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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반적으로 청년 정치인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 필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58] 황희두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선대위원장

등록 2020.04.27 17:10수정 2020.04.2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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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까지 합쳐 180석을 차지했다. 1987년 이후 한 당에서 국회 3분의 2를 차지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더군다나 집권 중간 평가 성격을 띠는 선거에서 여당의 압승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지난 2019년 11월 민주당 선거 기획 위원으로 발탁되어 화제를 모았던 황희두 전 민주당 공동 선대위원장은 선거 결과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 지난 23일 서울 용산역 안 커피숍에서 황 전 선대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음은 황 전 선대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청년정책 필요, 국회 내에서만 변화 이루어질 수 없어"
 

황희두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 선대위원장 ⓒ 이영광

- 15일 열린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을 합쳐서 180석을 얻었어요. 1987년 이후 처음 있는 압도적 승리인데 황희두씨는 민주당 선거기획단원과 공동선대위원장까지 하셔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은데 소감이 어떠세요?
"어떻게 보면 프로게이머, 유튜버, 청년으로서 엘리트 중심사회에서 전혀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없는 제가 이렇게 다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게 믿고 중요한 역할을 맡겨준 민주당 지도부에 일단 감사드려요. 저도 별 탈 없이 역할을 소화해 낸 것 같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고 좋은 분들에게 이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습니다."

- 느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일단 정치라는 게 되게 어렵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밖에서 봤을 때는 되게 상식적이고 생각하는 대로 흘러갈 것 같았는데 많은 사람의 생각이 충돌하고 그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까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고 청년정치가 여전히 되게 쉽지 않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 선거 기획단에서 활동할 때 이렇게 대승할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대승할 거라고 예상은 못 했는데 제가 생각했을 때 이렇게까지는 당연히 예상을 못 했지만 그래도 깨어있는 시민들이 워낙 많아졌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반드시 이길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과반은 좀 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어요."

- 왜요?
"일단 끊임없이 막말을 내뱉는 미래통합당이 심판을 받을 거라고 생각을 했죠. 게다가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관련해서 세계의 주목을 받는 모습도 큰 영향력을 끼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코로나19에 모든 게 덮이면서 코로나19 덕 봤다는 주장도 있던데 동의하세요?
"저도 실제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민주당에서 빅데이터 선거 그리고 전략 차원에서도 전문가분들이 잘 짜시고 후보자 개개인들이 다 노력도 하고 그 영향도 굉장히 컸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코로나19 관련해서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더라면 그걸로도 계속 공격을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온갖 가짜뉴스와 총공격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걸 국민들도 다 지켜보고 있었고 총선에도 영향을 끼친 거죠."


- 그러나 경제문제는 문재인 정부 약점이잖아요. 그러나 코로나19로 덮인 게 아닌가 해요.
"아무래도 지금 기사가 나오는 걸 보면 뭐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게 계속 부각 받고 있는데 이게 사실 절대평가 아닌 상대평가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다른 나라들 입장이 어떤지 그리고 전 세계가 지금 진짜 힘들어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굉장히 상위권에 있다는 걸 보면서도 많은 국민들이 안심을 하는 거 같습니다. 물론 걱정도 계속하고는 있지만요."

- 이번 선거에서 서울 강남 3구 민주당 후보들이 종부세 인하를 주장했는데.
"지역별로 보면 지역 정서라든지 이런 걸로 들어가서 봤을 때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고 얘기를 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국 모든 지역이 다 똑같이 흘러가지는 않고 세세하게 봤을 때 어떤 정책에 대해 유연하게 가는 곳도 있을 것이고, 특성상 보수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당연히 보수 유권자들 향해서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런 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주장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정책을 말 뿐으로만 펼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추진하게 될 것인지 그런 점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번 민주당이 이긴 건 민주당이 좋아서라기보다 미래통합당이 싫어서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는데.
"실제 동물 국회라는 말도 많았고 어떻게 보면 민주당 찍으셨던 분 중에서도 여전히 비판적인 분들도 계시잖아요. 다만 이번에는 우리가 친일, 매국 행위를 하는 그런 사람들은 다음 국회에서 보지 말자는 뜻이 담긴 거 같아요. 그들을 밀어내고 그다음에 우리가 진짜로 일하는 국회를 보고 다음 총선 때 다시 평가하겠다는 거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 보면 역사를 바로잡는 중요한 선거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큰 기대와 주목을 받았다고 보는 거고요."

"깨어있는 시민들 실시간으로 문제적 행동 심판할 것"

 - 선거 지원 유세도 다니신 거로 아는데 어떠셨어요?
"선거유세 하러 전국을 다니면서 그 지역에 계신 분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많이 듣고 느끼고 되게 울컥하기도 했어요. 모든 캠프마다 분위기는 달랐지만 그들의 간절함과 이번엔 어떻게 보면 제가 더불어 캠패인을 통해서 온라인으로 지원을 많이 했거든요. 앞으로는 좀 더 많은 청년이 어떻게 하면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정치발전과 지역 발전을 위해서 노력할 수 있을지를 고민을 하게 되었고 다음 총선 때는 조금 더 노력해서 저도 지역 후보에게 더 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은 조금 더 체계적으로 미리 전략을 잘 짰더라면 지금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텐데 제가 많이 부족해서 아쉬웠어요. 조금 더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었던 지역에서도 효율적으로 도움을 드리지 못한 거 같아서 그게 아쉬웠어요. 정의당 비례 1번 류호정 후보 관련해서도 게임계에서 많은 젊은 남성들이 정치권에 관심을 가졌거든요. 그런데 거기서의 대응이 좀 실망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다시 정치권에 관심을 안 가지고 더 멀리 떠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 점에서 게임계의 이야기가 정치권에 많이 전해질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더 멀어진 것 같아서 그게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 청년 정치에 대한 생각은 어떠세요?
"일단 국회 내에서 청년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당이 공감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제가 느꼈던 거는 국회 내에서만 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거예요. 그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게 만약 어느 지역에 청년 후보가 나온다 그러면 탐탁지 않게 생각해요. 어떤 부탁을 청년에게 가서 하긴 싫다 하시고, 그 나이에 무슨 정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거 같더라고요. 이런 상황에 국회 내에서 자발적으로 청년들이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당연히 국회에서도 변화가 필요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도 청년 정치인들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변화가 사회 전반적으로 이루어져야 청년 정치가 조금 더 활성화된다는 생각이 들었고, 청년 정치인 한두 명 뽑는다고 해서 젊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 180석이면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해지는 거잖아요. 그리고 권력이란 게 견제가 없으면 오만해질 수밖에 없어서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거도 사실인데.
"양정철 원장님이 무섭고 두렵다는 얘기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당선자들이 후보자 시절 간절함과 절실함을 절대 잊어서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깨어있는 시민들이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하고, 견제도 하고, 비판적 지지도 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잘못된 발언을 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즉각 심판하실 거라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일단 6월부터 시작되는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을 믿고 우선은 전폭적으로 국민들이 지지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그 과정에서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강하게 비판하되, 아직도 가짜 뉴스나 왜곡된 보도들이 여전히 너무 많은 거 같아서 그거에 대해서는 좀 신중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어떤 잘못이 팩트로 밝혀지면 그건 가차 없이 강하게 비판해야 된다 생각합니다."

- 비례연합 정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결과론적인 거지만 지역구에서 163석 얻으면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다 가져가도 1당은 못 되잖아요.
"당연히 원칙도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말 그대로 그 원칙이라는 것도 전쟁에 비교해보자면 말 그대로 전쟁이 벌어질 상황에서 상대방은 꼼수로 온몸을 무장하고 민주당은 맨손으로 전쟁을 치른다는 것이잖아요. 결국 패배하고 나면 승자의 논리대로 역사가 쓰여질테고, 특히 이번 총선에서 패배하게 됐을 때는 역사가 다시 한참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잖아요. 그래서 저도 원칙을 지키는 건 중요하지만 미래통합당 측에서 처음에 꼼수 정당을 만들고 나왔을 때 그거에 대한 대안이 반드시 비례연합정당을 통해서 이뤄져야 된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 점에서 저는 이게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을 합니다."

- 근데 지역구에서만 과반 넘었잖아요. 비례정당 안 만든다고 지역구에서 민주당 표가 미래통합당으로 가진 않을 거잖아요. 원칙을 지키는 게 지지층 결집으로 플러스가 되면 됐지, 마이너스 되진 않을 것 같거든요.
"먼저 저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압승 예상을 못 했어요. 그리고 어쨌든 상대측에서 그렇게 변칙적인 수를 갖고 나왔잖아요. 선거라고 하는 건 예측대로 흘러가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결과론적인 거고 만약 여러 가지 변수가 생겨서 중간에 흔들렸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게다가 간발의 차로 이긴 지역도 너무 많기 때문에 그런 변수까지 고려해서 저는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한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점에서 결과적으로 압승했기 때문에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유권자에게 주는 이미지가 안 좋으면 안 좋았지, 좋을 것 같진 않아요.
"실망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느꼈던 게 총선은 현실 전쟁이나 마찬가지잖아요. 특히 이번 21대 총선이 역사를 바꿀 수 있냐 없냐 되게 중요한 상황이었는데 미래통합당 측에서 말도 안 되는 꼼수 정당을 들고 나왔을 때 그거에 맞춰서 전략을 수립한 거잖아요."

- 총선이 끝났는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한데 사회 운동가로 돌아가시나요?
"먼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려고 해요. 원래 제가 중고등학생들 강의를 다녔는데 요즘 동영상을 해석하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게임 정책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이번에 초선으로 당선된 분 중에서 게임 정책에 공감하는 분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e스포츠 발전을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원래 하던 유튜브도 하고, 게임 관련 책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정치할 생각은 여전히 없나요?
"네. 저는 정치보다도 문화의 힘이 매우 강하다고 생각해요. 다시 기존처럼 밖에서 젊은 친구들하고 같이 소통하고 얘기하고 고민 나누고 전략도 짜볼 예정이에요. 어떻게 보면 이번에 양정철 원장님하고 이근영 위원장님을 보면서 그런 전략가로서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된 거 같아요. 저도 원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듯이 전략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그런 전략적 접근으로 게임과 정치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에요."

-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정청래, 강훈식 같은 선배님들이 많이 챙겨주신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청년 정치인들이 많이 당선되어 큰 기대가 된다는 말씀드리고 싶고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민주당 총선 과정에서 당연히 실망하신 분도 계실 거고, 정의당 비례 1번 관련해서도 상처받으신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아요. 그런데 어쨌든 이제 21대 국회가 시작되면 다시 정치권에서 게임 이야기가 계속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사를 바로잡는 데 있어서 민주당의 향후 행보에도 많이들 관심 가지고 눈여겨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황희두 #더불어민주당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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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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