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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주문하는 언론, 이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뉴스 톺아보기] 협치는 오직 여당의 몫인가

등록 2020.05.11 18:29수정 2020.05.1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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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는 좋은 말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어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안에는 '무서운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언론이 최근 여당을 향해 쏟아내고 있는 '협치' 주문에서 그 행간을 읽을 수 있다.

지난 7일과 8일에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새로운 원내대표가 각각 선출됐다. 21대 국회 원구성을 위한 줄다리기가 사실상 시작되는 5월, 언론은 정치권을 향해 여러 조언을 내놓고 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180석 의석에 오만하지 말고 야당과 협치를 하라는 사설과 기사다.
 

2020년 5월 8일 동아일보 사설 (화면캡처) ⓒ 정수현

    
<동아일보>는 5월 8일 치 '거여(巨與) 원내사령탑, 야(野)와 협치하고 청(靑)에 할 말 하라'는 사설을 통해 김태년 신임 원내대표가 경선과정에서 들고 나왔던 국회법 개정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쟁점 법안의 처리를 무력화시키는 데 악용돼 온 법사위의 시스템을 고치고 법안 자구(字句) 심사권을 폐지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아무 법률적 근거가 없는 '야당몫 법사위원장'을 기정사실화하며, 총선에서 압승했다고 해서 그동안의 국정 방향과 운용 방식이 국민 추인을 받은 것처럼 오인한다면 총선 민의를 잘못 읽은 것이라고 충고했다.

<중앙일보>도 8일 자 '초거대 여당 김태년 원내대표, 협치의 출발점 돼야'라는 사설을 통해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정치, 힘으로 밀어붙이는 폭주 정치의 폐해를 20대 국회에서 똑똑히 보지 않았는가"라며 지난해 국회 파행과 위성정당의 출현에 대한 책임을 모두 민주당에게 돌렸다.

한편 <한겨레>는 8일 차 '총선표심 40%는 보수 야당... 협치는 선택 아닌 필수'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김형준 명지대 교수와 이준한 인천대 교수의 말을 빌어 의석수에 기댄 과속 주행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과 정반대로 보수정당의 역사적인 압승으로 끝났던 2008년 총선 이후 언론은 여당을 향해 어떤 주문을 내놨을까. 포털에서 18대 총선 다음날인 4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1개월 동안 '협치'라는 단어를 넣어 뉴스를 검색한 결과 기사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당시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관련된 기사를 단 한 건도 내놓지 않았다. 4월 10일 <연합뉴스>와 <세계일보> 정도에서 '협치'를 거론하는 기사를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기사에서 언급하는 협치의 대상은 대패했다곤 하지만 81석을 확보해 제1야당 지위를 차지한 통합민주당이 아니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반목하고 있던 박근혜 계열의 당 안팎 당선자 60여 명과의 협치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2008년 총선 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당내외 친박근혜 의원들과 협치하라는 내용의 연합뉴스 기사 (화면캡처) ⓒ 정수현

   
이쯤 되면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협치'라는 것이 최근에야 불쑥 나타난 새로운 정치 개념이며, 그것을 몰랐기에 그동안 우리 국회가 동물과 식물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는가?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MBC 유튜브방송 <천기누설>에서 총선 참패 후 보수세력이 들고 나올 카드로 협치를 예상한 바 있다. 그는 방송에서 '협치는 감성적 언어일 수는 있지만 정치적 언어는 아니다, 협치라는 일반명사를 정치용어로 바꾼 것이 연정인데 이것은 국정의 공통목표를 공유하면서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지는 걸 의미한다, 그런데 촛불혁명 이후 보수세력이 들고 나온 협치는 그런 개념이 아니다, 상호존중의 정신은 좋은데 그걸 넘어서서 민주주의의 원리를 절묘하게 왜곡한다는 면에서 협치는 트릭이 깔려 있는 단어다, 쉽게 이야기해서 일을 하려면 우리의 동의까지 다 받고서 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너희는 일방적인 폭주를 하는 거라는 의미다, 이것은 권한은 행사하면서 책임은 안 지겠다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지난 8일, 20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미래통합당의 불참으로 파행됐다. 미래통합당은 '국민발안제도 개헌안'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이 법안은 미래통합당 의원 22명도 동참해서 발의한 안건이다. 현재 의석수를 감안하면 미래통합당이 반대할 경우 통과되지 않는다. 미래통합당의 명분 없는 보이콧에 코로나19발 고용 충격에 빠진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고용보험 혜택을 주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n번방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정보통신망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들이 여전히 묶여 있다.

이런 야당의 행태에 협치라는 날개만 계속 달아준다면 21대 국회가 된다고 한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국회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언론은 슈퍼여당을 세심한 주문만큼, 103석이라는 여전히 거대한 의석을 보유한 제1야당을 향해서도 진정한 의미의 협치를 요구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개인 유튜브 채널 <시사맞짱tv>에 비슷한 내용으로 업로드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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