획됐다"... 프랑스 뒤흔든 문제적 다큐
  3. 3 서울시, "10인 이상 집회 금지" 24일부터 사실상 3단계 실시
  4. 4 반격 나선 민주당 "주호영 부정부패 용의자같은 저주, 품격 떨어져"
  5. 5 아들은 자수 후 1년만에 자살... 만석지기 집안의 파멸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