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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걸은 검찰의 X맨인가, 조국의 X맨인가

[1차 공판] '유재수 감찰 이례적'이라고 했지만... 검찰-변호인 '직권남용 피해자' 여부 두고 공방

등록 2020.05.08 19:43수정 2020.05.08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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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8일 오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의 첫 공판 오후 일정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검찰이 '유재수 감찰 의혹'을 둘러싼 프레임 대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양쪽은 첫 재판부터 사건의 성격이 감찰 종료인지, 무마인지를 두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다.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김미리, 판사 차승우 서효성)는 이날 이인걸 변호사를 불러 2017년 유재수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의 비위를 감찰할 때 특감반장으로서 어떻게 했는지를 확인했다. 1차 공판이었지만, 검찰과 조 전 장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쪽은 모두 공소사실에 관한 의견 진술을 짧게 마친 뒤 '본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유재수 감찰 더 못해 불만"이라고는 했지만...

검찰은 조 전 장관 등이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해 특감반의 정당한 감찰활동권을 방해했다고 본다. 이날 질문도 자연스레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인걸 변호사 역시 여권 인사들의 구명운동으로 감찰을 하며 심적 압박을 받았고, 특감반장으로 1년 6개월 일하는 동안 이 사례처럼 윗선이 개입해 감찰을 중단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당시 자신을 비롯한 특감반원들이 감찰을 더 진행하지 못해 불만이 많았다'고 한 진술도 유지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성립 여부가 핵심이다. 형법 123조는 직권남용죄를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라고 정의한다. 검찰은 여기서 '사람의 권리행사 방해 = 특감반의 감찰활동 관련 권리행사 방해'로 해석해 조 전 장관 등을 기소했다. 이인걸 변호사도 특감반의 뜻과 반대로 감찰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쪽은 감찰 결과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민정수석의 권한이지, 특감반원의 권리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변호인은 이인걸 변호사에게 "최종 처분을 어떻게 하느냐는 특감반원의 의사대로 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최종적으로는 (민정)수석님이 하는 것"이었다.

양쪽은 감찰 결과를 최종 처리하는 방식을 두고도 팽팽하게 맞섰다. 이인걸 변호사는 유재수 감찰 건으로 4번 이상 서면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이때 마지막 보고서는 유 전 국장의 비위 의혹 전반과 자료요청사항, 가능한 조치 등을 모두 정리한 것이었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 보고서를 "중간보고서"라고 불렀다. '최종보고서'는 감찰을 마친 뒤 민정수석보고와 지시하달 과정, 결과 등을 기재하는 형식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도 표현 자체를 지적하지 않았다. 스스로도 "중간보고서를 써서 (박형철) 비서관에게 드렸다"고 말했다. 또 보통 감찰 결과를 비위대상 공무원의 소속기관으로 이첩할 때도 특감반원이 직접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백원우 전 비서관이 직접 유재수 감찰건을 김용범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이첩한 일을 '윗선 개입' 정황 중 하나로 본다. 이 변호사의 증언은 또 한 번 검찰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특감반의 권한, 민정수석의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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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과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청와대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관 등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19.12.4 ⓒ 연합뉴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반대신문에서 "보고할 당시 최종-중간-최종 보고라고 명명하냐"고 물었다. 이인걸 변호사는 "그렇진 않다"고 대답했다. 이어 변호인은 '자료 제출을 안 할 경우 수사 의뢰 또는 금융위 이첩, 감사원 비위 통보 하나를 선택이라고 중간 보고했다'는 이 변호사의 검찰 진술을 언급했다. 검찰 주신문에서 이 변호사가 조서 내용이 맞다고 했던 부분이다.

이때, 그의 증언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박형철 비서관이) 가능한 조치가 어떤 게 있을까 해서 '수사의뢰 등이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그걸 보고서에 넣었는지 기억이 불확실하다. 조치 의견은 제일 마지막(보고서)에 들어가는데, 그 보고서는 끝이 '향후 추가로 확인 예정'이었기 때문에 목차 항목이 조금 애매했던 걸로 기억해서... 구두로 말했던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조 전 장관 변호인은 "수사기관에서는 (보고서에 조치의견을 적었다고 했고, 공소사실도 그렇게 돼 있다"며 "만약 그게(조치의견) 적혀 있었다면 민정수석 입장에선 최종보고로 생각했을 수 있지 않냐"고 물었다. 이 변호사는 "수석님 생각은 제가 모른다"고 답했다.

다만 이인걸 변호사는 "저는 윗분들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첩하라고 후속조치가 내려오면, 특감반원은 서류 전달 등을 하는 것말고 더 하는 게 있냐'는 질문에도 "전달하면 끝"이라고 답했다.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으로 실무 담당자가 단순 업무를 보조하게 하는 것은 직권남용이 아니라고 본다. 사법농단 재판에서도 계속 쟁점인 사안이다. 그런데 이인걸 변호사의 증언은 감찰 후 최종처분을 정할 '권한'은 민정수석에게 있고, 특감반은 '보조'를 한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하지만 검찰은 대통령비서실 직제에 따라 특감반이 감찰 후 수사 의뢰 또는 이첩하는 것이 특감반의 권한이라는 주장을 유지했다. 검찰은 다른 특감반원들의 증인신문 등으로 조국 전 장관과 백원우 전 비서관, 박형철 전 비서관의 유죄를 입증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6월 5일 2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
#조국 #검찰 #백원우 #박형철 #유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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