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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비사관학교의 이모저모

[[김삼웅의 인물열전] 박정희를 쏘다, 김재규장군 평전 / 7회] 김재규와 박정희는 닮은 점이 많았다

등록 2020.04.30 14:29수정 2020.04.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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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는 육사 제1중대장으로 근무시절 남로당 가입혐의로 체포됐다. 사진은 육사의 전신인 조선경비사관학교 정문 모습. 박정희는 육사 제1중대장으로 근무시절 남로당 가입혐의로 체포됐다. 사진은 육사의 전신인 조선경비사관학교 정문 모습. ⓒ 육사 졸업앨범

 
조선경비사관학교에 대해 좀더 살펴보자.

김재규와 박정희가 인연을 맺은 곳이기도 하지만 이들이 졸업한 지 15년 뒤 박정희의 주도로 5ㆍ16군사쿠데타가 일어나고 동기생들 중에는 상당수가 군사정권과 유신권력의 요직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다수의 만군ㆍ일본군 출신들이 조선경비사관학교에 들어간 것은, 물론 마땅한 일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은 때였지만 해방된 조국에서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세탁하려는 의도였다. 이것은 김재규나 박정희가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2기생은 1기의 45일간에 비해 그나마 12주(82일)의 교육기간에 불과했으나 제식훈련, 99식 일(日) 소총훈련, 분대ㆍ소대전술, 독도법과 행군, 숙영훈련을 받았다.

우리 군은 미군정청의 방침에 따라 제식훈련, 부대편성, 전술 등에 모두 미국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내무생활만은 과거 일본군 그대로였다. 또 대부분 군사 경력자 중에 일본군 또는 그 영향하에 있던 만주군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라 일본군대식 노고를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배운 것이 그뿐'이라는 말이 있지만, 기합과 구타라는 전형적인 일본식 통솔법이 초창기 우리 군에서도 답습됐다.

사관학교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후보생들에게 기합과 구타가 있었다. 신생 우리나라의 군 간부가 된다는 포부를 품고 모여든 후보생들에게는 이것은 큰 불만이었을 법하다. 더욱이 해방 후의 혼란기였던만큼 과거의 선배가 뒤늦게 군에 들어가 후배가 되는 등 서열이 뒤바뀌고 온갖 성분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갈등은 더했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의 나이 차도 없었다. 학력도 별 차이가 없었고, 군권력이나 군사직에서도 모두가 미국 것을 배우는 판이라 크게 월등할 것이 없고 보니, 자연히 통솔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주석 2)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 자료사진

 
김재규와 박정희는 닮은 점이 많았다.


글공부보다 군인이 적성에 맞고, 학교 성적이 우수하지 못하고, 교편생활을 했으며, 일본군에 지원 또는 징집되었다. 부모의 강요로 애정이 없는 초혼을 하고, 해방 후 육군사관학교에 함께 들어갔다.

다른 면도 있었다. 박정희는 찢어지게 가난한 소작농의 집안에서 태어나고, 김재규는 부유한 지주의 아들로 출생했으며, 전자는 혈서를 써가면서 일본군(만군)에 들어갔으나, 김재규는 일제에 저항한 모습을 보였다. 생도시절에 두 사람 사이는 특별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 ⓒ 자료사진

 
김재규는 14등, 박정희는 3등으로 졸업하였다. 만 3개월 만에 소위로 임관한 김재규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에 비하면 훨씬 우수한 성적인 동기생 196명 중 14등으로 졸업하여 대전 소재 2연대에 중대장 대리로 보직을 받았다.

"성적으로 보면 군사훈련 및 군사 과목들이 일반학교 교과목들보다 더 재미있고 체질에도 맞는 것 같았다. 김재규는 군대의 생명인 질서, 절도, 충성, 복장단정 등이 자신의 생활 신조와 일치해 군대 생활이 자신에게는 편했고, 주변 사람들은 그를 '군대먹기'라고 촌평하기도 했다." (주석 3)


주석
2> 앞의 책, 91쪽.
3> 오성현, 앞의 책, 45쪽.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박정희를 쏘다, 김재규장군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재규장군평전 #김재규 #조선경비사관학교 #육군사관학교 #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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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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