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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생존자 일갈 "통합당은 진상규명 왜 막나"

여야 의원 26명 '과거사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 "통합당, 조건 걸지말고 통과 합의하라"

등록 2020.05.06 17:46수정 2020.05.0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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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형제복지원사건피해생존자 한종선 대표(가운데)가 미래통합당과 국회에 20대 국회 종료 전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형제복지원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수십 년간 고통의 세월을 보내다가 국회 정문 앞에 모여 억울함을 호소한 지 8년이 넘었다. 국회의사당역을 기둥 삼아 텐트를 치고 역사 지붕에 올라 단식농성을 벌여도 국회는 이들의 외침에 응답하지 않았다. 지금 이 시점, 국회는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명확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20대 국회 내 과거사법 통과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나온 지적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부산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서산개척단사건진상규명대책위 등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15명 의원, 정의당 6명·민생당 5명 등 여야 26명 의원들이 모여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중 한 명인 최승우(51)씨는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로비 지붕에 올라 고공 단식농성을 시작했다(관련 기사: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어린이날' 국회 지붕에 올라간 이유).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은 이날 "억울한 국가폭력 희생자들에 대해 명예를 회복시키는 건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며 미래통합당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했다. "통합당은 어떤 조건도 내걸지 말고 과거사법 통과에 대해 합의하라"는 요구다.

1984년 아홉살 때 형제복지원에 끌려갔다 살아남은 피해생존자 한종선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울분에 찬 목소리로 "배·보상을 해달라는 게 아니다, 왜 우리를 (형제복지원에) 잡아갔었는지, 왜 죄 없는 이들을 묻지도 않고 가둬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을 살게 했는지 진상을 알려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쓴 일기·자료 등을 토대로 2012년 책 <살아남은 아이>를 펴냈다.

피해생존자 한종선씨 "진상 알려달라는 것인데... 통합당, 왜 막아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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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 씨, 이틀째 국회 고공농성 형제복지원 생존 피해자 최승우 씨가 과거사법 제정을 촉구하며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틀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한종선씨는 특히 "여기에 통합당 의원이 단 한 분도 함께하지 않은 것에 심히 유감스럽다"라며 "저희는 지난 2012년부터 국회의원들을 찾아가 무릎 꿇었다, (전) 자유한국당, (현) 미래통합당 의원들께 밉보이게 행동한 적 없었다"라며 "진상을 알려달라는 요구를, (미래통합당이) 왜 계속 거절하고 막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한씨의 말이다.

"형제복지원을 비롯해 과거사 피해자들은 이제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나이가 됐다. 지금 국회 앞에서 노숙·단식농성하는 사람들 심정을 헤아린다면, 이채익 의원이 (지난해에) '한 달이면 해결할 수 있다'라고 했던 약속을 책임지고, 윤재옥 의원도 더는 반대하지 말고 함께 나오셔서 법안 통과에 힘써주시길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그가 언급한 이채익 의원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다루는 행정안전위 통합당 간사이며, 같은 당 윤재옥 의원 또한 행안위 소속이다. 앞서 여야는 조사위 정원 등 규모와 조사 범위를 어느 정부까지 넣을지 등을 두고 이견을 보여 왔다. 이 법안은 행안위 전체회의를 어렵게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2013년, 19대 국회 때부터 과거사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진상규명을 나선 진선미 의원은 회견 뒤 기자들과 만나 "피해자·유가족들께 할 말이 없다, 저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진다"라며 "곧 뽑힐 민주당·통합당 원내대표께 진심으로 호소한다, 마음만 먹으면 20대 국회 종료(29일) 전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27일 부산시가 발표한 첫 공식조사 결과('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실태조사 용역')에 따르면, 당시 복지원에선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인 인권유린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972년~1987년 수용된 피해자들 심층면접 결과, 수용자들은 폭행을 당해서 죽거나 자살하는 장면, 시신처리 과정 등을 목격했으며 이로 인해 대부분 현재도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날 회견에 이름을 올린 의원들은 민주당 15명(정성호·이학영·인재근·남인순·진선미·홍익표·전혜숙·이재호·송갑석·김성환·박주민·정춘숙·이재정·김영진·소병훈), 정의당 6명(심상정·윤소하·김종대·여영국·이정미·추혜선), 민생당 5명(박지원·천정배·장정숙·채이배·최경환) 등이다.

한편 같은 날 오전에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 (재)진실의 힘, 천주교인권위 등 전국 총 33개 단체가 연명해 국회의 '과거사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더 높은 곳에 오를 수밖에 없는 피해생존자들의 절규를 들으라"라며 "더는 지체 말고, 과거사법 개정안을 즉각 통과시키라"라고 요구했다.
#과거사법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 #최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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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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