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사리 소년과 오공이 대전소년원 디딤돌 심신수련장을 걷고 있는 두 소년 ⓒ 최원훈
지난 4월 말에 신입 학생이 입원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소년은 보육원 생활을 하다 정신병원에서 1년 동안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하였으나, 학교생활과 보육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보육원 원장이 법원 판사에게 통고하여 소년원 7호(의료처우) 처분을 받았다.
통고 제도란 범죄를 저지른 소년이나 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우범소년을 보호자 또는 학교·사회복리시설·보호관찰소의 장이 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사건을 법원에 접수시키는 절차이다. 통고제도는 소년 문제의 초기 단계에서 간편하고 신속하게 보호자 및 학교의 감독과 교육, 법원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이다.
| 통고의 대상 |
1. 죄를 범한 소년(범죄소년, 14세 이상 19세 미만)
2.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촉법소년)
3. 다음 각 사항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고 그의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인 소년(우범소년)
(1)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성벽이 있는 것
(2)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는 것
(3)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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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인 고사리 소년이 무척 좋아했다.
"소년원에 저보다 동생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우리 반에 오면 정말 잘해줄 거예요! "
필자도 소년원 담임을 하면서 5학년은 처음이다. 고사리 소년아! 6학년도 처음이었어. 소년은 5학년이지만 1학년이나 2학년으로 보일 정도로 앳된 얼굴에 왜소한 체구였다. 고사리 소년이 덩치가 커 보일 정도였다.
고사리 소년의 바람대로 5학년 우범소년은 우리 반에 배치되었다. 신입반 담임 선생님이 건네준 서류들을 읽어보았다. 보육원에서 법원에 제출한 처분변경 신청서와 보육일지의 내용을 보니, 일당백의 우범소년이었다. 반 배치를 받고 신상조사를 위한 상담을 했는데, 소년은 자신의 별명이 원숭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철봉이나 운동기구를 잘 타고 어디에든 높은 곳에 잘 올라가서 붙은 별명이라고 한다. 머리를 짧게 깎아놓고 보니, 영락없는 아기 손오공이다.
오공이는 학교 수업시간에 책상을 밀어 넘어트리거나 의자를 끌고 다니고, 수업 도중에 교실을 나가 운동장으로 가는 등 수업방해 및 거부를 일삼았다. 이를 지도하는 교사에게 욕설을 하며 지속적으로 교권침해를 해서 담임교사가 "교사 생활 10년 만에 이런 학생은 처음이에요!"라고 보육원 교사에게 하소연할 정도였다.
보육원에서도 자해를 하고 기물을 닥치는 대로 파손하여 타 아동에게 공포와 위해를 가하는 사건이 지속되어 보육원 교사들이 두 손을 들었다. 분노가 폭발하면 전혀 조절이 되지 않았다. 결국 판사는 오공이에게 7호(의료처우) 소년원 처분을 했다.
소년법의 목적은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것을 돕는 것'이다. 11살 초등학교 5학년인 오공이에게 범죄자라는 낙인을 찍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부모에게 버림받고 보육원과 학교가 양육과 교육을 포기한 우범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가가 돕는 것이 소년법의 이념이자 보호처분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오공이 정신적·신체적으로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년원의 시설과 환경이 인권친화적이어야 한다. 분노조절장애와 지적장애가 있는 오공에게 필요한 것은 아늑하고 평온한 시설 환경과 균형 잡힌 식단을 통한 영양공급이다. 과밀 수용으로 좁은 방에서 3~4명이 부대끼는 환경에서는 약물치료와 심리치료, 인성교육도 효과를 보기 힘들다.
소년원의 한 끼 급식비는 일반 학교의 절반도 되지 않아 우유 등 간식을 자주 지급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우선 요구르트 아줌마에게 우유를 신청하여 매일 아침 오공과 고사리 소년에게 먹이기로 했다. 오공과 고사리 소년은 무척 좋아하며 맛있게 먹었다. 오공이는 체구가 워낙 작아 자신에게 맞는 운동화가 없어 동료 선생님의 조카가 신었던 운동화를 가져와서 신겼다. 유명 메이커에 새것 같은 깨끗한 운동화라 오공은 매우 좋아하며 한동안 계속 신나게 뛰어다녔다.
▲ 대전소년원 면회장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고사리 소년과 오공이가 담임이 사준 짜장면과 치킨을 먹고있다. ⓒ 최원훈
촉법소년이 강력범죄를 저지르면 언론에서 앞다퉈 대서특필하기 때문에 이례적인 사건을 촉법소년 범죄의 실체로 인식하는 착시현상이 생기면서 소년법 폐지 청원으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된다. 반면 오공이와 고사리 소년의 사례는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는다.
소년원에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과 19살인 상습 범죄소년, 오공과 고사리 소년 같은 초등학생인 우범소년이 모두 있으므로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위해서는 우범소년에 대한 정보도 전달해야 한다.
오공과 고사리 소년은 성인으로 치면 6개월~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용된 아이들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엄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악용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나이가 어리고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소년원 처분을 받는 아이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소년범죄는 분노와 냉소, 동정이나 연민 같은 감정에 따라 접근해서는 안된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냉철하게 들여다 보고 구체적인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소년원은 오공이와 고사리 소년을 양육하는 보육원의 역할도 하고 약물치료·심리치료를 하는 병원의 역할도 한다. 교과교육과 직업훈련 교육, 인성교육 과정을 갖춘 학교이자, 비행적 하위문화와 유해환경으로부터 아이들을 차단하는 수용시설이기도 하다.
자유를 박탈한 상태에서 비행청소년들을 교육하고 치료하여 건전하게 성장시키는 재사회화 과정은 무척 어렵고 힘든 일이다. 상명하복의 경직된 조직문화가 지배적인 관료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가진 민간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한 이유이다.
지난 4월, 학계·법조계·종교계·시민단체 등 폭넓은 분야의 민간 전문가 22명이 참여하는 소년보호혁신위원회가 출범하였다(관련기사 : 12살 촉법소년은 하얀 도화지에 무엇을 그릴까).
우선, 소년범죄와 관련하여 오랫동안 연구하고 다양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대학교수 7명, 국책연구기관 박사 3명 등이 참여하여, 소년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고 실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변호사와 현직 부장검사 등 법조인 4명이 참여하여 소년법 개정 등 사회적 관심이 많은 소년범죄 관련 법률적 이슈를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종교단체, 시민단체, 인권단체 등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비행청소년의 인권처우 개선과 사회적 지지기반 마련을 위한 지원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소년원의 담장이 낮아져 민간의 관심과 지원이 지속될수록, 소년원생에 대한 인권적 처우의 질은 높아질 것이다. 그 결과물로 기대할 수 있는 재범률 감소와 소년범죄 예방은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 〔보호처분〕 |
1호.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
2호. 수강명령
3호. 사회봉사명령
4호. 단기 보호관찰
5호. 장기 보호관찰
6호.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위탁 (6개월)
7호. 병원, 요양소 또는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
8호.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9호. 단기 소년원 송치 (6개월)
10호. 장기 소년원 송치 (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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