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회 언박싱을 원한다

[주장] '금뱃지 언박싱' 용혜인 당선자를 지지하며

등록 2020.05.02 19:25수정 2020.05.0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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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번에 투표권을 얻게 된 만 18세 청소년이다. 그리고 나는 내 첫 선거를 은평(을) 지역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신민주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함께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들은 말 중에 가장 불편했던 말은 "고등학생인데 정치에 관심이 많네"였다. 청소년이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고 활동한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기특하거나 유난스러운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불편했다.

반면 선거운동을 하며 내 또래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명함을 받는 것조차 고민하거나, 청소년이라서 명함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마다 많이 씁쓸했다. 사회가 청소년을 정치에서 배제하고 청소년들 스스로를 미숙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게 화가 나기도 했다.

지난 12월, 국회에서 선거연령이 하향되긴 했지만 여전히 정치는 청소년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는 어떤 신비한 것으로 인식된다. 나를 대신하여 법을 만드는 공간인 국회에는 무엇이 있고,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법을 만드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이는 비단 청소년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의 영역은 어렵거나 나와는 너무 먼 이야기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그리고 봐왔던 국회는 국회의원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거나,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뿐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당 베이직 라이브 '21대 총선 애프터 토크' 국회의원 당선증과 금뱃지를 언박싱 한 기본소득당 베이직 라이브이다. ⓒ 기본소득당

  
그래서 나는 지난 28일에 기본소득당 유튜브 채널에 용혜인 당선인의 '금뱃지 언박싱' 영상이 올라왔을 때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나와는 상관없고 너무 먼 위대한 정치인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댓글을 읽으며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국회의원이라는 것에 마음이 갔다. 비쌀 것 같은 금뱃지가 사실은 그렇게 쳐다도 못 볼 정도의 물건이 아니라는 점은 처음으로 정치와 국회가 나에게도 가까워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언박싱'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유튜브에서 언박싱은 매우 자주 사용되는 컨텐츠이며, 택배나 선물 등을 뜯어보면서 이것을 보낸 사람에겐 감사를, 시청자들과는 선물 받은 것에 대한 소개를 해주는 컨텐츠이다. 유튜브의 문법에서 이번 언박싱 영상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감사 인사와 잘 해보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당선 인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반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언박싱'이라는 형태로 영상을 찍은 것을 나는 "무겁고 어려운 방식으로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대신 네가 많이 사용하는 말로 말을 걸고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라는 싸인으로 해석한다.    이 영상은 올린지 며칠 되지않아 5만 조회수와 3천여개의 싫어요, 1천7백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여러 거대 포털사이트 및 공중파 방송으로도 해당 영상에 대한 논란이 보도되었다. 몇몇 네티즌들과 언론들은 '생각없이 국회의원이 가볍게 행동한다'고 비판했다. 나는 이런 비판에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는 정치와 국회가 더 가벼웠으면 좋겠다. 품위있고 권위있으며, 진중하지만 나와는 너무 멀고, 내가 어떤 말을 쓰며 어떤 생활을 하는지 모르는 국회와 정치인 보다 쉬운 말로 나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국회와 정치인을 원한다.

나는 앞으로 용혜인 당선인이 이런 행보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나의 삶에 관심 없고, 알 수 없는 국회를 한꺼풀 한꺼풀 언박싱 해나갔으면 좋겠다. 어떤 것이든 좋다. 국회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국회의원실 소개영상 등 쉽게 가보기 힘든 곳들, 국회나 국회의원의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들을 언박싱하다 보면 신비롭고 권위적이었던 국회가, 혹은 정치가 일부의 사람들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국회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우리는 정치를 보다 쉽게 인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금뱃지 언박싱을 넘어 국회의 언박싱을 원한다.
#용혜인 #금배지 #언박싱 #국회 #탈신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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