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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만 명이 본 뉴스의 실체... 어느 학생의 촌철살인

[아이들은 나의 스승 190] '가짜 뉴스'를 '진짜 뉴스'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등록 2020.05.05 20:44수정 2020.05.05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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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어쩌다 가짜뉴스의 온상지가 됐을까 ⓒ unsplash

  
"선생님은 가짜 뉴스를 '진짜 뉴스'로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한 아이의 말에 무릎을 쳤다. 우리 사회에는 '팩트 체크'가 통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미 '확증 편향'에 길들여져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이들 또한 적지 않다는 걸 어린 그도 깨달은 거다. 유튜브가 가짜 뉴스의 온상이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는 나이가 어릴수록 가짜 뉴스가 끼치는 해악이 크다고 잘라 말했다. 고등학생인 제 또래들 중에도 황당무계한 가짜 뉴스를 마치 사실처럼 믿는 경우가 있단다. 하긴 요즘엔 유튜브가 검색 엔진을 대체하고 있고, 토론할 때 유튜브의 내용을 논거로 제시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남녀노소 누구나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수 있는 시대다. 게다가 조회 수를 늘리면 돈도 벌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어린 아이들조차 가짜 뉴스 생산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게임보다 채널을 운영하며 '좋아요' 수를 확인하는 게 더 즐겁다고 말하는 아이가 많아졌단다.

아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공부하며, 소통한다. 그들에게 TV는 낡은 물건이 됐고, 공중파 방송은 유튜브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영화관조차 손 안으로 들어온 마당에, 이제 그들에게 유튜브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가짜뉴스는 어떻게 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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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두환씨가 4월 27일 오후 전남 광주지방법원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마치고 부인 이순자씨와 경호를 받으며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 이희훈

그와의 대화는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한 유튜브 영상에서 시작됐다. 중학생 동생의 소개로 보게 됐다는데, 5.18을 마치 북한군이 침투해 일으킨 폭동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발끈했다. 5.18은 시민들이 불의한 권력에 맞선 민주화운동으로서,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건이다.

가히 10여 분짜리 해당 영상은 죄다 거짓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삼겠다는 듯, 10대 유행어와 이른바 '급식체' 등을 섞어가며 5.18을 한껏 조롱했다. 진행자도 말쑥한 정장 차림의 젊은 남성과 여성으로, 스스로를 카메라 앞에서 '샘'으로 호칭하고 있었다.

기존의 국방부의 보고서 내용조차 부정하는 내용으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허튼 주장이었다. 일일이 반박하는 것조차 민망할 만큼 어처구니없는 막말들이 쏟아졌다. 결국 마지막은 5.18 유가족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태극기 부대와 야당 일부 의원들의 패륜적 요구였다.

기실 그들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지난해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구성은 집요하게 방해한 모순된 행동을 보였다. 가해자 격인 국방부의 공식적인 발표를 넘어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은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유튜브는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

그는 영상 속 '홍어'라는 조롱이 가장 불쾌하다고 했다. 이어 명백히 사실을 왜곡한 가짜 뉴스인데도 정부가 버젓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도록 내버려두는 이유를 궁금해 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교과서적 답변을 했다.

교사랍시고 그렇게 답했지만, 실은 내가 정부에 먼저 묻고 싶은 바다. 유신 독재정권에 억눌려온 시민들이 민주주의 수호를 외쳤고,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신군부가 그들을 총칼로 대량 학살했다는 건 불변의 사실이다. 이를 왜곡하고 폄훼하는 건 명백한 범죄 행위 아닌가.

이미 전두환과 노태우 등 당시 신군부의 수괴들은 대통령의 특별 사면을 받았을지언정 내란죄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또, 줄곧 북한군 잠입설을 흘리며 5.18을 왜곡해온 지만원 등 극우세력의 주장도 명백한 허위라며 실형을 선고받았다.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한가.

거듭 강조하건대, 5.18은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사건이다. 잇따른 왜곡과 폄훼 행위를 단죄하는 대법원의 판결도 나왔다. 앞으로 진상조사위원회 활동을 통해 당시 발포명령자를 밝히고, 성폭력 등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며, 암매장과 행방불명자를 찾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5.18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여전히 장마철 음습한 곳의 곰팡이처럼 피어나고 있다. 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명명한 것도 모자라, 유가족을 세금 축내는 '괴물 집단'으로 규정한 정치인까지 나왔다. 다행히도 우리 국민은 지난 총선 때 그들을 응징했다.
  
"허위는 반박하지 않으면 진실이 된다."

물론 백 번 지당한 말씀이다. 다만 인터넷 포털조차 무릎 꿇린 '유튜브 천하'에서는 공자 왈 맹자 왈일 뿐이다. 아이들조차 '팩트 체크'를 통한 자정 작용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라고 말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토머스 그레셤의 법칙이 가장 잘 들어맞는 곳이 바로 유튜브다.

강력한 처벌만이 가짜 뉴스 차단하는 유일한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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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늘리기 경쟁이라면, '진짜 뉴스'는 가짜 뉴스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 unsplash


아이들에게 유튜브의 최고 덕목은 재미다. 아무리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내용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안 본다. 가짜 뉴스를 반박한 유튜브를 만들어 업로드 한다 한들 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더욱이 가짜 뉴스와의 재미 경쟁에서 이기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모든 가짜 뉴스의 공통적인 특징이 자극적이라는 점에서다. 어차피 말하고자 하는 내용 자체가 거짓인 마당에 진행자의 웬만한 욕설쯤은 문제될 것 없다는 식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내용이 폭력적이고 선정적일수록 조회 수가 치솟는다는 건 유튜브 세계의 불문율이다.

앞서 말한 5.18 왜곡 유튜브 영상의 조회 수도 55만여 회(5월 2일 현재)였다. 우리나라 사람들로 한정한다면, 적어도 100명 중 한 명 이상이 시청한 셈이다. 참고로 그 영상의 내용을 논박하기 위해 5.18 기념재단에서 만든 유튜브의 조회 수는 1만5천회 남짓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그 두 영상을 함께 시청할 수도 없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전혀 상반된 주장을 담은 두 영상을 연이어 보도록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맞춤 동영상'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성향의 채널을 소개하며, 무심한 시청자들의 확증 편향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일례로, 지인 중에 과거 '노사모'의 열혈 회원으로 활동하셨던 어르신이 한 분 계신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그 해 주말마다 천릿길 마다 않고 봉하마을을 찾았던, 자칭 '실버좌파'시다.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되고 정치적으로 보수화된다는 말이 가장 싫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은퇴 이후 요즘 그는 유튜브 보는 게 낙이라고 하셨다. 문제는 그가 볼 만하다고 말하는 영상 중엔 가짜 뉴스로 의심되는 자극적인 것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의 '맞춤 동영상'을 따라가 보니, 죄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종편 채널에 닿아 있었다.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을 시청한 뒤, 연이어 해당 종편의 뉴스를 듣고, 비슷한 성향의 유튜브 채널로 옮겨가며 여가를 즐기고 계셨다. 그렇다고 그가 노무현을 조리돌린 보수 언론을 두둔하고 보수 정당에 투표할 리는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을까 두렵기는 하다.

하물며 어린 아이들은 유튜브 알고리즘에 더욱 휘둘릴 수밖에 없다. 5.18을 책으로 배운 아이들조차 가짜 뉴스에 쉽게 현혹되는데, 유튜브로 처음 접한 경우라면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오로지 조회 수 늘리기 경쟁이라면, '진짜 뉴스'는 가짜 뉴스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글이든 영상이든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면 분명하게 책임을 묻는 강력한 처벌법이 제정되는 것, 그것만이 가짜 뉴스를 차단하는 가장 확실하고도 유일한 해법이라고 생각해요."

중학생 동생에게도 그대로 들려주었다는 아이의 이 말은, 빼거나 보탤 것 하나 없는 모범정답이다. 5.18은 더 이상 '팩트 체크'의 대상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합리적 근거도 없이 거짓말을 일삼는 건, 희생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가족을 능멸하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사족 하나. 일부 정치인들과 학자들은 낡은 학교교육을 탓하며, 이른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훈계한다. 유튜브 등에 범람하는 수많은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며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백 번 지당한 말씀이긴 하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미디어 환경은 학교교육의 영향력을 훌쩍 뛰어넘은 지 이미 오래다. 옳고 그름보다 재미의 유무에 집착하는 요즘 아이들의 세태를 부실한 학교교육 탓으로 돌릴 수 없다. 단 10분의 지루함도 못 견뎌하는 아이들에게 최악의 교사는 수업이 재미없는 교사다.

이미 우리 사회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조차 예능 프로그램에 목매단 '예능지상주의' 사회다. 적지 않은 아이들이 장래 유튜버를 꿈꾸고, '예능감 있다'는 말을 최고의 칭찬으로 여긴다. 예능 프로그램으로 뒤덮인 미디어 환경이 횡행하는 가짜 뉴스의 숙주라고 여긴다면 과연 억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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