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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와 닮은 이 수직 감옥의 비밀

[미리보는 영화] <더 플랫폼,> 팬데믹 시대에 대한 비유

20.04.28 17:48최종업데이트20.04.2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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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플랫폼>의 한 장면. ⓒ 더쿱

 

눈을 떠보니 웬 낯선 침대 위다. 수상한 늙은 사내가 알 수 없는 음흉한 미소를 보인다. 생각해보니 금연도 하고 책도 볼 겸 자진해서 들어간 '수직 관리 센터' 내부다. 하지만 룸메이트가 된 사내는 감옥이라 말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끔찍한 일들이 벌어진다. 

스페인영화 <더 플랫폼>은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심리 스릴러극으로 분류할 수 있다. <큐브>, <폰 부스> 등의 영화에 열광했다면 꽤 흥미롭게 관람할 요소가 많다. 

이런 영화에선 공포감과 스릴러 요소와 함께 중요한 게 배우의 연기다. 아무래도 닫힌 공간이라 영화적 기법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끌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예르모 델 토르 감독의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에 출연했던 이반 마사구에가 주인공인 고렝 역을 맡아 수직 감옥 시스템에 도전했다. 여기에 고렝의 룸메이트이자 수수께끼 같은 사연을 지닌 트리마가시는 배우 겸 작곡가인 조리온 에귈레오가 연기했다. 마치 연극무대에서 대사를 주고받듯 두 사람은 적절히 힘을 배분해 가며 긴장감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극적 긴장감을 담보한 채 영화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수직 감옥이 운영되는 몇 가지 규칙을 살펴보면 감독이 어떤 의도로 이 질문을 던졌는지 파악해볼 수 있다.

매일 1회씩 '플랫폼'이라 불리는 식탁이 꼭대기 층에서 내려온다.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하는데 윗 층 사람이 양껏 먹게 되면 아래로 갈수록 음식은 줄어든다. 혹여나 여분의 음식을 따로 챙기면 그 즉시 방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거나 떨어진다. 입소 전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물건 하나씩을 챙길 수 있다. 내부에서 그 물건으로 무엇을 하든 자유다. 각 층에 머무는 기간은 1개월. 그 이후에 자신이 어떤 층에 배정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영화 <더 플랫폼>의 한 장면. ⓒ 더쿱

  

영화 <더 플랫폼>의 한 장면. ⓒ 더쿱

 
극한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이는 현대 사회에서 종종 이뤄졌던 사회적 실험의 연장선으로 보이기도 한다. 극한의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기적 선택을 할 것인지 공존을 택할 것인지를 영화는 집요하게 파고든다. 우연히 상층에 배치된 이들은 환호하며 호화로운 음식을 마구 먹지만 다음 달엔 맨 하층에 배치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런 시스템을 못 견딘 이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서로를 죽이기도 한다. 

시스템에 안주하며 정해진 기간 6개월을 채울 것인가 아니면 시스템의 본질을 깨부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존할 것인가. 고렝은 후자를 택한다. 모든 층의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생존할 수 있도록 설득해보기도 윽박지르기도 하면서 그는 인간 본성과 악함을 되새긴다. 이 과정이 여과 없이 화면에 표현되는데 관객에 따라 다소 역겨울 장면도 등장한다. 

이런 주제의식은 코로나19 사태로 새 국면을 맞이할 지금의 세상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미증유 바이러스의 유행 속에서 어떤 이들은 고립을 택했고, 차별과 분리를 주장했다. 또 다른 이들은 일상을 유지하면서 극도의 협조와 협업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어떤 선택이 옳았는지 당장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후자의 사람들이 보다 인간적이고 행복에 가까워 보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더 플랫폼> 속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생각보다 결말 자체가 충격적이진 않지만 이야기와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꽤나 긴 여운이 남을 것이다.

한 줄 평: 코로나19 시대를 바라보는 기막힌 비유
평점: ★★★☆(3.5/5)

 
영화 <더 플랫폼> 관련 정보

감독: 가더 가츠테루-우루샤
출연: 이반 마사구에, 조리온 에귈레오, 안토니아 산 후안, 알렉산드라 마상카이
각본: 데이비드 데솔라, 페드로 리베로
수입: ㈜더쿱
배급: 씨나몬(주)홈초이스
러닝타임: 94분
관람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 2020년 5월 13일
 

 
더 플랫폼 코로나19 팬데믹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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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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