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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단체, 코로나19 관련 긴급대응체계 구축

코로나19 인권침해·차별 상담 창구 개설… '검진 막는 장벽 모두 없앨 것'

등록 2020.05.12 16:19수정 2020.05.1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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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 출범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모습.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12일 오전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주축이 된 '코로나19 성소수자 긴급 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가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본부에는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다양성을 향한 지속가능한 움직임 다움, 대학·청년성소수자모임연대 QUV,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등 7개 단체가 참여했다(12일 기준).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박한희 변호사는 "지난 5월 7일 이태원 모 클럽 방문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언론에 의해 개인의 성적지향을 유추할 수 있는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과 사생활 침해, 심지어는 성소수자에 대한 악의가 담겨 있는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성소수자 인권단체에 (성소수자 구성원) 명단을 요구하거나 (검사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처벌하겠다는 식의 엄포를 놓으며 과도한 공포감과 불안감을 조성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로 인해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두려움을 느껴 제대로 검진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낀 성소수자 인권단체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지난 주말 대책본부 결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오늘 출범을 기점으로 중‧장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해나가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기자회견에서는 가장 먼저 일부 언론의 부적절한 혐오성 보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남웅 운영위원장은 "대책본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언론보도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운을 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노골적으로 성소수자의 존재를 가십거리로 소비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을 찍고 있는데, 이는 질병 예방에 대한 해악일 뿐만 아니라 공익성에도 어긋나는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일부 언론의 성소수자 혐오성 보도 남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면서 "언론계에서 마련된 인권보도준칙을 무시한 채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며 혐오성 보도를 지속하고 있는 일부 언론의 행태는 여론을 호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중보건적 책무를 완전히 져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언론의 성소수자 혐오성 보도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본부는 브리핑이나 사실 확인 등을 위한 언론 취재에 응대하는 활동은 물론 방역당국 및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상시적으로 언론 보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성소수자 혐오성 보도 관행의 개선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이종걸 사무국장은 코로나19 국면에서의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면서 대책본부 차원의 자체적인 인권상담 창구를 안내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월부터 (과도한 개인정보 공개에 의한) 다양한 인권침해 상황이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역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필요 이상으로) 확진자의 사생활을 노출해온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검사 진행부터 (음성 시) 자가 격리, (양성 시) 치료, 일상 복귀에 이르기까지 성소수자 당사자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여러 성소수자 단체들이 함께 상담창구를 만들어 상담과 인권침해 지원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및 차별 상담은 ▲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친구사이(02-745-7942),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02-715-9984), ▲ 한국청소년청년감염인커뮤니티 알, ▲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02-924-1124) 등을 통해 가능하다.

대책본부는 "상담을 통해 방역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나 차별 발생 사례가 접수되거나 대책본부가 직접 해당 내용을 인지하게 되는 경우, 시민사회 및 인권단체와는 물론 국가인권위원회, 지방자치단체 내 인권기구와 협력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책본부 출범 전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는 지난 10일 하루만 50여 건의 코로나19 관련 상담 요청이 접수된 것으로 알려져, 대책본부 출범 이후 상담 요청 건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당국과의 협조와 관련하여 HIV/AIDS 인권연대 나누리+ 나영정 활동가는 "지난 11일 서울시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성소수자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코로나19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 익명 검진 실시, ▲ 검진과정에서의 성적지향 및 특정 질환을 이유로 한 일체의 차별적 언행 금지, ▲ 다양한 채널을 통한 신속하고 정확한 코로나 19 검진 정보 전달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면서 "이외에도 중앙방역대책본부 및 다른 지방자치단체 등과도 협의 테이블을 만들고 상시적 협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지난 30년 동안 HIV/AIDS 인권운동을 통해 확인해온 역사적 교훈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확인하였을 것"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국무총리와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의 성소수자 차별 반대 취지 발언은 방역과 감염 예방은 물론 인권 보장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태원 클럽 방문자의 확진 후 주춤했던 국내 코로나19 지역감염 확진자 수 증가에 대해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성소수자 혐오성 보도가 이어지자 정세균 국무총리는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방역의 관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각각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관련하여 서울시와 경기도는 지난 4월 24일 이후 이태원과 논현동을 방문한 사람이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경우 본인의 신원을 묻지 않고 무료로 익명 검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익명검사를 보장하겠다는 공식 입장이 발표된 이후 코로나19 검사 건수가 3496건(10일)에서 6544건(11일)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책본부 관계자는 "성소수자들이 어떠한 차별이나 혐오, 낙인 없이 안전하게 검진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관련하여 또 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코로나19 국면이 안정화될 때까지 성소수자 대상 인권침해 및 차별에 대한 지원 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성소수자 #인권 #차별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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