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의 재발

우리 스스로 갑이 되지 않으려면

등록 2020.05.11 19:06수정 2020.05.1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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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경비원 추모하는 주민 11일 오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경비실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을 추모하는 주민들의 분향소가 설치되어 있다. 한 주민이 분향한 뒤 고개숙여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주차 문제로 주민과 갈등을 빚은 고인은 전날 오전 자신의 집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으며, 억울하다는 유서가 발견되었다. ⓒ 권우성

 
코로나19의 집단 감염이 다시 시작된 지금, 또 다른 악의 재발이 있었으니 바로 갑질이다. '땅콩 회항'으로 대표되는 갑질은 직원, 가사 도우미, 운전 기사 등을 향한 고용주에 의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거취나 신변의 위협을 느껴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행인 것은 갑질이 알려지면 대중들의 중대한 사회적 비난을 피할 수 없어 최근에는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방심했더니 순식간에 일어난 코로나19 집단 감염처럼 긴장의 끈을 놓친 새에 갑질에 의한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이중 주차된 차량을 경비원이 밀어 옮기는 과정에서 차주로부터 폭행을 당했고 이후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해당 주민이 평소에도 경비원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면서 경비원을 추모했다.

 최근 잠잠했던 갑질 사건이 또 다시 고개를 들자 대중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갑질은 어떤 이유도 아닌 '지위 차'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그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누구나 누구의 갑이자 또 을이기 때문이다. 단지 을이라는 이유로 누군가가 폭언이나 폭행에 노출되어야 한다면 우리 모두 '갑'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을 것이다. 단지 특정 순간 특정 장소에서 잠시나마 '갑'이라며 '갑질'을 하는 것이 무의미한 이유다.

 해당 입주민에 대한 비난의 열기는 점점 가열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자기 일을 하다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고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해야 했던 경비원의 억울함이 달래지진 않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건 언제나 생의 어느 대안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최후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죽음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힘을 모을 수 있다.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 가해자를 비난하거나 피해자를 위로하는 것을 넘어서 다시는 이 땅에 '갑질'이 발 붙일 곳이 없도록 '을'로서 주시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또한 우리 스스로 자신이 갑질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고객이나 회원이 되어도 사장님이나 선생님으로 불려도, 설령 내 돈으로 저 사람이 월급을 받는다 하더라도, 나 역시 누군가의 도움으로 일을 하고 그 일을 대가로 봉급을 받는 '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너무도 쉽게 잊혀지기 마련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 단지 그것만 기억하더라도 우리는 '을의 눈물'을 그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갑질 #사회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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