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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비 세계 1위 미군, 어떤 시민의 안전도 지켜주지 못했다

[2020 세계군축행동의 날 ④] 평화세우기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등록 2020.04.29 15:28수정 2020.04.2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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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부터 4월 29일까지 한국에서 2020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캠페인이 진행된다. 세계군축행동의 날 캠페인은 매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세계 군사비 지출 보고서 발표에 맞춰 군사비를 줄이고 평화를 선택할 것을 각국 정부에 촉구하는 국제캠페인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위기와 인간 안보에 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비를 줄여 공공의료 확대, 사회안전망 구축,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할 것을 제안하는 연속 기고를 진행한다. [기자말]

살롱드모모_토크살롱 ‘평화와 안보에 대한 색다른 상상이 필요할 때’에 참여한 시민들 ⓒ 피스모모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교육 진행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지역사회 차원으로 확산된 이후 온라인 화상모임 플랫폼에서의 교육과 만남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20명 이상의 사람이 대면해서 만나는 건 약 100일만. 환기가 잘 되는 공간에서 창을 활짝 열어두고, 모든 이가 마스크를 쓰고 모였다. 이제는 익숙해진 손 세정제, 체온측정기와 함께.

배움 구성 중 하나로 '일대일 소통 활동'을 준비했다.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지난 일주일 동안 기분이 좋았던 일을 각자 1분씩 이야기하는 활동이다. 규칙은 간단하다. 듣는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

언어로 주로 표현되는 소통이지만, 사실은 우리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관여하는 섬세하고도 총체적인 기운 주고받기의 과정이었음을 성찰하는 활동인데, 준비하면서도 진행하면서도 조금 걱정되었다. 얼굴의 움직임과 표정이 듣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데, 이번엔 마스크를 쓴데다가 일정 거리를 두고 대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얼마만큼 세심하게 관찰하고 감각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잠시, 조금 머뭇거리던 어떤 선생님이,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을 때 미소 짓는 얼굴이 보여 힘이 났다고 나눠주셨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물어보니 "사실 확실하지 않고 제 느낌상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처음엔 몰랐는데, 중간에 마스크가 조금씩 씰룩씰룩하더니 이분이 웃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더라고요. 실제로 그러셨는지는 모르지만 더 말할 기운이 나고 연결된 느낌이 났어요"라고 답하셨다.

대단한 발견! 이로써,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마스크의 미세한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더 나아가 마스크 너머를 투시할 수 있는 능력도 가지게 되었다. 짝짝짝.

또 어떤 감각이 가능할까

투시력이라니 마치 초능력이 생긴듯한 우스갯소리지만, 코로나19가 한 측면에서 기존에 익숙했던 것을 불가하게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보이게 만들고 상상하게 하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이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감각을 마음껏 깨워볼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감각이 가능할까. 

이달 중순, 정부에서는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을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전 국민 지급으로 대상이 확대되어 총 14조3000억 원에 이르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세출사업 중 국방비에서 가장 많은 9047억 원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유가 하락으로 사용하지 않는 비용, 취소가 예상되거나 취소된 훈련비용, 지급 일정을 내년으로 늦춘 해외 무기 도입 비용 정도를 감액한 것이기에 이후 증액의 추이를 지켜보아야 하지만, 이 소식을 새로운 상상의 포인트로 제안해보고 싶다.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북핵과 미사일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기에',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책정된 국방비를 약 1조 원이나 삭감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는, 그 어떤 무시무시한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우리 삶은 훨씬 안전해질 것이고 안전에 대한 정의가 확장될 것이라고 단언해보고 싶다.

말을 꺼내기 무섭게 누군가는 이상적이고, 현실을 모르는 생각으로 치부해버린다. 국가안보가 취약해져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지 않을까 걱정한다. 정말 그럴까? 2019년 기준 국방비로 6834억 달러를 지출하며 독보적인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5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세계 2~10위 국가의 국방비를 합쳐도 상대가 안 된다는, 국가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강력한 군대는 그 어떤 시민의 안전도 지켜주지 못했다. 마스크와 방호복, 인공호흡기와 같은 보호장비가 절실하지만, 역설적으로 시민들은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으로 총기 구매를 선택하고 있다.

군사안보를 넘어선 상상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당연하게 일어나는 총기 사재기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수혜주, 수혜 산업'으로 이익을 얻는 누군가를 참담하고 엄중한 심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항상 그래왔던 일이지만, 다시 천천히 생각해보고 싶다. 같이 생각해보고 싶다.

무기가 안전을 보장한다는 생각은 얼마나 현실적인가. 안보하면 군사력 중심의 국가안보를 떠올렸던 이전과는 다르게, 지금의 안보는 국가를 넘어 모든 존재가 마주한 안전의 문제라는 것이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이다.

미래의 안보 역시 그래야 하지 않을까. 우리만을 지키는, 군사력에 의존한 안보에 대한 생각은 그대로인 채 인공지능을 활용한 더 '효과적인' 최첨단 기술로 무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소수의 안보 전문가, 군인, 방위산업체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관련되어 있고, 모두가 만들어갈 수 있고, 모두가 모두를 지키는 새로운 방식으로 말이다.

모두의 것인 안전을 되찾는 과정, 서로배움

말이 좋아도 여전히 현실적이지 않아 보이고, 당장 손에 잡히지 않고,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그 안전은 어떻게 가시화할 수 있을까. 모두가 만들어가야 하는 안전이기에 혼자서는 잘 모르겠지만, 마스크와 그 너머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상대와 연결되려고 했던 순간처럼, 여러 사람이 모여 서로가 배움을 주고받는 경험이 쌓였을 때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반짝임이 생겨나는 것에 주목한다.

이런 점에서, 안보가 모두의 것이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를 같이 밝혀내고 바꿔가는 배움을 제안하고 싶다. 잘 안 보이니 렌즈가 필요하다. 그 첫 번째 렌즈는 분단이다.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으로서의 분단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며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분단.

"선진 일류 국가,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합니다. 국가정보원은 간첩, 좌익사범, 국제범죄, 테러, 산업스파이, 사이버 안보 신고 상담을 위한 111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서울지하철에서는 여전히 간첩신고 방송이 흘러나온다. 내 옆의 시민을 동등한, 연대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수상한 거동을 감시해서 신고해야 할 존재로 간주하고, 그것이 안보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내용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이 방송은 나에게는, 나를 둘러싼 공동체에는 어떤 영향을 주는가. 

반공교육, 통일교육을 지나 평화・통일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지만, 교육 목표에서는 여전히 건전한 안보관을 제고하며, 북한주민을 동포이지만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상정하는 통일교육지원법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그 목표가 반영되어 진행되는 학습과정은 나에게, 우리 사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분단은 적-아의 구분과 벽 세우기의 문화를 일상적으로 만들어왔다. 그 문화의 토양에서는 적대적인 양자 갈등만이 싹트기 마련이었고, 이는 학교와 미디어, 군대에서, 그리고 의식하지 못하는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학습되며 서로에게 영양분을 주었다. 이러한 사회에서 안전을 떠올린다는 것은 꽤나 단순하다. 상대를 압도하는 것만이 곧 안전이고 평화이다. 상대의 군비 증강은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일이지만, 우리의 군비 증강은 평화를 수호하는 일이다.

누가 질세라 군비경쟁을 해온 70년, 우리 사회는 얼마나 안전해졌는가. 상대의 안전이 우리에게 위협으로, 우리의 안전이 상대에게 위협으로 작용하는, 따라서 절대 도달 가능하지 않은 평화를 위해 얼마나 더 생명과 시간과 재원을 소모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너무도 당연하고 당장은 현실적인 것처럼 보였지만, 이제는 한 발짝 물러나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라는 좁은 우리를 벗어나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생각을 조정하는 경험, 특정 집단의 강한 힘이 아니라 모두의 연대로 새로운 안전, 새로운 평화를 구성하는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기를 기대해보고 싶다.

현실적인 제안, 가능한 미래

이외에도 어떤 렌즈가 안보를 모두의 것으로 되찾는데 유용할까. 두 번째, 세 번째, 계속 찾아서 서로에게 제안해주면 좋겠다. 공동체와 안보를 위협하는 이상주의자의 헛소리가 아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존재가 조금 더 평화롭고 안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기록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안보에 의해 보이지 않던 것을 찾아내고, 차근차근 실행해보자는 현실적인 제안이다.

글을 읽는 지금 바로 거기서, 옆에 있는 존재들과 함께 시작할 수 있다. 정형화된 배움 공간이 아니어도, 선생님, 학생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의 배움은 일상 대화에서도, 혼자만의 생각에서도, 의식하지 못하게도 일어나니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래 질문들을 참고해도 좋다.

1-1. 나에게 평화는 어떤 의미인가요? 누가/무엇이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나요?
1-2. 그 위협을 줄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요?

2-1. 군사안보 중심의 국가안보를 넘어 모든 존재의 안전을 보장하자는 문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시나요? (0에서 100까지) 그 이유는요? 
2-2. 국방비를 줄여 공공의료 확대, 사회안전망 구축,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자는 문장에 어느 정도 동의하시나요? (0에서 100까지) 그 이유는요?
2-3. 다른 이들과 나눠주세요. 두 문장의 점수 차이가 있다면 왜인가요?

3-1. 국방비를 줄여 복지에 더 많이 사용한다면, 어디에 더 쓰였으면 좋겠나요? 시민의 안전을 위해 무기보다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요?
3-2. 코로나19와 관련해 북한과는 어떤 교류를 해볼 수 있을까요? 그 이후에는요?
덧붙이는 글 해당기사는 영철 피스모모 교육연수팀장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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