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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은 왜 정치비평 자리에서 떠났나

[주장] 유시민의 정치비평 중단 선언과 일부 검찰 기자들

등록 2020.04.30 11:50수정 2020.04.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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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KBS 21대 국회의원 선거 개표방송에 출연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 KBS

 
절필 선언은 작가에게 생명을 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불의에 대한 저항의 표현으로서든, 아니면 자신의 과오에 대한 사죄 표시로서든 절필이란 극단적인 행동일 수밖에 없다. 유시민 작가는 지난 15일 밤 여당이 180석을 차지했다는 발표로 개표 방송을 마감하는 자리에서 정치비평과 관련해 절언 선언을 했다. 

유시민은 재선 국회의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참여정부의 상징적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대중적 이미지는 비호감의 대명사였다. 정치 일선에서 뛰던 시절, 유시민 자신도 대단히 싫어했던 별명이 있었다. "옳은 소리도 싸가지 없이 하는 사람"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이 유시민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나왔다. "저토록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

2011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낙선 후, 유시민은 2013년 전업 작가를 선언했다. 파란만장한 정치인의 삶을 그만두고 작가라는 자유인으로 돌아왔다. '글쓰기란 내 생각을 찾아서 문자로 바꾸는 작업'이라면서 자신을 지식소매상이라 낮추며 시민들과 글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정치 풍운아'에서 '작가'로의 변신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방송 프로그램 <썰전>과 <알쓸신잡>은 지식소매상에서 스타 작가로 변신한 그의 활약이 돋보였던 장이었다. 대중의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심지어 범진보 진영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2017년 한 유력 일간지로부터는 "출판·방송·강연 3종 세트 시장의 유력한 브랜드"라는 찬사를 받았다. 무엇보다 작가로서 200만 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보이며 "정치의 교양화, 교양의 정치화"를 선도하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뚜렷한 정치적 편향을 가진 글쟁이"라고 그가 시인한 것마저 상업적 측면에서 유리한 점으로 언급될 정도였다. 

이에 부담을 느껴서인지는 몰라도, 2018년, 2년 6개월 만에 JTBC <썰전>에서 하차하며 또 한 번 더 정치와 멀어지는 길을 선택했다. "이제 정치에서 더 멀어지고 싶어 정치비평의 세계와 작별하려 한다"며 "앞으로는 자유로운 시민으로서 본업인 글쓰기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부끄러움 아는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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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23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 사무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준비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2019년 1월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은 유시민은 극우 유튜버 전성시대의 가짜뉴스와 전쟁을 선언하며 <유시민의 알릴레오>을 시작했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채널에 도전하며 정치비평의 세계로 돌아왔다. 물론 대성공이었다. 1화가 당일 조회수 100만을 기록하고 3일 만에 200만을 돌파했다. 

극우 유튜버와의 가짜뉴스 전쟁은, 그해 10월 29일 검찰과 일부 언론 동맹에 맞서 '조국 전쟁'에 참전하면서 기성 언론(레거시 미디어)과의 전쟁으로 확전되었다. 기성 언론 상당수가 검찰의 받아쓰기 기계라는 오명을 쓰고 가짜뉴스와 편파방송의 대명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유시민이 밝힌 참전의 변은 다음과 같다. "처음엔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고 "조 전 장관의 청문회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본인이 소명하고 청문회에서도 해소되지 않는 범죄 의혹이 있으면 검찰이 조용히 은밀하게 수사해서 사실을 공표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8월 27일 검찰이 서른 군데 넘게 압수수색을 하는 것을 보고 '검찰이 가족 인질극으로 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민주공화국의 일개 시민으로서 "검찰의 오만한 작태와 싸우지 않으면 내가 비겁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살아 있는 권력인 검찰과 싸우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표시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라는 타이틀이 나를 지켜줄 수 없다"며 "무섭지만 참고 저 혼자 싸우는 것이다. 무서워도 참고 갈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을 상징하는 공수처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21대 총선에서 여당이 180석을 차지하며 압승하는 데 자칭 '어용 지식인'인 유시민의 <알릴레오> 방송 프로그램과 정치 토론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보수 정치인과 보수 언론이 나서 유시민의 발언을 왜곡해 이른바 '180석' 논란을 의도적으로 일으켰다. 여당의 선거 지도부도 유시민 발언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렸다. 

오죽하면 유시민이 여당에 180석을 달라고 유권자에게 호소할 정도였다. 개표 방송에서 180석이 확실해지자 유시민은 비장한 얼굴로 정치비평 중단을 선언했다. 며칠 후 <알릴레오> 마지막 회에서 더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밝혔다. 여권의 일부 후보가 낙선하는 손해를 봤다는 일부 여권 지지자들의 비판을 그대로 수용한다면서 그 후보들의 이름을 부르며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제가 하는 말이 범여권, 여당에 권한이 있는 사람이 한 일처럼 받아들여지는 그런 조건에서는 비평을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봐서"라고 절언의 이유를 밝혔다. 그가 싸가지 없는 진보 정치인이 아니라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권력화되고 있는 자신의 발언을 부끄러워하고 미안해하는 양심적 작가임이 드러난 대목이다.

부끄러움 모르는 일부 검찰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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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채녈A 광화문 사옥.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종합편성채널 채널A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1박 2일째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에 정파적 이익에 골몰하며 심지어 가짜뉴스도 '단독'을 달고 받아쓰기하는 언론인들도 있다. 검찰과 언론의 유착을 대표하는 의미로 '검찰 기자'가 사용되었다. 유시민과 논쟁을 일으켰던 KBS 법조팀의 김경록 인터뷰 왜곡 보도가 있었다. 이 보도는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를 받았다.

검찰이 재판 과정 중에 언급한 SBS 보도도 있다. "정경심이 임의제출한 PC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 발견됐다고 한 보도내용과 달리 이 PC에선 총장 직인이 발견된 사실 없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는 단 한 번의 조사도 없이 정경심을 기소하여 곤란한 처지에 놓였던 검찰에 대한 여론을 단숨에 바꿔놓은 바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담당 기자와 방송사는 해명조차 하고 있지 않다. 

더 충격적인 일은 채널A 기자의 사건 조작 혹은 공작이다. 유시민이 두려워하던 일이 실제 벌어진 것이다. 채널A 기자와 유착관계로 의심받고 있는 검사장은 이를 부인하면서 채널A 기자 단독 범행이라고 발뺌하고 있다. MBC, KBS 보도에 따르면, 채널A 사장단은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서 채널A 기자와 통화한 검사장을 시인했다가 이를 회의록에서 빼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미 한 달이나 지나 증거 인멸 시간을 충분히 준 검찰은 28일 갑작스럽게 채널A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채널A 기자들이 언론탄압이라며 거부하자 서로 대치하는 볼썽사나운 쇼를 밤새 벌였다. 도무지 받아쓰기의 일방적 보도, 왜곡 보도, 심지어 공작이라는 일탈과 범죄 행위에도 전혀 부끄러움이 없는 검찰 기자들의 모습이다.

말의 권력으로부터 분리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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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설치된 포토라인 ⓒ 연합뉴스

 
한나 아렌트의 '평범한 악'의 개념은 부당한 명령을 따른 나치 학살자인 아이히만의 태도를 분석하는 데서 나왔다. 아이히만과 같은 이들의 문제점은 "생각하지 않는" 데 있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주체적 인간임을 포기하고 권력의 도구가 되어버린 현대 관료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슬라보예 지젝은 라캉의 '분리' 개념을 빌려 테러리스트가 된 종교적 광신주의자는 스스로 '큰 타자'의 도구로 간주하는 심리 구조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학증이나 피학증과 같은 성적 도착증자들은 자신을 쾌락의 도구로 간주한다. 마찬가지로 '신의 뜻'을 말하는 종교적 광신주의자들도 스스로 신이라는 큰 타자의 도구로 자신을 여긴다는 것이다.

큰 타자란 기존의 사회적 프레임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바로 그 '매트릭스'의 역할인 것이다. 이 타자로부터 분리가 안 되면 <매트릭스>의 주인공처럼 매트릭스에 연결돼 자신이 배터리처럼 이용된 줄 모른 채 매트릭스가 제공하는 쾌락에 만족하는 삶을 살게 된다. 분리란 큰 타자의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일부 검찰 기자들이 스스로 살아 있는 권력인 검찰과 동일시하는 도착증의 상태에 빠진 게 아닐까? 거짓말로 코로나 사태를 복잡하게 만든 신천지 교인들과 같은 심리적 구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신의 이름으로 태연하게 거짓말하는 것과 검찰 권력의 이름으로 태연하게 거짓말하는 것, 다시 말해 타 종교에 들어가 조작으로 교회와 신도를 접수하는 것과 공작으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것은 동일한 증상 아닐까? 

도착증자에게는 부끄러움이 없다. 왜? 자신은 큰 타자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맹자에 따르면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는 사람이 아니다. 검찰 기자 역시 검찰 권력이라는 큰 타자의 꼭두각시인지도 모른다. 도착증이라는 병리적 심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반면 부끄러움을 아는 유시민은 이제 정치비평의 자리에 없다. 그는 자신의 말의 권력으로부터 분리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말의 권력을 스스로 버렸지만 그와 함께 깨인 시민들이 때가 되면 다시 그를 호출할 것이다. 받아쓰기와 왜곡으로 마음 상한 시민들이 용기있는 진실의 말을 잊지 않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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