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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심 교수가 석방되고도 웃지 못하는 이유

재판부 "정 교수 컴퓨터에 왜 표창장 파일이 있는지 15일까지 의견서 내라" 요구

등록 2020.05.13 08:35수정 2020.05.1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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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서 석방되는 정경심 교수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10일 새벽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가 지난 10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됐다. 구치소 앞에는 비가 오는데도 많은 지지자들이 모였고, 정경심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이들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시했다.

정 교수는 200일만에 석방됐지만 웃을 수만 없는 처지다. 딸이 받은 동양대학교 총장 명의 표창장(이하 '동양대 표창장') 관련 파일이 동양대 강사 휴게실에 있던 자신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이유를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재판이 시작된 후 정 교수 쪽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결국 재판부는 오는 15일까지 입장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정 교수는 어떤 입장을 내놓을까.

문제의 파일이 왜 거기서?
 

정 교수 쪽은 최근까지 동양대 표창장이 자신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이유를 비롯해, 검찰이 주장하는 동양대 표창장 위조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논란 초기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에서 '위임'이라는 말이 나온 탓에, 정 교수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위임을 받아 표창장을 직접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6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신과 정 교수가 최성해 총장과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제 처(정경심 교수)에 대한 압수수색 하는 날 (제 처가) 너무 놀라서 총장님에게 전화 드렸다. 제 처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면서 '위임해주신 게 아닙니까'라고 했고, 총장님은 안 하셨다고 하시는 것 같(았)다. 처가 흥분해서 제가 진정하라고 하면서, 총장님에게 '죄송하다, 제 처가 이렇게 주장하고 있으니 조사 잘 해달라'고 했다."


이날 밤 검찰은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공소장에는 정 교수가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적시됐다.

2019년 10월부터 정식 재판을 앞두고 5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입증 계획을 세우는 공판준비기일에서는 검찰이 재판부에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동양대 표창장 위조의 진실보다는 공소장 변경 허가를 둘러싼 재판부와 검찰의 공방이 주목을 받았다.

정식 재판 시작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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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6일 오후 속개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조국 후보자 딸이 받았다는 표창장 사진을 보고 있다. 2019.9.6 ⓒ 연합뉴스


1월 22일 1차 공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이날 검찰은 공소사실을 발표했고, 피고인 쪽은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밝혔다. 정 교수 변호인 김칠준 변호사는 서울 자택에서 컴퓨터를 이용해서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검찰의 공소제기 내용을 부인했다. 그 근거로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있는 컴퓨터에서 관련 파일이 나왔다는 것을 내세웠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김 변호사는 정 교수가 표창장을 다른 곳에서 만들었다는 것인지, 일체의 개입 없이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표창장을 발급받았는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재판 초기에는 사모펀드 관련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이뤄졌고, 3월 25일 7차 공판부터 동양대 표창장 위조를 둘러싼 심리와 증인 신문이 이어졌다. 정 교수 쪽은 여전히 표창장 위조를 둘러싼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가 나섰다.

주심 권성수 부장판사는 정 교수 쪽에 "(정 교수가) 동양대 표창장 발급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단순히 전달받은 것인지, 어학교육원장 자격으로 결재를 거쳐서 총장의 묵시적 승낙, 전결규정에 따라 한(만든) 것인지 정확히 밝혀 달라"라고 요구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에 의해 발급받았는지 피고인의 입장을 밝혀 달라"라고 덧붙였다. 기한을 4월 말로 못박았다.

압박하는 재판부

이후 정 교수 쪽은 지난 4일 재판부에 의견서를 냈다. 처음으로 동양대 표창장 위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아래는 재판장 임정엽 부장판사가 7일 12차 공판에서 언급한 정 교수 쪽 의견서 내용이다.

"피고인은 2012년 9월 7일 동양대 직원으로부터 정상적으로 발급받은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받아 조민에게 전달했다. 2013년 6월 16일 조민으로부터 표창장을 못 찾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양대 어학교육원 행정직원 또는 조교에게 전화를 걸어 표창장을 재발급 받을 수 있을지 문의했고, 그 다음날인 2013년 6월 17일 동양대에 내려가서 조교로부터 표창장을 수령했다. 당일 최성해 총장과 담소를 나누면서 조민의 서울대 의전원 지원 사실을 얘기하면서 표창장 재발급 사실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오히려 재판부의 의구심은 더 깊어졌다. 동양대 표창장을 발급받았다는 정 교수 쪽 입장은 관련 파일이 동양대 강사 휴게실에 있던 정 교수의 컴퓨터에서 나온 사실과 안 맞기 때문이다. 재판부도 "의견서를 보고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의문이 들었다"며 이를 지적했다.

"(의견서에) 본인이 쓰던 컴퓨터에 왜 파일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내용이 없다. 본인이 (표창장 발급에) 관여 안 했다고 하니까, 본인(정경심 교수) 컴퓨터에 (표창장 파일이) 발견되면 안 되는 것인데 발견됐다. 5월 15일까지 의견서를 내달라."

정 교수 쪽은 어떤 입장을 내놓을까. 그 입장은 향후 재판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경심 교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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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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