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 대신 방호복 입고 장례... 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을 일깨우는가

삶의 이치 알아가는 긴 여정 담긴 소설,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

등록 2020.04.29 09:06수정 2020.04.29 09:14
0
원고료로 응원
a

베르나르 베르베르 '죽음' 책 앞표지 ⓒ 열린책들

 
코로나19 발병이 대구 지역에서 급격히 확산할 때의 일이다. 아는 분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도 못 치르고 화장한 뒤 바로 묻었다고 했다. 상주인 큰아들은 상복 대신 방호복을 입은 채 장례를 치렀다고 하니 그 심정이 어땠을까 싶다.

이때 본 책이 베르나르의 소설 <죽음>이다. 1994년에 나오자마자 읽었던 그의 초기 소설 <타나토노트>와 같은 출판사에서 똑같은 양장 제본으로 나왔다. 

베르베르 자신과 닮은 천부적인 이야기꾼 '가브리엘 웰즈'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죽음>은 갑작스레 죽은 주인공이 자기가 왜 죽어야 했는지 의문을 품고 그 사연을 파헤치는 소설이다. 피해자와 수사관이 동일인물이다 보니 얼마나 수사를 열심히 하겠는가. 재미있는 설정이다.

이야기는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사망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추리물이 그렇듯이 장면 하나하나가 숨 가쁘다. 가장 먼저 헤어진 여자친구가 떠올랐다. 매혹적인 여배우인 사브리나는 속된 말로 가브리엘이 '차버렸었다'. 

두 번째 용의자로 쌍둥이 형인 토마가 걸려들었다. 가난한 과학자인 토마는 돈과 인기를 누리는 동생 가브리엘을 늘 질투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용의자가 나타났다. 출판인 알렉상드르와 문학평론가 장 무아지다.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에서 독자의 질문에 대답하듯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물질세계와 비물질 세계는 물론 산 자와 죽은 자들 사이에 오가는 기이한 대화들이 그것이다. 
 
"말도 안 돼! 난 아직 죽을 나이가 아니에요!"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웰즈씨. 당신은 말이죠... 일체의 불필요하고 거추장스러운 것에서 벗어나 본질적인 것, 당신의 정신만 간직하게 됐어요." (33쪽)
이렇게 분노, 부정, 수용, 체념, 슬픔, 타협, 충격 등 일곱 단계의 죽음으로 가는 고개들이 나오는데 고개마다 죽음이라기보다 생생한 삶의 재생이다. <타나토노트>가 산 채로 죽음의 세계로 넘어 가 보기 위한 시도였다면, 이 책은 이승과 저승을 자유로이 오간다는 면에서 그때의 숙원을 푼 셈이다. (258~262쪽)

추리소설가의 근성일까?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영매 뤼시가 가브리엘 웰즈에게 환생을 권하면서 죽음의 원인을 찾기보다 환생해서 새로운 삶을 살기를 바라지만 주인공은 그 권유를 거절한다. 죽음을 통해 삶의 이치를 알아가는 긴 여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한국농어민신문에도 실립니다.

죽음 2 (리커버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은이), 전미연 (옮긴이),
열린책들, 2019


죽음 1 (리커버 특별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은이), 전미연 (옮긴이),
열린책들, 2019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농(農)을 중심으로 연결과 회복의 삶을 꾸립니다. 생태영성의 길로 나아갑니다. '마음치유농장'을 일굽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최고의 방역은 '면역력 강화'

AD

AD

인기기사

  1. 1 굴·바지락·게에서 나온 '하얀 물체'... 인간도 위험
  2. 2 10살 초등학생 성폭행... 스포츠계에선 흔한 일이었다
  3. 3 11~15살 학생 수백 회 강간… 이런 일 가능했던 이유
  4. 4 가사도우미에게 재판서 진 고위공직자... 추악한 사건 전말
  5. 5 농구선수로 11년 살아온 제가 '최숙현의 절규'에 답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