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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은행나무, 싹둑 잘라야만 할까?

민원 등 이유로 둥치만 남기고 잘라 ... 전문가들 "솎아내는 방식 등 대책 세워야"

등록 2020.05.07 17:33수정 2020.05.0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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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둑 잘려나간 은행나무. ⓒ 윤성효

 
가로수 은행나무를 싹둑 잘라야만 할까.

최근 나무들이 푸름을 뽐내며 신록이 짙어지는 가운데, 유독 곳곳에서 은행나무를 거의 둥치만 남기고 자르고 있어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마다 몇 년 주기로 가로수 은행나무를 '두목 전정'하고 있다. 거의 둥치만 남기고 잎은 물론 줄기를 싹둑 잘라내고 있다.

은행나무는 줄기와 잎이 없더라도 잘 자라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이에 몇 년 지나면 은행나무는 다시 무성해진다.

도심과 농촌지역 가로수 은행나무를 자르는 이유는 대개 민원 때문이다.

도심의 경우 은행나무가 간판을 가리거나 가을이 되면 은행열매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봄철에 두목전정을 하는 것이다. 또 가을에 도로에 낙엽이 많이 떨어지면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농촌에서는 가로수 은행나무가 햇빛을 가려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에 자르는 것이다.


은행나무는 공해물질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잘 자라기에 가로수로 많이 심고 있다. 잎과 줄기를 모두 제거하는 두목전정을 하다 보니 그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또 은행나무는 병이 잘 들지 않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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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둑 잘려나간 은행나무. ⓒ 윤성효

 
김동필 부산대 교수(조경학)는 "가로수뿐만 아니라 학교에서도 은행나무를 자르고 있다"며 "자르더라도 나무를 둥치만 남겨두는 형태가 아니라 가지를 솎아내는 형식으로 하면 훨씬 미관에도 좋고, 햇빛을 크게 가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도심의 경우 전선이 닿으면 위험하다고 해서 나무를 둥치만 남기고 자르는데 그런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며 "나무가 닿는 부위의 전선은 덮개(캡)를 씌워 보호할 수 있고, 그렇게 하면 나무로 인해 전선이 벗겨질 위험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산림청에서도 밝혔듯이, 가로수는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난다. 가로수가 미세먼지를 40% 정도 줄이고, 폭염 때 온도를 20% 정도 낮추어 준다고 한다"며 "가로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도시민의 피난처가 사라지는 셈이다"고 했다.

박정기 조경전문가는 "가로수로 가장 잘 적응하는 게 은행나무다. 잘 자라고, 노란 은행잎을 만들어 주어 멋있다"며 "낙엽이 많다 보니 미리 자르기도 하고, 열매에서 나는 악취 때문에 그렇게 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기후위기 시대에 가로수를 많이 심어야 한다. 그런데 없애버리기 직전까지 자르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며 "은행나무는 미세먼지와 온도에도 영향을 준다. 무조건 자를 게 아니라 최대한 나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임희자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은행나무는 가로수로서 환경적 기능이 크다. 미세먼지를 줄이고 대기오염을 저감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가로수의 원래 목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지, 없앨 정도로 잘라내서는 안 되고, 민원에 대해서는 다른 대책을 세우는 방향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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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둑 잘려나간 은행나무. ⓒ 윤성효

#가로수 #은행나무 #미세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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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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