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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 전두환 찬양대열

[대한민국 대통령 이야기 (37)] 제11-12대 대통령 전두환 ⑦

등록 2020.05.18 11:34수정 2020.05.1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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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읍 일해공원 표지석 ⓒ 박도

일해공원

'일해공원'은 합천읍내 황강 변에 있었다. 2004년 8월 준공,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오다가 2007년 1월부터 '일해공원'이 됐다고 한다. 내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그날(4월 25일) 일몰 직후로 땅거미가 시나브로 지고 있었다.

이 공원에는 산책로, 3·1운동기념탑, 대종각, 야외공연장, 체육시설 등의 부속시설이 있었다. '일해(日海)'는 전두환의 아호다. 합천군은 자기 고장 출신인 전두환 대통령을 기리고자 그의 아호로 명명했다고 한다.
 

일해공원 대종각 ⓒ 박도

나는 초등학교 시절 부산 '용두산공원'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명칭은 당시 이승만 대통령 아호를 딴 '우남공원'이었다. 몇 해 후(4.19 후) 그곳에 가자 그새 '우남공원'에서 '용두산공원'이 됐다.

서울 시민회관도 건립 시작 당시는 '우남회관'이었다. 4.19 후는 '서울시민회관'으로 명명되다가 현재는 세종문화회관이 됐다. 아무튼 살아있는 사람의 이름이나 아호는 함부로 붙이는 게 아니다. 사후 일백년은 지나거나 바른 역사 평가가 내린 다음에 붙이는 게 좋다.

나는 근현대사 역사답사 길에서 정부가, 정권이 무너진 뒤 무참히 부서진 공덕비들을 숱하게 봤다. 한때 우리나라 개인의 묘지에도 망부석 등 석물들을 요란하게 설치했다. 사실 이는 자연을 파괴하는 공해인 것이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생각하는 국민', '깨어 있는 국민'으로 자연에 대한 사랑과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새 합천정류장에 도착했다. 택시기사의 환송 인사를 뒤로 한 채 차에서 내려 곧장 매표소로 갔다.
  

최규하 대통령이 전두환 어깨에 대장 계급장을 달아주고 있다(1980. 7.). ⓒ 정부기록사진집

대장 진급

마침 곧 진주행 버스가 있었다. 애초에는 합천에서 하룻밤 묵으려다가 진주행 버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 다음 연재는 노태우 대통령 편으로 이미 답사를 마쳤고, 그 다음 편은 김영삼 대통령 편이다. 그 길로 거제도 김영삼 생가를 답사한 뒤, 이어서 건강에 무리가 없다면 기왕 나선 길에 목포 하의도 김대중 생가까지 가볼 참이다. 나의 오랜 답사 경험상 가능한 목적지 가까운 곳에 숙소를 얻는 게 여러 가지로 좋았다.

승차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다. 그래서 썰렁한 합천시외버스정류장 대합실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그 무렵 전두환 시절을 되새김질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진정되자 전두환은 그해(1980년) 8월 7일 육군대장으로 진급했다. 이는 신군부가 야전교범(FM)으로 여기는 5.16 쿠데타 FM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박정희는 케네디와 면담을 앞두고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자 육군대장 계급장을 달았다. 그 들러리는 당시 윤보선 대통령이었다. 전두환도 그 교범처럼 최규하 대통령에게 부탁해 자기 어깨에 별 네 개를 달았다.

다음 날 주한미군사령관 존 위컴은 외신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전두환이 곧 한국에서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한국의 각계각층 사람들은 마치 들쥐 떼(lemmings)처럼 그의 뒤에 줄을 서고, 그를 추종하고 있다."
 

일해공원 ⓒ 박도

들쥐 떼들의 행진

그 무렵 기독교계의 원로 한경직, 강신명, 조항록, 정진경 목사 등은 서울 롯데호텔에서 전두환을 위한 조찬 기도를 올렸다.
 
"이 어려운 시기에 막중한 직책을 맡아서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악을 제거하고 정화할 수 있게 해준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 강준만 <한국현대사 산책 >1980년대편 1권 112쪽
 

전두환 대통령 농어촌 종합대책 주재(1987. 3.). ⓒ 국가기록원

미당 서정주는 자작시 '처음으로'를 전두환에게 바쳤다.
 
 처음으로
-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사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잘 사는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물가부터 바로 잡으시어
1986년을 흑자원년으로 만드셨나니
안으로는 한결 더 국방을 튼튼히 하시고
밖으로는 외교와 교역의 순치를 온 세계에 넓히어
이 나라의 국위를 모든 나라에 드날리셨나니
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6아세안게임을 열어 일본도 이기게 하시고
또 88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우리 좋은 문화능력은 옛것이건 새것이건
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
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이렇게 두루두루 나타나는 힘이여
이 힘으로 남북대결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 민주 통일의 앞날을 믿게 되었고
1986년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
평화의 댐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육천만 동포의 지지를 받고 있나니
이 나라가 통일하여 홍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쉬임 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전두환 레이건 정상회담(1981. 2. 3.) ⓒ 국가기록원

이 '들쥐 떼' 대열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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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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